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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집 팔아 주식사라'는 정부…"공제 효과 없다"에 무게

기사입력 : 2020년07월24일 06:03

최종수정 : 2020년07월24일 07:04

주식차익 5000만원까지 양도세 0원…손실 넘겨 절세도 가능
근본적으로 증시 변동성 줄어야…부동산 '불패신화' 대체불가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정부가 '2020년 세법 개정안'에서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아 주식을 사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주택자들이 부동산에 묶인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려면 우선 거액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반면 주식투자로 받게 될 양도세 '5000만원' 공제는 부동산으로 버는 차익에 비하면 미미해 큰 이점이 없다는 지적이다. 

◆ 주식차익 5000만원까지 양도세 0원…손실 넘겨 절세도 가능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오는 2023년부터 개인 투자자도 주식, 펀드 등의 차익에 최대 25%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번에 기재부가 수정발표한 '금융투자소득' 과세체계의 핵심은 기본공제액 5000만원이다.

국내 상장주식과 공모주식형 펀드를 합산해 연 순이익이 5000만원 이하면 세금을 공제하기로 한 것. 공제금액은 당초 발표한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올랐다. 연 순이익 5000만원이 넘는 투자자들은 3억원 이하까지는 20%, 3억원 초과는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해외주식의 기본 공제액은 기존대로 250만원이다.

정부는 증권거래세율을 낮추는 시기도 앞당겼다. 주식 양도세 신설로 '이중과세' 논란이 계속되자, 이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초안에서는 오는 2022년 0.02%포인트(p) 인하, 2023년 0.08%p 인하였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내년 0.02%p 인하, 2023년 0.08%p 인하로 바꿨다.

손실 이월공제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기재부는 몇년간 금융투자로 순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통산해서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을 최대 5년으로 확대했다. 주식투자로 당장 손실이 나더라도 세금혜택을 줘서 시장이탈을 막겠다는 뜻이다.

예컨대 개인투자자 A씨가 2023년에 주식투자로 1억원 손실을 내고 2024년에 1억원 수익을 낼 경우, 손실이월공제 제도가 없으면 2024년 1억원 수익에서 5000만원을 뺀 나머지 5000만원에 대해 양도세(세율 22%) 110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손실이월공제가 도입되면 2023년 손실 1억원을 2024년 수익 5000만원과 통산할 수 있다. 이 경우 5000만원 손실이기 때문에 양도세를 낼 필요가 없어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국내 주식투자자를 확실히 우대해주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국내 주식시장을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해석했다.

◆ 부동산 '종부세·양도세' 다 올라...공제 줄고 최고세율 82.5%

반면 부동산은 세금 부담이 대폭 증가했다. 주식 양도차익은 공제액이 확대된 반면 부동산은 세금 공제액이 폐지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지금은 개인이나 법인의 경우 1주택자는 9억원, 2주택 이상은 6억원의 종합부동산세 공제를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 법인주택에는 종부세 공제혜택이 없어진다.

종부세율도 오른다. 과세표준 3억원 이하 주택은 현행 0.5%에서 0.6%로 오르고 6억~12억원 구간은 1.0%에서 1.2%로 오른다. 94억원 이상 주택은 3.0%로 지금보다 0.3%p 인상된다. 3주택자 가운데 수도권 등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의 경우 종부세 세율은 더 가파르게 오른다. 3억원 이하 과표 구간도 현행 0.6%에서 1.2%로 두배로 세율이 오른다.

1주택 보유자가 받았던 양도세 공제 요건도 까다로워진다. 지금까지 1주택자는 10년 이상 보유할 경우 양도세를 최대 80%(다주택자는 최대 30%) 공제받을 수 있었다. 내년부터는 1주택자가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받으려면 보유기간(연 4% 공제) 뿐만 아니라 거주기간(연 4% 공제)도 10년 이상 채워야 최대 80%를 공제받을 수 있다. 만약 10년간 보유만 하고 거주하지 않으면 1주택자라도 40%만 공제받게 된다.

주택 양도세율도 대폭 오른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단타매매 및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가 대상이다. 내년 6월부터는 단타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2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율을 올린다.

매입한지 1년 미만인 조합원입주권 및 분양권 등 주택을 팔 때 양도세율은 현행 40%에서 70%로 두 배 가까이 오른다. 1년 이상~2년 미만 보유한 주택도 양도세율이 기본세율(6~42%)에서 60%로 급등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세율로 복귀하는 셈이다.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도 10%p 오른다. 기존에는 조정지역 내 2주택자의 양도세율이 기본세율(6~42%)에 10%p를 더한 값이었다. 조정지역 내 3주택자는 20%p 중과됐다. 내년 6월 1일부터는 조정지역 2주택자는 중과세율이 20%p로, 조정지역 3주택자는 30%p로 오른다.

소득세 최고세율도 42%에서 45%로 오른다.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 42%는 과표 5억원 초과 소득자들에게 부과되는데, 과표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45% 세율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개정으로 주택 양도세율은 최고 82.5%까지 오른다.

조정지역 3주택 이상자가 소득세 최고세율 45%에 걸리고 양도세율 30%p를 중과받으면 세율 75%가 된다. 여기에 지방세 10%인 7.5%까지 더하면 최고 82.5% 세율이 된다. 차액이 11억원이어도 세금을 다 떼면 2억원도 안 남는다는 뜻이다.

◆ "다주택자, 집 팔아 주식사라"는 정부…업계 "효과 없을 것"

업계에서는 정부가 이번 개정안으로 다주택자들에게 사실상 "집 팔아 주식 살 것"을 권유했다고 해석한다. 다주택자들이 내년 6월부터 낼 종부세, 양도세가 큰 폭 오르니 지금이라도 팔아서 주식을 사면 정부가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의미다. 통상 '불로소득'으로 불리는 부동산 투자소득이 주식시장에 유입돼 기업활동에 생산적으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이같은 정책은 실제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다주택자들이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옮기려면 부동산을 팔면서 거액의 양도세부터 내야 한다. 이들은 종부세, 양도세가 지금도 너무 높다고 생각해서 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증여를 선택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총 1만8696건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선 최고 기록이었던 작년 3분기(1만8259건)를 뛰어넘은 값이다. 주요 지방의 증여 건수는 큰 변동이 없는 반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아파트 증여가 대거 일어났다. 정부가 징벌적 과세로 다주택자들을 압박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매매'보다는 '증여'를 택하고 있음이 통계로 증명됐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앞으로도 증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양도세보다 증여세가 더 비싸지만, 어차피 향후 증여할 계획이라면 양도세를 낸 후 또다시 증여세를 내는 것보다 증여세 한 번으로 줄이는 게 낫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집주인들은 지금 재산을 물려주지 않더라도 결국 나중에는 증여세 또는 상속세 형태로 내게 돼 있다"며 "(양도세와 증여세를 이중으로 내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증여는 분명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주택자 입장에선 주식 양도세 공제액 5000만원이 큰 매력이 없을 수도 있다. 은행 대출과 전세금, 가족 지원 등 개인적으로 조달 가능한 자금을 다 합치면 다주택자들의 자금 규모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른다.

이들이 부동산을 팔지 않고 보유하기로 선택하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양도차익을 고스란히 얻을 수 있다. 주식 양도차익 '5000만원 비과세'는 어찌보면 미미해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22일 오전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0.63포인트(0.03%) 내린 2,228.20에 개장했다. 코스닥 지수는 0.2포인트(0.03%) 오른 790.78에 출발했고,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8원 내린 1193.0원에 장을 시작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0.07.22 dlsgur9757@newspim.com

◆ 근본적으로 증시 변동성 줄어야…부동산 '불패신화' 대체불가

오히려 정부가 주식 양도세를 새로 도입한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양도세 개념인 금융투자소득세를 신설하면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지 않은 것은 이중과세라는 비판이다. 금융권에서는 증권거래세를 당장 폐지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폐지 로드맵이라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요 선진국들도 자본시장 발전 과정에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로 전환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아예 폐지하지 않더라도 이중과세라고 보는 건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주식 등 양도차익)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양도세가) 과세되기 때문에 그 이하 부분(양도차익 5000만원 이하 주식 거래)에 증권거래세가 부과되더라도 이를 이중과세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만약 정부가 다주택자들의 부동산자금을 주식시장에 유입시키려면 지금보다 더 파격적 혜택을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부동산 양도세율을 낮춰서 다주택자들이 증여 대신 팔 수 있도록 하고, 주식 양도세 공제액을 더 확대해서 주식투자의 매력을 높여야 한다. 또한 증권거래세를 지금처럼 인하하는 대신 아예 폐지해서 이중과세 논란을 과감히 불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들어야 근본적인 자금이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대내외 변수와 외국인 자금에 의해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부동산은 주식보다 가격변동이 적고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한 전국민적인 믿음이 깔려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홍춘욱 숭실대학교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는 "다주택자들이 부동산에서 대출, 전세금 등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던 것을 감안하면 5000만원 비과세 정도로는 만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또한 자금력 있는 투자자들에게 주요 투자처는 여전히 부동산이고 그러한 인식은 쉽게 바뀌기 어렵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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