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어릴 때부터 바둑이 재밌었다. 스스로 실력이 있다고 자신했지만,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를 기다리는 건 오직 가혹한 운명. 바둑을 좋아했을 뿐인데 누나를 잃었고, 바둑을 배우고 싶었을 뿐인데 스승마저 떠났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독기와 복수심밖에 없다.
배우 권상우(43)가 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으로 다시 극장을 찾았다. 7일 개봉한 이 영화는 바둑으로 인해 모든 걸 잃고 홀로 살아남은 귀수가 냉혹한 내기 바둑판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렸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을 선보인 배우 권상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19.11.05 jjy333jjy@newspim.com |
"처음 (리건)감독님을 뵀을 때 귀수 같단 생각을 했어요. 비범했죠(웃음). 처음에도 시나리오와 함께 레퍼런스 영상 8분짜리를 보내주셨어요. '신의 한 수'(2014)랑 할리우드 영화들을 편집한 거였죠. 아마 몇백 편은 됐을 거예요. 그 정성에 놀랐죠. 그래서 감독님을 더 만나고 싶었고요. 현장에서도 굉장히 결단력 있고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존경심까지 생겼던 좋은 작업이었어요."
모두가 알다시피 이 영화는 정우성이 주연한 '신의 한 수'의 프리퀄이다. '신의 한 수'는 개봉 당시 356만 관객을 동원하며 사랑 받았다. 모든 후속편이 그렇듯 전작의 후광에 따른 부담도 있었다.
"전작과 같은 톤으로 갔으면 게임이 안됐을 거예요. 시리즈물이지만 확실히 다른 이야기였죠. 제가 할 부분도 있고 바둑의 재미와 본질에 더 다가가 차별성도 분명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1편이 너무 재밌으니까 긴장은 됐죠. 게다가 귀수는 대사도 많지 않아요. 근데 관객이 귀수의 여정을 따라갈 수 있게 해야 해서 혼자 고민이 많았어요."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19.11.05 |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건 단연 액션과 바둑이다. 권상우는 화장실 액션, 골목길 액션, 주물 공장 액션부터 맹기 바둑, 초속기 바둑, 일색 바둑, 사석 바둑, 1대 100 바둑 등 다양한 액션신과 대국 장면을 소화했다.
"운동은 원래 했지만 영화를 위해 더 땀흘리고 식단도 조절했어요. 어떤 날은 물도 안먹었죠. 몸에서 수분이 빠져야 더 좋아 보이거든요. 다들 제가 와이어 쓰고 복근 분장한 줄 아시는데 아니에요. 그래도 오랜만에 하는 액션이라 의욕도 넘치고 재밌었죠. 바둑은 전혀 몰라서 프로 기사님께 배웠어요. 이젠 재미로 둘 정도는 되죠. 촬영하면서는 바둑돌 놓는 자세, 느낌 등에 중점을 두고 배웠는데 제가 제일 잘했어요(웃음)."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을 선보인 배우 권상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19.11.05 jjy333jjy@newspim.com |
'신의 한 수:귀수편' 개봉 3주 전 '두 번 할까요'를 선보였던 권상우는 내년 1월 '히트맨'으로 또 한 번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이미 충분히 바쁜 일정인데 오히려 그는 "더 바삐 달리고 싶다"고 웃었다.
"데뷔 이래 가장 에너지와 작품에 대한 욕구가 높아요. 빨리 좋은 작품을 만나 연기하고 싶죠. 젊음은 영원한 게 아니고 시간은 빨리 흐르잖아요. 그래서 컨디션 좋을 때 여러 작품을 남기는 게 목표죠. 살아 보니 인생 한 방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배우로서 목표도 다양한 장르에서 골고루 활용되는 거예요. 이번 같은 액션부터 더 다크한 작품도 좋고 코미디도 괜찮죠. 최고의 배우로 인정받을 수 없을지언정 활용도 높은 배우는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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