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헌법상 책무 다할 것"...안보공백 또 상기시켜
尹측 '통의동 임시 집무실' 압박에 '대선불복'여론전
[서울=뉴스핌] 차상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회동이 '집무실 이전문제'까지 겹치며 오리무중 속으로 빨려 들고 있다. 역대 대선 후 신구권력은 모두 10일 안에 만나 권력 이양에 따른 상호 이해와 협의사항 등을 도출해냈는데 현재는 3주차에 접어드는데도 불협화음만 계속 커지는 형국이다.
양측 협력의 최대 난관은 지난 20일 윤 당선자가 전격 발표한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계획'이 됐다. 이건에 대해 양측 모두 사전 이해나 상대방 입장 수용이 없다면 회동은 장기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안보공백·혼란 우려를 근거로 이전계획에 사실상 제동을 건데 이어 22일에도 '헌법상 군통수권자의 책무'임을 언급하며 또 한번 당선인측의 발목을 잡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이전 계획을 공식화했다. 윤 당선인은 임기시작일인 5월 10일 새 집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날 남산 소월로에서 바라본 국방부 청사. 2022.03.20 leehs@newspim.com |
특히 문 대통령은 현재의 국내외 안보상황이 엄중한 점을 거론한 뒤 "국정에는 작은 공백도 있을 수 없으며 국가안보와 국민 경제, 국민 안전은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정부 교체기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국무위원들에게 거듭 당부했다. 원칙을 중시하며 책임에서 한치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한번 공개 천명한 상황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당선인측이 지난 20일 관계 부처를 통해 요청한 이전 관련 비용 496억원의 예비비 처리를 상정도 하지 않은채 27억원의 운영비만 의결했다. 청와대가 당선인의 핵심 공약 이행 행보에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이같은 청와대의 완고한 자세에 당선인측도 강경대응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전날 청와대의 입장이 나온 직후 "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윤 당선인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선인 집무실이 있는 금융감독원 연수원 건물에서 5월10일 0시부로 업무를 시작하고 청와대 완전개방 약속은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최후통첩한 것이다.
이는 윤 당선인이 취임후 준비하기 시작해 적어도 한달 이상 시차를 두고 용산 집무실 시대를 여는 방안도 추진한다는 뜻이다. 안보와 경호 등 제반 여건을 볼 때 자칫 현 청와대가 여론상 불리해질 수 있는 '벼랑 끝'카드로 비쳐진다.
청와대와 인수위의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강대강' 대치 속에 한쪽에서는 여론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집무실 이전' 갈등과 관련 "새 정부를 처음부터 곤경에 빠뜨려 흔들려는 것으로 처음부터 대선불복으로 가겠다는 신호"라며 "이명박 정부 초기 광우병 파동을 연상케 하는 상황을 문 대통령이 깃발들고 주도하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야권 다른 관계자는 "현 정부가 새 정부 출범을 돕지 않고 팔을 비틀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국회 국방위원회 안규백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 "집무실 국방부 이전 계획은 국민 불안 대참사"라며 "국민의힘 소속 국방위원 중에서도 저에게 '괴롭다'며 한숨을 쉬고 계신 분들이 꽤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당 조정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민 58%가 이전에 반대하는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국민들의 집단지성은 살아있고, '칼사위'를 들이 내민다 한들 절대 꺾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아침 7시께부터 무려 5차례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며 '집무실 이전계획'의 일방통행식 추진과 속도 조절 필요성을 거듭 설파했다. 그만큼 홍보 및 여론전에 밀리면 명분도 잃어버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박 수석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는 위기관리센터가 있고 이를 운영하는 시스템이 있다"며 "5월9일 자정까지는 문 대통령의 임기이고 군 통수권자로서 그 시스템으로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 |
박 수석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도 "통상적으로 정부가 교체할 때 안보에 굉장한 취약점이 발생해온 사례들이 있다"며 "위기관리 시스템이 1분1초의 공백없이 어떻게 윤 당선인에게 넘어갈 수 있는 지를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안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당선인측에 요구했다.
다행히 회동에 대한 양측의 적극적 의사는 계속 표시되고 있어 어느 순간 전격적인 만남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사라지지는 않고 있다. 청와대는 특히 신구권력의 충돌이나 몽니, 신정부 흔들기 등으로 비쳐지는 것을 극도록 경계하는 모습이다.
박 수석은 이날 오후 YTN '더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집무실을 국민 곁에 두겠다는 것을 적극 저희도 희망했었고 그렇게 하시기를 바란다"며 "조만간 두 분께서 만나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허심탄회하게 말씀을 나누실 기회가 있기를 저희도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늘 열려있다. 굳이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면서 결론을 예단하진 않겠다"며 양측의 극적 회동을 기대하는 심정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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