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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시시콜콜] 예술가에게 여자란 무엇일까... '달리 전시회' 계기로 본 달리와 피카소의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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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관에서 양 극단의 대척점에 있는 달리와 피카소
달리는 평생 순애보, 피카소는 평생 바람, 바람, 바람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대규모 원화전이 지난 11월 27일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다. 

'살바도르 달리 재단'과 7년여간의 공식 협업을 통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스페인 동북부 피게레스(Figueras)에 위치한 달리 미술관(Figueras Dali Theatre-Museum)을 중심으로 미국 플로리다의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Salvador Dali Museum),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ia) 3곳의 컬렉션으로 구성되었다. 

달리의 이번 전시가 중요한 이유는 가장 핵심적인 달리 콜렉션을 갖고 있는 3개 미술관의 콜라보 전시이기 때문이다. 일단 세 곳 미술관의 협업으로 이렇게 전시회를 구성하기가 힘들다. 달리와 관련에서는 한국에서의 이번 전시가 첫 콜라보다. 아마도 다시는 한국에서 달리의 이런 대규모 전시를 열기 힘들 것이라 보는 이유다. 

전시의 초반은 달리와 그의 부인 갈라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달리에게 있어 갈라가 그의 평생을 지배한 뮤즈이자, 창작의 원천 샘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듯 보인다. 

1929년 달리는 카다케스(Cadaqués)에 있는 아버지(변호사였다)의 여름 별장에 많은 이들을 초대했는데, 거기서 운명적인 뮤즈, 갈라(Gala, 본명은 엘레나 이바노브나 디아코노바, Elena Ivanovna Diakonova)를 만나게 된다. 러시아 출신인 그녀는 당시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Paul Eluard) 사이에 딸까지 낳은 유부녀였음에도 불구하고, 달리의 열성적인 구애에 흔들려 연정을 품게 되었다. 결국 두 사람은 파리에서 달리의 개인전이 열리던 도중 동반 도주하여 홀연히 잠적했다. 이후 갈라는 1934년 엘뤼아르와 이혼하고 1월 30일 달리와 결혼하게 된다. 이때 갈라가 40세, 달리는 30세 였다.

이후 갈라는 달리 모든 생애의 지배자가 된다. 갈라는 달리의 하늘이자, 땅, 성모 마리아였다. 또한 창조의 방을 여는 열쇠로서 그의 상당한 작품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게 된다. 또한 그녀는 달리의 매니저로서 그의 작품 전시와 일정 조정, 모든 전시 장소 계약과 작품 판매에 전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달리의 모든 것은 그녀의 손을 거쳐야 성사됐다.

갈라에 대한 달리의 사랑은 맹목적이어서 매우 유아적이기도 했다. 갈라에 대한 달리의 예찬은 끝이 없었는데,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르네상스의 고요한 완성미에 견줄 수 있는 이미지로 진정한 삶의 경제에 도달한 유일한 존재가 있다. 바로 내가 기적 같은 행운으로 선택한 나의 아내 갈라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회화의 장르에는 세상에 하나 뿐인 강력한 존재, 갈라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달리에게 갈라는 여자 제우스였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1942년 갈라 이마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달리. [사진=달리 전시회] 2021.12.02 digibobos@newspim.com

이런 그들 두고 지인이 "달리는 갈라가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당연했다. 당시 달리를 포함해 초현실주의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던 에드워드 제임스가 친구에게 쓴 편지 일부를 보면 이러했다. "한 작가가 그에게 딱 맞는 아내를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정말 100번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하는 일인데, 달리에게는 일어났다."

갈라는 과연 달리에게 '딱 맞는 아내'였을까? 둘이 뜨거웠던 시절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말년에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달리의 말년은 비참했다. 갈라는 나이가 들자 달리를 버려두고 젊은 남자들과 외도를 했다. 사실 갈라는 엘뤼아르와 같이 살았을 때도 화가 막스 에른스트(Max Ernst)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이중결혼' 생활을 했다. 

그럼에도 달리는 갈라의 마음을 돌리려 1968년 피게레스 인근의 바닷가 마을 히로나(Girona)의 성을 사서 갈라에게 바친다. 또한 갈라의 요청에 따라 그녀의 허락 없이는 그 성에 접근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달리가 갈라를 보려면 반드시 전화가 아닌 서류로 미리 승락 요청을 받아야만 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1980년 파리에서의 달리와 갈라. [사진=달리 전시회] 2021.12.02 digibobos@newspim.com

이렇게 자신의 뮤즈로부터 소외되자, 달리는 신경쇠약과 우울에 시달리고 건강이 악화됐다. 76세가 되던 1980년, 중풍의 영향으로 달리는 붓을 잡기가 힘들 만큼 수전증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던 중 무려 86세인 갈라의 불륜이 지속되자 달리는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그녀를 폭행하여 갈비뼈 두개를 부러트렸다.

이 때 갈라는 흥분한 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바리움을 투여했는데, 적정량을 넘어선 투약으로 달리는 혼수상태가 되어버리고 또 이것을 처치하기 위해 암페타민이라는 중추신경 자극제를 투여하게 된다. 이러한 약물 칵테일이 달리의 신경계에 나쁜 영향을 끼쳤고 그의 정신병은 더욱 심해지며 노인성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달리를 버려두고 갈라는 그녀의 젊은 애인에게 달려갔는데, 당시 새 애인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배우이자 유명한 메탈 밴드 '블랙 사바스(Balck Sabbath)'의 보컬인 제프 팬홀트(Jeff Fenholt)였다. 갈라는 1894년생, 팬홀트는 1951년생으로 무려 57세 차이가 난다. 그러니 다 늙은 할머니 갈라가 젊은 애인을 곁에 붙잡아두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과 선물을 뿌려댔을지는 능히 짐작이 간다. 달리와 갈라의 불화도 근본 원인은 더 이상 돈이 들어오지 않는 늙어빠진 달리에 대한 갈라의 불만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관계 속에서 1982년 6월 갈라가 88세로 사망하자, 달리도 삶에 대한 의지를 잃었다. 달리는 88년 11월 심부전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다음해 1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향년 84세. 그의 시신은 말년의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고향 마을 피게레스에 세운 자신의 미술관 지하에 안치되었다. 달리의 유언은 이랬다. "내 시계가 어디 있지?"

이렇듯 달리는 평생 갈라라는 한 여자에게 매달린 순애보의 사랑을 했다. 당시 예술가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바람둥이의 일생을 산 피카소와는 완전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 달리다. 

달리는 피카소를 매우 존경했다. 그래서 피카소를 처음 만나는 흥분을 다음처럼 전하고 있다. "피카소의 집에 도착한 나는 마치 교황을 직접 알현하는 것처럼 감격했고, 존경심에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말했다. 루브르 박물관을 가보기도 전에 파리에서 가장 먼저 선생님을 뵈러 왔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 피카소는 일평생 수많은 여자들을 전전했다. 장기간 동거를 한 여자만도 무려 7명(이 중 2명과 결혼)이다. 여성과의 사랑에서 피카소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었다. 여인들은 그의 욕정, 고독, 공허를 채워주는 존재로서 의미가 있을 뿐이었다. 그에게 사랑이란 다만 관능과 소유와 쾌락이었지, 희생이나 헌신은 전혀 아니었다. 게다가 피카소는 늘 한눈을 팔았다. 한 여인과 동거를 하면서도 계속 다른 여자들과 사랑을 나누었고, 밀회를 위한 밀실을 마련했다. 프로방스 앙티브(Antibes)에 있는 피카소 박물관은 그가 6번째 여인 프랑스와즈 질로와의 동거 장소로 사용한 작은 성채가 나중 박물관으로 바뀐 것이다. 

피카소는 1943년 프랑스아즈 질로에게 "여성은 고통받는 존재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실제 9년 동안의 관계를 시작했을 때 61세의 이 예술가는 21세의 여학생(질로)에게 "내게 (여자는) 여신과 도어 매트(문간에 놓는 신발 바닥 닦게) 두 종류 밖에 없다."라고 잔혹하게 경고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1948년 프로방스 골프 주앙 해변에서의 피카소와 프랑수와즈 질로. 로버트 카파의 유명한 사진이다. 피카소는 동거하는 여자에겐 최선을 다했지만, 헤어지면 잔혹하게 되돌아보지 않았다. 법학을 전공한 엘리트였던 질로는 피카소의 일곱 여자 중 유일하게 피카소를 먼저 버렸다. 2021.12.02 digibobos@newspim.com

어쩌면 그에게 여자란 그림을 그리기 위한 단순한 오브제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몰랐다. 그의 그림에는 여인을 주제로 다룬 작품들이 넘쳐난다. 피카소가 23살에 파리의 빈민굴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그의 첫 번째 여인인 동갑내기 페르낭드 올리비에를 시작으로 피카소의 마지막 여인 쟈클린 로크까지, 그는 새로운 연인을 만날 때마다 작품 경향이 변했다. 아니 어쩌면 매 순간 여인을 바꾸면서 자신의 창작 양식을 변화시킨 것일 수도 있다.

그와 정반대로 달리는 일평생 한 여성을 오브제 삼아 그림을 그리고 창작행위를 했다. 단테의 베아트리체처럼 예술가가 여성에게서 영감을 얻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그들이 남긴 파장은 너무 다르다.

* P.S : 이번 달리 전시회는 그러나 갈라와의 핑크빛만을 강조했을 뿐, 말년의 불운은 모두 생략했다. 달리가 말년에 어떤 상처를 받아, 그 상처가 어떻게 작품에 연결됐는지까지 보여줬더라면 정말 완성도 높은 전시회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준 높은 서사의 전시회는 유럽에서도 보기 힘들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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