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인천 남동구 빌라 흉기난동 사건 당시 여성 경찰관의 부실 대응 논란이 '여경 무용론'으로 왜곡돼 애꿎은 여경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경찰관을 꿈꾸는 여성들 사이에서도 "안타깝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안시현(30·여) 씨는 2년째 경찰 학원을 다니며 공부하고 있다. 안씨는 26일 "여경 관련 안 좋은 시선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한다"면서도 "경찰이 된 뒤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위축되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여경 준비생 김나영(23) 씨는 "최근 사건 논란 당사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경이 치안 업무에 쓸모없다는 조롱과 비난을 받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컵밥거리가 점심시간을 맞이했음에도 문을 닫은 채 영업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2020.03.03 dlsgur9757@newspim.com |
이어 "(인천 흉기난동 사건) 당시 순경은 아직 대응훈련을 받아보지 못한 시보였고 남경은 경위의 직위에 있었다"며 "경력에 대한 언급과 비판보다, 여자라는 이유로 더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씨는 "왜 굳이 성별에 초점을 두는 건지 모르겠다"며 "경찰을 준비하는 학생으로서 회의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성별을 떠나 경찰 자체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년째 경찰 시험을 준비하는 김현지(25·여) 씨는 "최근 논란되는 여경은 코로나19 때문에 경찰 교육을 온라인으로 받았다고 들었다"며 "출동도 처음이었다는데, 출동시킨 것도 잘못이고, 신고가 여러 번 들어왔다고 하던데 경찰관이 적게 출동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찰 공무원 준비생 김장현(27·남) 씨는 "채용 과정에서 경찰에게 중요한 사명감이나 직업윤리를 보기는 어렵다"며 "시험 자체가 실무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합격할 수 있다. 시험 중심에서 벗어난 채용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 보도가 '여경 무용론'을 부추긴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현지 씨는 "(인천 흉기난동 사건에서) 가해자보다 경찰이 더 나쁜 사람이 됐다"며 "물론 경찰도 잘못했지만 언론은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종합적으로 설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많은 언론에서 여경이 도망갔다고만 부각했다"고 덧붙였다.
순경 채용 시험에서 필기와 체력시험을 통과하고 면접전형만 앞두고 있다는 정모(26·여) 씨는 "기사를 보면 가해자는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든다"며 "언론에서 '비겁한 경찰이 도망갔다'는 식으로 자극적으로 쓴다"고 했다. 정씨는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해야 하는데 기자들이 너무 막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 4층에 거주하는 주민이 아래층에 사는 이웃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당시 여성 순경은 지원 요청을 이유로 현장을 벗어나 1층으로 내려갔다. 남성 경위도 그와 합류해 빌라 바깥으로 이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인천경찰청은 경찰관의 소극 대응을 인정하며 지난 18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지난 19일에는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2명에게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졌고, 21일에는 인천 논현경찰서장이 직위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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