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 전용 쌀 분질미 연간 20만톤 공급
식량 안보·쌀 공급과잉 해소 일석이조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 정부가 쌀 가공산업을 적극 활성화해 국내 밀가루 수요의 10%를 대체할 방침이다.
최근 밀가루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남아도는 쌀로 밀가루 수요를 대체하겠다는 취지다. 연간 20만톤 규모를 투입해 식량안보과 쌀 공급과잉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는 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김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농식품분야 핵심 국정과제인 '식량주권 확보'(72번)의 일환으로 식량안보 대책의 첫발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 2027년까지 가공전용 쌀 20만톤 공급…밀가루 수요 10% 대체
농식품부는 우선 오는 27년까지 가공 전용 쌀 종류인 분질미 20만 톤을 공급해 연간 밀가루 수요(약 200만 톤)의 10%를 대체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안정적인 원료 공급체계를 마련하고 산업화 지원, 가공식품 소비기반 확대를 3대 주요 정책과제로 설정했다.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 [자료=농림축산식품부] 2022.06.09 dream@newspim.com |
농식품부는 그간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쌀 가공산업을 적극 지원해 왔다. 이를 통해 쌀 가공산업이 성장하고, 국내외 시장 규모도 확대되는 등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쌀의 가공적성 한계, 높은 가공 비용 등 제약 요인으로 인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여 시장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쌀 가공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 4.1조원 규모에서 2020년 7.3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주로 떡류‧주류‧즉석식품류 등에 국한된 쌀 가공식품 범위를 넓히고,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수요 일부를 쌀로 대체하기 위한 대안으로 가공 전용 쌀 종류인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분질미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쌀 종류로서 2002년부터 '남일벼' 품종에서 분질 돌연변이 유전자를 탐색해 '수원542', '바로미2' 등이 분질미 품종으로 개발됐다.
일반 쌀은 전분 구조가 밀착되어 단단하기 때문에 가루를 만들기 위해 습식제분을 하는 데 반해, 분질미는 밀처럼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되어 있어 건식제분이 가능해 제분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전분 손상은 적어 일반 쌀가루보다 밀가루를 대체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 [자료=농림축산식품부] 2022.06.09 dream@newspim.com |
◆ 쌀 가공산업 10조 규모 육성…식량자급률 45.8%→52.5% 제고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쌀 가공산업 시장을 10조원 규모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 밀 수입 의존도를 낮추어 식량자급률을 현재 45.8%에서 52.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매년 3~5월에 농가별로 분질미 매입 계약을 체결한 후 수확기에 농가가 생산한 분질미를 공공비축미로 매입하고 이를 밀가루를 분질미로 대체하고자 하는 실수요업체에 특별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쌀가루를 활용해 전략적으로 소비 가능한 제품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식품기업 등 대량 수요처와 연계한 연구개발과 사업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분질 쌀가루 특성 평가‧연구와 함께, 식품업계 등 대량 소비처에 분질 쌀가루를 시료로 제공해 현장 시험과 제품개발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올해는 분질 쌀과 쌀가루 1톤을 CJ제일제당‧농심미분‧농협오리온 등 식품‧제분업체와 제과제빵업체에 제공해 6월 중 제분 특성과 품목별 가공 특성을 평가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이를 100톤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 [자료=농림축산식품부] 2022.06.09 dream@newspim.com |
식품업계에서는 케이크, 카스텔라, 제과·과자류 등 비발효빵류, 밀가루 함량이 낮은 어묵, 소시지 등은 분질 쌀가루 전용 품목으로서 가능성이 있고, 소면‧우동면 등 면류, 식빵 등 발효빵류, 튀김가루 등 분말류, 만두피 등은 분질 쌀가루와 밀가루를 혼합해 제조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분질 쌀가루 대량 수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대량제분, 저장 등 유통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시설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이달 말까지 대책의 과제별로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주기적으로 관계기관 회의(쌀가루 산업 발전협의체)를 통해 과제별 추진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이번 대책을 통해 안정적인 가공용 분질미 원료 공급-소비 체계를 구축해 쌀 가공산업을 육성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쌀 수급 과잉으로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해 밀·콩 등 식량 자급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투자 재원으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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