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모임제한 6인→8인으로 늘어나자 사내 문화 부활 직장인 "회식할 시국 아닌데", 회식 포비아 호소하기도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정부가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사적모임 제한을 6인에서 8인으로 완화했지만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선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비대면 직장생활이 익숙해진 2030 직장인들은 방역을 이유로 사실상 금지됐던 회식 문화가 부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넘어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8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하면서 이달 2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은 오후 11시로 제한하고 사적모임 인원이 6명에서 8명으로 확대됐다. 현재 누적 확진자가 900만명을 넘어 1000만명을 육박했지만 일상 회복을 위해 방역체계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방역조치가 다소 완화되자 일부 회사에서는 회식·워크샵 등을 공지하며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모(32) 씨는 "코로나 때문에 회식을 안하고 일찍 가서 좋았는데 이젠 8인까지 허용되니 회사에서 바로 회식 얘기가 나왔다"며" 솔직히 지금 시국이 회식할 때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인테리어 업체에서 7년째 근무하는 김모(36) 씨는 "지난해 정부에서 위드 코로나를 했을 때도 회식 이야기가 나올까봐 걱정했었다"며 "직원들은 마스크 벗고 둘러앉는 것이 꺼림직스러운데 상사는 틈만 나면 '언제 회식하면 좋겠냐'고 묻는다"고 토로했다.
최근 격리를 마친 직장인 송모(29) 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송씨는 "회사 대표가 1박 2일 정도 워크샵을 하자며 서울 외곽에 좋은 단독 팬션을 알아보라고 했다"며 "대표에게 '격리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불안하다'고 하니 오히려 '이제 다 나은 것 아니냐'고 물어봐서 황당했다. 확진자가 나와도 신경을 안 쓸 것 같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정부가 방역패스 중단에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조기 완화를 검토하고 나섰다. 정부는 2일부터 이틀간 소상공인·자영업자, 의료계, 지방자치단체 등의 거리두기 관련 의견을 수렴해 조정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이르면 오는 4일 열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패스트푸드점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문. 2022.03.02 kimkim@newspim.com |
직장인들의 이같은 반응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용자들은 "옆 테이블에서 회식을 하던데 잔돌리기와 파도타기에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이번 달만 두번째다. 회식 시동 거는 상사 좀 누가 말려달라", "회식 거절하고 싶은데 잔소리 들을까봐 무섭다"며 회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6월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직장인 142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지금처럼 유지됐으면 하는 것'라고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44.9%는 회식이나 워크숍 자제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음주가무 자제(44.1%), 개인위생 철저(42.7%) 몸이 안 좋으면 집에서 쉬는 것 허용하는 분위기(32.7%), 재택근무 정착(30.1%) 순으로 나왔다.
그러나 정부의 방역지침 완화와 별개로 자체적인 고강도 사내 방역지침을 유지하는 곳도 있다.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은 확진자 급증으로 인한 업무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들의 대면 회의·대면교육 등을 비롯해 회식 등을 금지하고 있다. LG전자와 현대자동차 그룹도 재택근무 비율을 50% 이상으로 유지하고 경영상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한 외부 출장 자제 등 내부 지침을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최모(42) 씨는 "공식 회식은 안 한지 오래됐고, 개인적으로 친분 있는 사람들은 밥 정도인데 최근에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니 그조차도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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