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전면전 나선 CJ ENM…"가입자당 100원 받고있다" 반박
콘텐츠 사용료 산정 위한 '사용자 수' 기준부터 이견 차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매년 불거지던 플랫폼과 제작사 간 콘텐츠 사용료 갈등이 올해는 통신사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전선으로 대립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OTT 성장세가 급증하자 CJ ENM 등 콘텐츠 제작사들이 그동안 부가서비스 정도로 여겨졌던 OTT에서도 "제 값을 받겠다"고 주장하면서다. 여기에 국내 통신사보다 콘텐츠에 값을 후하게 쳐 주는 넷플릭스의 등장도 영향을 미쳤다.
CJ ENM과 LG유플러스의 협상은 결렬돼 U+모바일tv에서는 더 이상 CJ ENM의 실시간 채널을 볼 수 없게 됐다. 협상을 진행 중인 CJ ENM과 KT는 "송출 중단은 없도록 하겠다"면서도 입장 차가 커 협상까지는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KT "1000% 인상요구 비상식" vs CJ ENM "100원→1000원으로 올리자는 것"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는 지난 5월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비전스트림 기자간담회를 열고 CJ ENM의 향후 투자계획에 대해 밝혔다. [사진=CJ ENM] 2021.05.31 nanana@newspim.com |
30일 업계에 따르면 콘텐츠 사용료 갈등은 "인상률 너무 높다"는 KT측 주장과 "기존에 매겨진 콘텐츠 가격이 너무 낮다"는 CJ ENM측 주장으로 나뉘어 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IPTV방송협회는 이달 초 입장문을 내고 "CJ ENM은 전체 콘텐츠 사업자 중 가장 큰 규모의 콘텐츠 대가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모바일TV(OTT)에 대해 적게는 수백퍼센트에서 많게는 1000%의 인상률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에 대해 "기존에 받고 있던 콘텐츠 대가가 너무 낮았다"고만 주장해왔던 CJ ENM도 반격에 나섰다. 지난해 KT로부터 '시즌(Seezn)'의 실시간채널 콘텐츠 사용료로 받은 금액이 가입자당 100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히면서다. CJ ENM은 tvN, O tvN, XtvN, 올리브, 채널 다이아 등 KT에 총 11개 채널을 송출하고 있으므로 채널당 가격은 10원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지난해 CJ ENM이 KT로부터 시즌의 실시간채널 콘텐츠 사용료 명목으로 받은 금액을 KT의 지난해 5G 가입자 수인 361만여명으로 나눈 숫자다. 역산하면 지난해 콘텐츠 사용료 금액을 추산할 수 있어 이제까지 CJ ENM은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지난 28일 구현모 KT 사장까지 "상식적인 수준의 인상률에서 협의해야 한다"고 언급하자 대응에 나섰다.
◆콘텐츠 사용료 책정 기준 두고 갑론을박...협상 난항 예상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KT는 부가서비스로 자사 OTT인 시즌 이용권을 지급하고 있다. 왼쪽은 '시즌'·캐치콜 등이 부가서비스로 제공되는 미디어팩 상품, 오른쪽은 KT스카이라이프 알뜰폰 LTE 상품에서 '시즌'을 제공하는 모습 2021.06.30 nanana@newspim.com |
KT측에서는 정확한 수치가 아니므로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KT측은 5G 가입자 수가 아닌 시즌의 실사용자를 기준으로, CJ ENM은 시즌을 통해 자사 실시간채널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와 CJ ENM가 콘텐츠 사용료 책정 기준을 두고 기본 전제에서부터 입장차를 보이는 이유는 시즌이 넷플릭스나 웨이브와는 다른 사업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에서 CJ ENM의 실시간채널을 시청하려면 시즌플레인(월 5500원) 이상의 상품을 구독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KT의 LTE나 5G 가입자, 인터넷(IP)TV 가입자 중 특정 요금제 이상을 이용하고 있을 경우 시즌플레인이 부가서비스 개념으로 무상제공된다는 데 있다. 일부 KT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사업자들도 시즌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다.
CJ ENM측은 이를 근거로 "5G 가입자 수로 이용자 수를 계산한 것은 보수적인 접근"이라고 주장한다. 시즌을 통해 CJ ENM 실시간채널 이용이 가능한 LTE와 IPTV, 알뜰폰 가입자 수를 모두 더하면 가입자당 콘텐츠 사용료는 더 줄어든다는 것이다.
KT 입장에서는 글로벌 OTT 사업자와 달리 시즌으로 인한 수익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급격한 사용료 인상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반면 CJ ENM 측은 KT가 시즌을 통해 IPTV나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 유치 효과를 보고 있으므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주 KT 측에서 시즌의 실사용자 수를 자체계산해 CJ ENM에 전달했지만 이 숫자에 대해서도 양측의 이견이 큰 상황이다.
◆OTT 커지자 "콘텐츠 사용료 다시 책정해야" 목소리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과거 갑의 지위가 공고했던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는 약해지는 반면 콘텐츠제공사업자의 지위가 높아진 데 있다.
플랫폼은 유료방송에서 케이블TV, IPTV, 최근 OTT까지 무게중심이 지속적으로 이동하고 있는 반면 콘텐츠의 중요성은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 OTT는 물론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 업체들이 저마다 지적재산권(IP) 확보에 앞장서며 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 웨이브와 같은 콘텐츠 기획 스튜디오 설립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CJ ENM이 콘텐츠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며 "통신사들이 자체제작 콘텐츠를 만들어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하려는 상황에서 CJ ENM이 티빙을 중심으로 우위를 지키려고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CJ ENM 관계자는 "현재 KT와 양사간 필요자료와 근거를 지속 요청해 협의중이며, 상호간 신뢰를 가지고 성실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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