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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칼럼] '친환경' 자전거 위험...보행권 배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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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한강과 가까운 서울의 한 좁은 보도. 뒤에서 자전거가 쌩하고 달려온다. 헬멧과 고글, '쫄쫄이'라고 불리는 자전거 복장까지 완전하게 갖춘 채 자전거를 탄 '라이더'가 뒤에서 따릉따릉 댄다. 5살 남짓 아이와 길을 걷던 여성이 잔뜩 놀라 비켜서다 자전거와 부딧힐뻔 했다. 다행히 충돌은 없었지만 라이더도 급하게 자전거를 세우느라 살짝 다친 상태다. "왜 좁은 보도에서 자전거를 그렇게 빨리 몰아요?" 화가 난 여성. 하지만 라이더도 지지 않는다. "이것 보세요. 여기 붉은 색 아스팔트로 된 길은 자전거길이라고요. 자전거길에서 걷는 아줌마가 잘못한 것 아닌가요?"

탄소중립이 시대의 명제가 되면서 친환경 교통수단에 대한 정책적 장려가 늘고 있다. 특히 탄소 배출이 '1도 없는'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에 대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과열적인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행자들이 느끼는 '자전거 공해'가 곧 사회문제로 부상할 조짐을 보인다. 자전거로 인한 보행자들의 불편함은 늘어나는 자전거길과 자전거 숫자에 비례해 커질 것이지만 이에 대한 배려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 받았지만 주행 환경 때문에 외면받던 자전거가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부터다. 한강을 비롯해 4대강 둔치에 설치된 자전거길은 주변 지방하천 자전거길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자전거 붐이 본격화 됐다. 특히 서울시가 2014년 도입한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레저가 아닌 이동수단으로서의 자전거를 정착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동안 자전거 길도 엄청나게 늘었다. 서울시의 경우 따릉이가 출범하기 전 2011년 804㎞였던 자전거길은 지난해엔 1258㎞로 1.5배 늘었다. 또 따릉이 가입자는 지난해 200만명에서 올해는 300만명으로 1년 만에 역시 1.5배 늘어난 상황이다. 955만 서울시민 3명 중 1명이 따릉이 회원인 셈이다.

서울에 공공 자전거를 도입할 계획을 처음 구상했던 만큼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전거 주행 환경을 보다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최근 개통한 청계천로 자전거 도로에 이어 광화문에서 한강대로, 한강대교, 노들섬으로 이어지는 국가상징거리에도 자전거길을 조성키로 했다. 자전거 한대로 서울 전역을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자전거 보행환경은 지속적인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속에서 생겨나는 '자전거 공해'도 점차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늘어난 자전거로 인해 보행자들의 보행권이 상실되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구시가지인 서울시에서 폭 2미터를 넘는 보도는 많지않다. 대부분 1.5미터 안팎의 좁은 보도를 둘로 쪼개 하나는 블록으로 된 보도, 하나는 아스팔트로 된 자전거길로 나뉜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만한 보도에서 사람이 지나다니고 그 옆을 자전거가 다닌다.

이같은 보행환경이 용인되는 이유는 아마도 자전거와 사람이 충돌했을 때 치명적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지극히 낮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병원에 실려갈 정도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충돌시 중대형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낮다 뿐이지 보행자에겐 자전거나 오토바이나 똑같은 위협물이다. 더욱이 보도에서 주행하는 오토바이는 그 수가 적지만 대부분의 자전거는 자전거길이 설치됐다는 이유로 보도에서 달리고 있다.

특히 레저용 자전거를 즐기는 '라이더'들이 지나가면 그 스트레스는 더해진다. 이들 '라이더'들은 대부분 여러명이 줄지어 자전거를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 한대가 지나가도 피하느라 식겁하는데 여러 대의 자전거가 시속 35㎞를 넘는 속도로 휭하니 지나가면 그 땐 적지 않은 공포감이 들기 마련이다. 비유를 하자면 기병을 만난 보병의 기분이랄까? 아이와 함께 손잡고 걸어가는 사람의 경우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서울시는 자전거와 자동차길 분리에 대해선 오래 전부터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보행자와 자전거길 분리에 대해선 별다른 고려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서울시가 한강시민공원에 한해 자전거길과 보행자길을 분리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좁은 보도를 쪼개 설치하는 자전거길에서는 "자전거와 킥보드는 보도에서 나가주세요"라는 문장이 담긴 현수막을 걸어 놓은 것이 전부다.

서울시는 보도가 좁은 시 특성상 이같은 보행권 확보는 결국 캠페인으로 풀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보행자도로와 분리된 넓은 자전거도로를 지을 수 없는 물리적 한계가 있는 만큼 서울시의 정책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난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보도에 설치된 자전거길을 달릴 때 보도를 걷는 보행자를 먼저 배려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같은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서울시의 몫이다.

자전거 공해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자전거 도로망의 확대만큼 중요한 것은 보행자가 자전거에 대한 걱정없이 맘 놓고 걸을 수 있도록 하는 보행권의 확대다.

 

dong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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