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30원(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됐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1.5%는 최저임금 제도를 처음 시행한 지난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이다. 표결에 사용자위원 7명과 공익위원 9명 만이 참여했고, 찬성 9명과 반대 7명으로 의결됐다. 최저임금 안은 노사 양측의 이의제기 절차 등을 거쳐 다음달 5일 최종 고시되면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8720원은 참담한 결과"라며 "공익위원이 단일안으로 제시한 1.5% 인상 근거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소한의 동결'을 내세웠던 경영계도 유감을 표명했다. 경총은 결과는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양대 노총은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올해도 정부의 결정에 달렸고, 결정된 이후에도 불씨는 남을 수 밖에 없다.
노사가 해마다 최저임금 인상안에 합의하지 못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방식이 합리적이지 않고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 제4조1항에는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 이 경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인상률은 주먹구구식으로 정해지고, 노사정이 매번 타협하는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실제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놓고도 근로자 측은 16.4% 인상(민노총은 25.4%), 사용자 측은 2.1% 삭감안을 제시했지만, 근거가 불명확한 수치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해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 '1.5% 인상'안도 그렇다.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 1%,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 0.4%, 경제성장률 전망 0.1%'를 반영했다지만, 명확한 수치들이 아니다.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인용한 0.1% 성장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다. IMF는 -2.1%, OECD는 -1.2%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 조차 -0.2%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다. 여기에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 1%'도 그냥 자의적인 숫자일 뿐이다.
최저임금 결정을 놓고 해마다 노사가 대립하고, 부작용이 크다면 결정체계를 바꾸는 게 옳다.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등 최저임금 결정에 필요불가결한 핵심 요소의 반영을 보다 구체화한 결정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사용자의 지급능력 요소가 반영돼야 함은 물론이다. 최근 3년간 최저임금이 32.8%나 올라 산업계 전반에서 아우성이다. 지급 능력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이 폐업 위기에 몰렸고, 수많은 저임금 근로자들은 직장을 잃었다. 최저임금의 절대적 수준이 향상된 만큼 노동계도 무턱대고 인상먼 주장해서는 안된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노동계가 내세우는 실태생계비 218만원은 고사하고 월 최저임금 182만원이 오히려 부러울 뿐"이라는 한국편의점주협의회의 호소를 정부와 노동계는 외면해선 안된다.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화도 도입하기 바란다. 최저임금법 4조 1항에는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는 만큼 업종별 차등화는 이미 법제화가 돼 있다. 여기에 지역별 소득차가 심한 현실을 반영해 지역별 차등화를 명문화하고 노사정이 이에 합의하면 된다. 실제로 일본은 산업별·지역별 생산성을 고려해 차등 결정하고 있다. 미국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다르고, 영국은 전문가위원이 건의하면 정부가 수용하는 형태다. 다른 나라들이 하는 제도를 우리라고 못할 게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