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50bp 인하에 4월 금통위 인하 기정사실화
3년 국고채 1.029%...5년 국고채 1.116%
[서울=뉴스핌] 문형민 기자 =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은 0%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긴급 인하하자 한국은행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8.1bp(1bp=0.01%포인트) 내린 연 1.029%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8월19일 기록한 사상 최저금리(종가 기준) 연 1.093% 보다 낮은 신기록이다. 3년물 금리는 장중 1.01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8.2bp 하락한 1.116%를 기록했다. 이 또한 직전 사상 최저금리인 연 1.127%를 갱신한 것.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299%에 거래됐다. 20년과 30년물 역시 각각 1.393%, 1.398%로 각각 최종호가됐다.
[자료=금융투자협회] 2020.03.04 hyung13@newspim.com |
금리 하락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정책 공조로부터 비롯됐다.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1.00∼1.2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연준이 정례회의와 별도로 기준금리를 긴급 인하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며, 0.5%포인트의 인하 폭 역시 2008년 이후 최대 폭이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며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상반기에 50bp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10년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0%대에 진입했다.
한국은행이 이런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시장에선 다음달 9일로 예정된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인하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했으며, 그 이전이라도 임시회의를 열고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 상반기 중 추가적인 금리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2008년 10월27일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5.00%에서 4.25%로 0.75%포인트를 인하했다. 또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행하자 임시 회의를 통해 0.50%포인트 인하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이 다음달 금통위 정례회의(4월9일)에서 기준금리를 1.00%로 25bp 인하하고, 빠르면 5월28일 회의에서 추가 25bp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연준이 글로벌 펜데믹 공포를 반영해 적극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함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여타 국가들은 통화정책 여력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역시 "금통위가 임시 회의를 열어 금리를 인하하는 게 정공법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열려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쇼크에 대응하기 위한 처방"이라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가 25bp 인하하면 기준금리는 1.00%가 된다. 여기에 추가 인하 기대가 반영되면 시장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0%대에 진입하게 된다. 이미선 애널리스트는 "2번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할 경우 국고 3년물 금리는 0.85%, 10년 금리는 1.10%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긴급 간부회의에서 "통화정책만으로 코로나19의 파급영향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정부정책과의 조화를 고려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시장안정화 노력을 적극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시장에서 기대하는 금통위 임시 회의 계획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달 27일 열린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임시 회의를 열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례가 있지만 지금 이를 염두에 두거나 거론할 상황은 아니다"고 답했다. 한은법은 의장이나 2명 이상 금통위원의 요구에 따라 임시 금통위를 열 수 있도록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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