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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권리보장법 국회 통과 실패, 예술계 '탄식'

기사입력 : 2020년05월24일 09:01

최종수정 : 2020년05월25일 14:00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예술인의지위및권리보장에관한법률(예술인권리보장법)이 아쉽게도 20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관련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예술인들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내용이 담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현실에 문화예술계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사실상 이번 예술인권리보장법 입법 실패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책임이 가장 크다는 평가다. '일하지 않은' 20대 국회 상임위 중에서도 문체위 실적은 비참하다. 지난 4년간 문체위 법안심사 회의는 고작 6회 열렸고 법안 소위도 상임위 중 꼴찌다. 예술인들의 기본법으로 마련된 예술인권리보장법도 법안 발의 384일째가 되던 올해 5월 7일에야 문체위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수정안을 의결했다. 그렇지만 입법의 문턱은 높았다. 20대 국회 회기 종료를 앞둔 지난 20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에서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입법 통과에 실패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제대로 된 사과를 촉구하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이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공연예술 창작산실', '아르코예술극장 대관(서울연극제)' 등 문예진흥기금사업 심의과정에 개입하여 블랙리스트 예술인과 단체들을 지원대상에서 배제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2018.05.17 deepblue@newspim.com

예술인권리보장법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미투 운동의 사후 조치, 예술 노동권 보장, 성평등에 기초한 안전한 창작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관리한다는 내용의 법안이다. 블랙리스트 이후 2017년부터 3년간 예술인권리보장법 정책 추진을 위해 민관에서 힘을 모았고 2018년 10월부터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문화예술노동연대,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여성문화예술연합이 예술인권리보장법 입법추진 TF(태스크포스)에 참여해 문화예술계 다양한 현장의 요구와 의견을 모아 합의 법안을 만들고 국회의원 발의 추진까지 참여했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시행되면 재단 등에서도 직접 관련자를 징계할 근거가 생긴다. 피해 사안과 관련해 해당 기관에 신고하고 보호관은 사건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 뭣보다 문체부 장관이 직접 수사 의뢰, 행정처분, 징계 요구를 할 수 있으며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예술지원기관 등에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재정 지원의 중단과 배제도 가능하다. 현재 정부 기관이 성추문과 블랙리스트와 같은 사건에 대한 피해자에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가해자에 공적 자금 지원이 중단되거나 징계가 이뤄질 사법적 근거가 없어 온전한 문제 해결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준현 소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결과 종합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본 문화예술인이 8천931명, 단체는 342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18.05.08 leehs@newspim.com

상황이 이러니 문화예술계에선 탄식이 나온다. 이성미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는 예술인권리보장법 본회의 결과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 대표는 민주당과 청와대가 이 법안 통과에 대한 의지와 이해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성미 대표는 "법사위 민주당, 민생당 의원실을 방문해 이 법안에 대해 다 설명했음에도 현장에서는 문체위 의원도, 문체부 장관도 이 법안 추진에 대한 설득이 부족했다. 당 지도부와 청와대에서는 말로만 중요하다고, 국정과제라고 하지만 막상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현장에 나왔다. 게다가 오후 회의에는 의원들이 참석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와 문체부 장관이 문화예술인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그는 "문체위가 일하지 않아서 공청회가 열리지 않은 건데 김도읍 의원은 왜 문체부 장관에게 따지는지 모르겠다. 자기들 정쟁으로 일이 돌아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소현 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입법 실패와 관련해 "기운이 빠지는 상황이다. 사실상 재정비를 해야한다. 어찌됐든 예술계에서는 21대 국회에서는 잘 해보자는 분위기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본회의에서 배신감을 느낀 것은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발의자가 20명이 되는데 이들이 자리를 지키지 않았단 거다. 정략적인 문제로 결판나는 게 아니라 사실 법제정 취지를 사람들이 이해하고 원칙적인 수준에서 판단되길 바란 건데 끝까지 남은 건 정쟁밖에 없는 것처럼 보이니 안타깝다. 게다가 부결된 이유 역시 첨예한 쟁점이 나온 것도 아니라 더욱 아쉽다"라고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덕여자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열린 연극 '환상동화'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박규원, 한소빈, 최정헌, 윤문선, 백동현. 2019.12.26 alwaysame@newspim.com(본 기사와 관련 없음)

김관 한국연극협회 사무총장 역시 이번 국회 본회의 결과는 '아이러니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고용보험 대상에 예술인을 추가한 고용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이 국회에 통과되면서 프리랜서 예술인도 고용보험 제도가 적용되지만 예술인의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이 통과되지 못한 현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사무총장은 "고용법이라도 통과돼 다행이지만 기본적인 법이 통과된 게 아니라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고민해야 할 거다. 사실 고용법과 관련해서도 예술인의 행위는 노동행위로 인정하고 있지 않음을 담고 있다. 특례조항에 넣었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예술인권리보장법 입법 실패는)미래통합당의 책임이 크다. 그들은 예술인을 놀고 먹는 사람으로 본다. 예술인은 복지의 사각지대로 몰렸다. 이에 대한 이해를 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는 수구세력이 변하지 않는다. 예술가를 빨갱이로 몰아붙인다. 현재는 조금씩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계속해서 개혁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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