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울 오가는 생활하다 열차 안에서 숨져
법원 "업무상 과로·스트레스 누적돼 사망"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회사 대표 주재 회식을 마치고 퇴근하다 열차 안에서 사망한 50대 직장인에게 법원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을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2018년 사망한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평소 기저질환을 잘 관리하고 있었으나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됨에 따라 기저질환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어 사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8.02.13 leehs@newspim.com |
A씨는 대전광역시 소재의 한 전자복사기 제조업체 영업지원부장으로 근무해왔다. 회사는 2018년 2월 영업지원부 근무지를 부산·경남지사로 이전하게 됐고, A씨는 평일에는 부산 지역의 사택에 있다 주말에는 가족들이 있는 서울로 오가며 생활했다. 그러던 중 A씨는 2018년 6월 수서행 SRT 열차 내에서 화장실 복도에서 쓰러져 사망했다.
유족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에 의한 사망이라며 유족 급여를 지급해달라고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평소 앓고 있던 심비대증 등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거절했다. 유족은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근무지가 부산·경남지사로 이전하게 된 경위 등에 주목했다. 당시 회사는 부산·경남 지사의 매출실적이 저조해져 2018년 영업지원부를 대전 본사에서 부산·경남지사로 옮겼다. A씨는 영업지원부장으로서 업무실적 제고를 위해 대전 이남 지역 지사에 출장을 자주 다녔는데, 주당 이동거리가 평균 1000km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부산·경남지사의 매출액은 점점 더 떨어졌다.
A씨가 사망한 당일에는 대표이사를 포함해 6~7명이 매출실적 제고를 위해 회의를 마치고 회식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임직원들은 실적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A씨는 이날 저녁 9시40분경 열차 안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가족력이나 음주, 흡연 등 비후성 심근증 악화의 다른 위험인자를 가졌다고 해서 과중한 과로·스트레스의 영향이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게다가 이 사건 사고 당일 있었던 음주는 회사 대표이사의 주재로 이뤄진 행사로서 업무의 연장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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