문대통령, 집권 3년차 올해도 광복절 특사 건너뛸듯
청와대 관계자 "아직까지 사면 얘기 못 들어봤다"
여권 일각에선 "국민통합형 정·재계 사면·복권 필요"
역대 정부서 2~3차례 광복절 특사 단행...현 정부 0회
與, 한명숙·이광재·정동채 등 친노·친문계 사면 요구도
[서울=뉴스핌] 김준희 채송무 기자 = 8.15 광복절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광복절 특사’를 놓고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속내가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예컨대 청와대는 올해도 광복절 특사를 건너뛴다는 방침인 반면 민주당에서는 국민통합적 차원에서 정·재계 인사 등의 복권·사면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1일 여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임기 3년 차인 올해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해 신년 특별사면과 올해 3.1절 특별사면 등 단 두차례만 사면을 단행했다.
여권 관계자는 “올해 광복절 특사와 관련해 아직 법무부에서 실무 준비를 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뇌물, 알선수재·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자에 대해 사면권을 제한한다고 공약했다”며 “이 공약이 올해도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도 "특사 범위·명단 등을 작성하고 제청하는 데만 통상 2~3개월이 소요된다"며 "아직 법무부가 그런 준비를 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올해도 (사면을)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여권에선 올해 초 3·1절 100주년 특사를 단행했고 문 대통령이 사면권을 많이 활용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기조가 이번 광복절 특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집권여당인 민주당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연속 광복절 특별사면이 없었던 만큼 올해는 국민통합을 위한 특사 카드가 필요하다는 말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당청 간 사못 상반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김해=뉴스핌] 정일구 기자 =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5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mironj19@newspim.com |
◆與 일각서 한명숙·이광재·정동채 이름 오르내려...친노·친문 인사 복권 기대감 높아져
민주당 일각에선 광복절 특사가 고려됐다가 무산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사면이 긍정적으로 검토돼야 할 시점이라는 기류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국론을 모으고 통합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치권과 재계 인사를 대상으로 고루 사면·복권 조치를 취하는 통합형 사면을 지지하는 의원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치인 사면 여부에 대해 청와대 측은 “현재로선 (사면 여부를)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강원지사, 정동채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에 대한 여권의 복권 요구가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여권에선 한 전 총리와 이 전 지사의 사면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단행된 지난 3.1절 특사에서 사면 검토 대상에 올랐다가 막판에 제외됐다.
한 전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2017년 8월 만기출소했다. 2027년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상태다. 또 이 전 지사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1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복권되지 않은 상태로 2021년까지 피선거권이 없다.
이외에도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등이 사면 또는 복권 대상으로 검토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민중 총궐기 시위 주도 혐의로 징역 3년을 섬고 받고 지난해 5월 가석방됐다. 내란 선동 혐의로 9년 형을 선고 받은 이석기 전 의원은 6년째 수감 중이다.
재계 측에선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받고 지난 2016년 7월 가석방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복권 여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이 지난 2016년 8월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16년 광복 71주년 특별사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역대 정부의 광복절 특사...노무현 3회, 이명박 3회, 박근혜 2회, 문재인 0회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의 '5대 중대 부패범죄'는 원천적으로 사면 대상에서 배제하고, 반(反)시장범죄를 저지른 재벌의 사면도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사면권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임기 첫해인 지난 2017년과 지난해 모두 8·15 광복절 특사를 단행하지 않았다. 이는 과거 정부와 크게 차이가 있다. 광복절 특사의 경우 노무현 정부 3회, 이명박 정부 3회, 박근혜 정부 때 2회 단행됐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2014~2016년 세 차례 특사를 단행했는데 그 중 두 차례를 광복절 특사로 진행했다. 이명박 정부는 일곱 차례 실시한 특사 중 절반 가까운 세 차례 특사를 광복절에 단행했다.
이에 따라 올해 광복절 특사에 기대를 내비치는 여권 내 분위기도 수면 밑에서 올라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올 초에만 해도 ‘정치인 사면은 끝났다’며 철벽을 치던 청와대가 전보다는 많이 유해졌다”며 “정치인 사면의 경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문제도 있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설사 사면을 한다고 해도 어떻게 선별할지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분위기가 아주 닫힌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 들어 첫 특별사면은 지난 2017년 12월 29일 서민 생계형 민생 사면이라는 기조 아래 총 6444명을 특별사면했으며 대부분이 일반 형사범이었다. 당시 용산 철거현장 화재 사망사건 가담자 25명을 특별사면했으며, 정치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정봉주 전 의원이 특별복권에 포함됐다.
이어 지난 3월 쌍용자동차 파업 및 세월호, 제주해군기지 관련 사건 등 7개 시국집회 사범 107명을 포함한 3·1절 100주년 특별사면 대상자 4378명이 발표됐다. 첫 사면 후 1년 2개월만이었다. 당시 정치인은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