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대선후보 2시간 동안 현안 놓고 설전
부동산·안보 등 현안 토론에 시민들 "특색 없더라"
가족 리스크 우려하는 시선도 나와
[서울=뉴스핌] 강주희·지혜진·박우진 기자 = 20대 대선후보들의 첫 TV 토론회를 지켜본 시민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자당 후보의 우위를 강조한 여야의 평가와 달리 대다수 시민들은 "어떤 정부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부족하다", "도덕성이 없고 허황된 얘기만 한다" 등 다소 냉소적 반응을 내놨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TV 토론회에서 여야 4당 대선후보들은 부동산, 외교·안보, 일자리 등 주요 현안을 놓고 2시간 동안 설전을 벌였다. 대선 변수로 떠오른 가족 리스크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각당 후보들은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줄이고 탐색전을 벌였다.
이같은 모습에 시민들은 "특색이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5) 씨는 "많은 이슈들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각 후보가 내세우는 대표 공약이나 비전, 어떤 정부를 만들겠다는 큰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충분하지 않아서 아쉬웠다"며 "어제 토론을 보고 결정을 내릴 정도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로구에 사는 김모(40) 씨는 "후보자가 대통령이 됐을 때 5년간 정부를 어떻게 이끌고 가겠다는 비전이 충분히 제시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이미 많이 나온 대장동 이야기나 의혹들만 반복해서 말하던데 그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이인규(82) 씨도 "토론에서 후보들이 말한 내용이 기존과 대동소이했다"며 "이재명 후보는 말을 잘 하다보니 임기응변을 발휘해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것 같고, 윤석열 후보는 살아온 인생이 묻어나다보니 토론을 능숙하게 한 것 같지 않다. 크게 색다른 점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022.02.03 photo@newspim.com |
◆ 4인 4색 부동산 정책…토론회 관전 포인트
시민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사안은 역시 부동산 정책이었다. 양천구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윤택근(52) 씨는 "후보들마다 부동산 공약이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며 "주택 공급 확대만 강조하는데 사실 불가능 정책이 아닌가. 오히려 대출 규제 완화와 임대차 3법 개정을 꺼낸 윤석열 후보에게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직장인 김남균(41) 씨는 "현 정부에서 이루지 못한 내 집 마련을 다음 정부에서 이룰 수 있나 싶어 부동산 부분을 집중적으로 봤다"면서 "공급 확대를 약속한 이재명, 안철수 후보 공약도 일리가 있지만 가격 하향에 대한 정치권 합의가 우선이라는 심상정 후보의 의견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산시 부산진구 부암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지현(37) 씨는 "윤석열 후보 빼고 모두 공급 확대를 약속하면 수도권에 집중될 것이 뻔하지 않겠냐"며 "서울, 경기보다 지방으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추가하는 방안이 다음 정부에 필요해보인다. 이 부분이 덜 거론된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고 했다.
◆ 가족 리스크? 쉽게 넘길 부분 아냐
토론 테이블에 오르지 않는 후보들의 가족 리스크를 우려하는 반응도 나왔다. 성북구에 사는 양경옥(68) 씨는 "이재명 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가 하는 말이나 일들 때문에 실망이 컸다"며 "마음이 윤석열 후보 쪽으로 많이 기울였다. (후보 가족이 주는) 사생활적인 타격이 제일 큰 듯 하다"고 전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설(27) 씨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 모두 가족과 관련된 논란을 안고 있지만,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발언을 두둔한 김건희 씨 발언이 마음에 걸린다"며 "사과는 했지만 다음 토론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윤 후보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김모(42) 씨도 "민주당 지지자였는데 김혜경 씨의 과잉의전 논란을 보고 고민 중"이라고 했고, 김포시에 사는 구보미(37) 씨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모두 여러 논란을 가지고 있어서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일침을 놓았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2022 대선후보 첫 TV토론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토론회를 시청하고 있다. 2022.02.03 kimkim@newspim.com |
이 후보와 윤 후보에 비해 가족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안철수, 심상정 후보에 기대감을 비친 시민들도 있었다. 종로구에 사는 김모(40) 씨는 "크게 잘 후보는 없었는데 안보 분야에서 심 후보가 말씀을 잘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구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재윤(28) 씨도 "배우자, 자녀 논란이 없는 안철수 후보가 상대적으로 깨끗해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대선후보 첫 TV 토론회 시청률 총합은 전국 가구 기준으로 39%며 KBS 1TV가 19.5%, MBC가 11.1%, SBS가 8.4%를 각각 기록했다. 역대 대선 TV토론 중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직전 대선이었던 2017년 19대 대선 첫 TV 토론회 시청률은 역대 가장 낮은 수치인 22.1%를 기록했다.
또다른 시청률 전문기업인 TNMS에 따르면 791명이 TV 토론회을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 같은 채널 같은 시간대 시청자 429만명보다 362만명이 더 증가한 수치다. 성별·연령대별로는 남자 60대 이상이 가장 많이 시청해 시청률 28.6%를 기록했고 이번 대선 중요 유권자 변수로 떠오르는 20대 시청률은 7.1%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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