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 여사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 '공천' 대가로 4억5000만원 송금
대법 "영향력 행사 기대하고 돈 준 것"…징역형 집행유예 확정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공천 명목으로 거액 사기를 당한 윤장현(71) 전 광주시장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원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윤 전 시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형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윤 전 시장에게 금품을 갈취한 사기범 김모(52) 씨도 원심과 같이 징역 총 5년 6월에 추징금 4억5000만원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직선거법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광주=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2017년 12월 6일 오후 광주시청 접견실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2.06 yooksa@newspim.com |
앞서 윤 전 시장은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의 광주광역시장 후보 공천을 앞두고 권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 김 씨에게 4억5000만원을 송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기관은 윤 전 시장이 단순히 사기 피해자가 아니라 후보 공천을 위해 대가로 금품을 건넸다고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또 김 씨가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로 속인 김 씨의 자녀 2명을 김대중컨벤션센터와 한 사립학교에 채용하게 한 혐의도 있다.
윤 전 시장은 재판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인해 연민의 정을 느껴 돈을 빌려준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심은 "윤 전 시장은 김 씨를 전 영부인으로 착각하고 더불어민주당의 광주시장 선거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기대하고 금품을 제공했다"며 "피고인들이 모두 '4억5000만원을 빌려준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기는 하지만, 빌려준다는 표현은 금품 수수가 동반되는 범행에서 의례적으로 이뤄지는 표현이라 진술이 일치한다는 이유만으로 차용관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정치활동을 하거나 공직생활을 한 경험이 없고 사적으로 친밀한 교류가 있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며 "단순히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전 영부인에 대한 연민에 기반해 거액을 스스로 빚을 내면서까지 흔쾌히 제공하기로 약속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현직 광역단체장으로서 자신이 믿었던 대로 전 영부인으로부터 금품 제공을 요구받았다면 이를 단호히 배격할 책임이 있는 지위에 있음에도 경쟁자의 출마를 포기하게 하거나 당내 경선 절차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해 주겠다는 말에 속아 그 영향력 행사를 기대하며 이에 편승했다"며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지역 정치의 수준이나 지방선거제도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도 훼손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김 씨의 자녀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부분은 증거부족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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