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자녀체벌 금지' 민법 개정안 국회로…아동학대 감소 영향 줄까

기사입력 : 2020년10월16일 20:30

최종수정 : 2020년10월16일 20:30

자녀 징계권 조항 62년만에 삭제…체벌 원칙적 금지
복지부 "징계권 삭제, 아동학대 감소에 긍정적 영향"
일각에선 "체벌금지보다 학대자 분리조치 우선" 주장

[세종=뉴스핌] 김은빈 기자 = 최근 학대가 의심되는 16개월 영아가 사망하는 등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부모의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자녀에 대한 체벌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정부와 아동단체들은 징계권 삭제가 아동학대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관련 입법과 상관없이 아동학대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적절한 체벌은 '필요악'으로 보는 시각도 많아 갈등이 예상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징계권, 가해자의 변명 근거…아동학대 감소에 긍정적"

16일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15일 자녀의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13일 정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민법 915조에 명시된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삭제됐다. 62년만의 일이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아동 권리가 중심이 되는 양육 환경 및 아동 학대에 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915조에 대한 개정 움직임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복지부는 당시 주요추진과제 중 하나로 '아동의 법적 지위 강화'를 들면서 "부모가 자녀를 보호, 교양을 위한 징계권의 범위에서 처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부모의 징계권이 재검토된 이유 중 하나는 해당 조항이 체벌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오인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가해자들의 방어 논리도 징계권이었다. 2013년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 가해자는 "자녀를 사랑해서 과도하게 훈육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동거남의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가해자도 "거짓말 하는 버릇을 고치려고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훈육이었다는 주장이다.

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금의 징계권 조항은 자녀를 체벌해서 상처가 남고 멍이 들어도 부모가 항거할 수 있는 근거였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학대의 구분이 모호한 법적 근거를 없애자는 것이기 때문에 아동학대 감소에 실질적인 영향이 줄 것"이라고 설명했따. 

다른 나라들도 체벌 금지에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이미 스웨덴 등 전세계 59개국이 가정 내 자녀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 4월부터 체벌 금지가 명문화된 개정 아동 복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한 아동단체 관계자는 "아동학대 행위자의 70~80%가 부모인데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은 체벌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며 "징계권은 법으로 체벌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체벌을 정당화하는 관행을 끊기 위해서라도 법 개정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 "체벌 금지보다 아동학대 대책 마련이 우선" 지적도

다만 법 조항 삭제보다 아동학대 대응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동학대 의심아동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법 조항만 바꾸는 건 의미가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정부는 아동학대 의심 아동을 선제적으로 발견하기 위해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등록 아동 중 상당수가 제대로 가정방문 조사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간 해당 시스템에 등록된 학대 의심아동은 2만860명이었지만, 이중 가정 방문조사가 이뤄진 경우는 25.1%인 5246명에 불과했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유아 자녀를 키우는 A씨(30)는 "학대를 막고 싶으면 즉각 분리나 보호 조치를 하는 게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것도 제대로 안되는 상황에서 체벌 금지부터 하는 건 안 맞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A씨는 또한 "체벌이라는 기준도 모호한 것 같다"며 "아이를 꽉 잡는 것도 체벌이 되는 거냐"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B씨(30)는 "학급 아이들 상당수가 가정에서 체벌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법 개정을 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면서 "단순히 법 조항을 삭제하는 것보다 효과있는 아동학대 대책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 기준 복지부의 '아동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부모 10명 중 6명은 자녀를 키울 때 체벌은 필요없다고 답했다. '사랑의 매'를 긍정하던 과거의 인식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B씨는 "법 조항이랑 상관없이 체벌을 안하는 사람도 많고, 체벌을 하는 사람은 계속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 도입이 필요하긴 하지만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잠실에서 유아 자녀를 양육하는 C씨(31)는 "아동복지를 전공했지만 실제 육아에서 교과서에 나오는 훈육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걸 느끼는데, 전공생같은 지식이 없는 상당수의 학부모들은 더욱 힘들 것"이라며 "징계권 삭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부모교육을 활성화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할 것 같다"고 말했다. 

kebju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