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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수능 볼 때처럼 찍어봐도 치킨은 살 수 없었다

기사입력 : 2020년09월28일 14:13

최종수정 : 2021년04월29일 15:32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지난 설날이 떠올랐다. 휠체어를 타고 1주일간 일상을 지냈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휠체어 타면 당연히 힘들겠지"가 아니라 정말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고 싶었다. 도보 5분 거리도 몇cm의 턱 때문에 수백미터를 돌아가야 했다. 버스라도 한번 타려면 "씨XX이 바빠 죽겠는데 버스를 타냐"는 승객의 욕설도 참아야 했다. 직접 겪어보니 알았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이동권' 조차 휠체어 장애인에겐 사치였음을. 그래서 이들을 위해 기사도 써보고, 시청·버스터미널 등에 직접 민원도 넣어봤다.

하지만 한가지 간과하고 있던게 있었다. '이동권' 관련해서 휠체어 장애인들의 문제에 대해서만 많이 접하다 보니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해선 무심(無心)했다. 아니 문제 인식 조차 못했었다. 그러다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다. 버스터미널 키오스크(무인단말기) 앞에서 당황한 모습이 역력한 할아버지에게서 시각장애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이 없는 인도를 걷는건 지뢰밭길을 걷는 것과 같았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9.28 kh10890@newspim.com

할아버지는 보여도 무인단말기 사용법을 모르는데 시각장애인들은 아예 사용을 못하겠구나 싶었다.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에게 편하다'라는 말처럼 철저하게 비장애인 위주로 돌아가는 이 사회에서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짐작해보고 싶었다. 광주시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5일(9월 24~28일)동안 흰 지팡이를 빌렸다. 

◆ 읽는 법, 걷는 법을 배웠다

6개의 돌출된 점을 이용해서 숫자, 한글, 영어 표기법을 배웠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9.28 kh10890@newspim.com

바깥에 나가기 전, 광주시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점자 교육을 받았다. 생전 처음 배워보는 점자 교육은 암호를 푸는 것처럼 쉽지 않았다. 6개의 돌출된 점으로 숫자, 한글, 심지어 영어까지도 읽어야 했다. 손가락 끝에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1시간의 교육으로 모든 점자를 인지할 수는 없었지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정도는 배울 수 있었다.

점자 교육 뒤에는 흰 지팡이 보행 방법을 배웠다. 점자 읽는 법도 배웠고, 흰 지팡이를 이용해 걷는 방법도 배웠으니 바로 거리로 나가겠다고 한 것을 복지관 관계자가 안된다고 말렸다. "기자님 체험도 좋지만 동네에서만 체험하세요. 안그러면 다쳐요" 낯선 동네에서는 도로 상황이 어떤지, 무슨 장애물이 있을지 모르니 익숙한 길을 돌아다니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집에서부터 먼저 체험 해보기로 했다.

◆ 8층 버튼 찾는 데 40초...항균필름 때문에 점자를 읽을 수 없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붙여놓은 항균필름이 시각장애인에겐 점자를 읽지 못하게 방해하는 장애물이 됐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9.28 kh10890@newspim.com

아파트 입구에 도착해서 먼저 연습을 해봤다. 20여년을 살아왔던 만큼 아파트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것쯤은 아무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선 지금 내가 어디까지 걸어왔는지, 층수를 누르는 버튼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앞으로 쭉 걷다보니 벽에 머리를 부딪혔다. 우여곡절 끝에 열림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지만 또 한번 난관에 봉착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승강기 버튼에 붙이는 항균필름 때문이었다. 두꺼운 항균필름이 점자를 가려 잘 만져지지 않았다. 게다가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닿은 경우, 필름이 떨어지거나 훼손돼 점자를 읽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 열심히 외웠던 점자가 의미 없게 됐다. 결국 점자로 인식하는게 아닌 1층부터 한칸 한칸 손가락으로 더듬어가며 8층 버튼을 눌렀다. 평소 1~2초만에 눌렀던 버튼을 눈을 감으니 40초가 걸렸다. 

◆ 어둠 속에선 동네도 위험천만한 무법지대였다

안전하다고 느꼈던 집에서 조차 방향과 거리감각을 익히는데 힘이 들었다. 세수 할때는 보이지 않으니 옷에 물이 다 튀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9.28 kh10890@newspim.com

눈 감고 돌아다니는 연습을 집에서 먼저 해봤다. 식탁은 어디에 있는지, 냉장고는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집에서 연습은 해보나 마나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녔다. 식사를 하기 위해 의자에 앉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칠흑 같은 어둠은 빛 속에 살아온 사람에겐 녹록지 않은 환경이었다. 두어번 우당탕 소란을 피우며 부딪히고 난 후에야 가까스로 의자를 찾아 앉았다. 걷는건 더 어려웠다.

눈을 감으니 발길질로 바닥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면서 걸어야 했고, 손은 벽을 더듬으며 걸어야만 그나마 안정이 됐다. 몸을 최대한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다녔어도 식탁 모서리에 옆구리를 찔리고 '윽' 하며 넘어졌다. 가장 안전할 줄 알았던 집도 눈을 감으니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었다.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집에서 걷는 연습을 하루종일 했더니 그래도 조금은 감각을 익히는데 도움이 됐다.

흰 지팡이를 들고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의지할 곳이라고는 흰 지팡이 뿐이라는 생각에 20여년을 매일 같이 걸어온 길이 무서워졌다. 긴장된 나머지 땀이 줄줄 흘렀다. 머릿속에는 어디에 계단이 있고, 횡단보도가 있는지 지도가 이미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방향과 거리를 가늠하기 힘들어서 거북이 걸음으로 천천히 걸었다.

어디서 차량이 튀어나올지 몰랐다. 소리에 집중할 뿐이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9.28 kh10890@newspim.com

누가 대신 안내라도 해주면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모든 순간마다 누군가 도움을 줄 수가 없으니까 시각장애인 보도블록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신호등 앞에만 드문드문 있을 뿐이었다. 시각장애인 보도블럭을 이용해서 어딘가를 이동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진짜로 목숨이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지팡이로 땅바닥을 치면서 걸어가고 있을 무렵 '빠아아앙!!!' 자동차 경적이 울렸다. 너무 놀라서 눈을 뜨고 보니 차도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은 걷는 것 조차 위험천만한 모험을 하고 있는거였다. 

◆ 당신의 양심은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여기는 인도입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9.28 kh10890@newspim.com

한번 위험한 상황을 겪으니 체험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이것이 일상이라는 생각을 하니 알리고 싶었다. 이들이 매일 어떤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지. 그래서 조금 더 동네를 걸었다. 흰 지팡이 사용법도 어느정도 익숙해지니 좌우에 벽이 있는지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앞에 뭐가 있는지를 모른다는거였다.

점자블럭이 앞으로 향하라는 표시가 있어서 갔더니 머리를 '쾅'하고 부딪혔다. 불법주정차 차량이었다. 지난번 휠체어 체험을 할때도 불법주정차 차량 때문에 지나갈 수가 없어서 수백미터를 돌아서 가야 했는데 이번에도 골칫거리였다. 심지어는 인도 위에 올라온 차량까지도 있었다. 속으론 흰 지팡이로 자동차 한 대 딱 때려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당신의 양심은 어디에 [사진=전경훈 기자] 2020.09.28 kh10890@newspim.com

횡단보도나 차도 쪽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옆으로 쌩쌩 달리는 오토바이, 전동킥보드까지 살인무기가 판 치고 있었다. 인도에서 타고 다니면 안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편리함을 이유로 무법자처럼 다니는 이들의 만행에 인도에서조차 안심할 수 없었다.

◆ "초록불로 바뀌면 말씀 좀 해주세요"

음향신호기 없는 신호등 앞에서는 초록불인지 아닌지 알 방법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방법 뿐이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9.28 kh10890@newspim.com

걸으면서 제일 힘든 순간이 신호등을 건널 때였다. 빨간불이면 멈추고 초록불에는 건넌다. 당연한 세상의 이치였다. 그러나 눈을 감은 세상에선 당연한 것도 당연하지가 않게 됐다. 음향신호기를 눌러야만 신호등이 초록불인지 빨간불인지 알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신호등에 음향신호기가 없었다.

그마저도 설치를 하기는 해야되니까 설치는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이용이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구석에 설치하기도 했다. 왜 이런 곳에 설치는 했는지 의문이 들어 광주시청에 전화를 해보니 돌아온 대답은 "그런 곳에 설치된줄 몰랐다"였다. 비장애인한테 누르라고 해도 못누르겠다고 눈으로 직접 봐보라고 했다. 그제서야 "확인해보니 시각장애인은 못누르는 구조에 설치돼 있었다"며 "현장에서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음향신호기는 있지만 시각장애인이 도저히 누를 수 없는 위치에 설치돼 있다. 함께 찾아보시길. 힌트는 노란색 가판대 뒤편 [사진=전경훈 기자] 2020.09.28 kh10890@newspim.com

음향신호기가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을 겪으니 사람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면 "혹시 초록불로 바뀌면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부탁을 해야만 했다. 2시간쯤 긴장한 채로 걸으니 신경이 곤두선데다 다리까지 아파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이미 녹초가 된 몸이라 지칠대로 지쳐서 버스를 타고 가면 편안히 집을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위안이 됐다.

하지만 아무리 서있어도 도착정보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도착 정보가 따로 나오지 않는 정류장이었다. 용기를 내서 주변 사람에게 상무64번 버스가 도착하면 말해달라고 했다. 고맙게도 기자 또래의 나이로 추정되는 목소리를 가진 여성분이 버스 탑승까지 도와줬다.

여성분이 "몇번 버스를 타고 가냐"며 버스 탑승까지 도와줬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9.28 kh10890@newspim.com

버스를 타기만 하면 편할줄 알았는데 바깥을 볼 수가 없으니 어디쯤 왔는지 알 방법이 없어서 버스 안내 소리에 집중하느라 쉴 수가 없었다. "다음 정류장은 OO입니다" 소리에 하차벨을 누르고 일어났다. 미리 일어나 있지 않으면 바로 문을 닫아버리는 버스 기사님의 성격을 잘 알기에. 고맙게도 운행 중 일어난 기자의 모습을 보고 행여나 다칠까 도와주는 몇몇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내릴 수 있었다. 

◆ 대나무를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다

눈을 감은 세상에서 느끼는 담양 죽녹원은 또 달랐다. 새 지적이는 소리, 바람 소리에 집중했다. 산책 삼아 걸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9.28 kh10890@newspim.com

체험 3일차에는 과감하게 시외로 떠났다. 버스터미널의 무인단말기 장벽에 또 한번 어려움을 겪었지만 안내원의 도움으로 전남 담양군으로 향하는 버스표를 구매할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담양의 대표적 관광지인 죽녹원으로 가달라고 했다. 눈을 감고 도착한 죽녹원은 그동안 산책 삼아 걷던 때와 또 달랐다.

시원한 공기, 사람들의 수군대는 소리, 사진 찍는 소리, 새들이 지적이는 소리, 쉬익쉬익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끼리 부딪치는 소리는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어쩌면 크게 관심도 없던 소리였다. 눈으로 바라보기에 급급했으니까.

눈을 감은 세상에서는 보지는 못해도 죽녹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마음 속에 보이기 시작했다. 기자도 체험 전에는 편견이 조금 있었다. 보이지도 않는 시각장애인들이 여행을 왜 가나 싶어서 시각장애인 복지관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새로운 공기, 새로운 냄새, 새로운 음식 모든 것들이 바뀐 것을 인지한다. 보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자세하게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여행 그 자체를 온전히 즐기는 거였다.

◆ 언택트 시대가 낳은 또 하나의 차별

키오스크(무인단말기) 앞에서는 수능 때처럼 찍어보려고 해도 뭐가 찍히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9.28 kh10890@newspim.com

담양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도착한 뒤 허기가 져서 치킨을 시키려고 지문인식으로 핸드폰을 켰더니 켜는 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시리야(애플 아이폰 음성인식 기능)"를 외쳐도 배달앱을 켜기만 할 뿐. 주문을 할 수는 없었다. 스마트기술이 누구에게나 편리한 줄만 알았더니 시각장애인에겐 거대한 장벽이었다. 결국 가족의 도움으로 주문할 수 있었다.

광주시청으로 갔을 때에도 시각장애인의 차별은 당연시 되고 있었다. 방역을 이유로 출입문 세 군데 중에서 한 곳만을 개방했다. 한 곳만 개방한 것이 문제인 것은 아니나 시각장애인 보도블럭 등이 설치된 문을 폐쇄해서 시청 출입을 직원 안내 없이는 할 수가 없게 됐다. 직원의 안내로 들어와서도 핸드폰을 사용한 QR코드 전자출입명부는 사실상 '출입불가' 조치와 다를 바 없었다.

지나가는 커플들에게 사진 한 장만 찍어달라고 했다. 물 소리, 바람 소리, 따스한 햇빛. 보지는 못해도 느낄 수 있는 것들이었으니까. 그 감정들을 사진 한 장에 담고 싶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9.28 kh10890@newspim.com

불편함을 겪게 한 것도 '사람'이지만 도움을 주는 이들도 결국 '사람'이었다. 5일 간의 체험을 통해 운이 좋게도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점자 표시가 없어서 방황하던 나에게 식당을 안내 해준 아주머니,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손 잡아준 아저씨, 마트에서 물건을 집어주던 청년, 고장난 장애인 화장실을 고쳐달라고 대신 화내주던 할머니. 이외에도 참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혹시라도 이 기사를 보고 메일(kh10890@newspim.com)로 연락을 준다면 밥이라도 한끼 대접하고 싶다. 진심이다. 어떤 마음으로 도와준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졌다고는 해도 서로 돕고 사는 사회를 실천해주는 이들이 더 많기에 세상이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이 뒤죽박죽 엉켜있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9.28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국내에 등록된 장애인은 262만여 명이다. 전체 인구 대비 5.1%정도 되는 셈이다. 그 중에서 25만여 명이 시각장애인이다. 광주만 해도 시각장애인이 7000여 명이나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 거의 보지 못했다. 5일 간의 체험으로 알았다. 이들은 철저하게 비장애인에 맞춰진 사회에 밖을 나오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는거였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홀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들도 장애인이 되고 싶어서 장애인이 된 것이 아니다. 국내 등록 장애인 중 90.5%가 후천성 장애인이다. 불행한 사고,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병으로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5일간의 체험으로 알았다. 시각장애인은 밖을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거였다. 도로위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몰라서.[사진=전경훈 기자] 2020.09.28 kh10890@newspim.com

우리는 종종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말한다. 그리고 이 말이 정책의 기본방향인 것처럼 말을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소수의 행복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손해나 피해의 대상이 된다면 어떨까? 앞서 90%가 넘는 장애인들이 후천성 장애인이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가 소수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남을 위해서가 아닌 혹시 모를 나·가족·친구의 불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서로가 배려하면서 살아가면 어떨까.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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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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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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