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구입자‧영끌‧빚투족 치솟는 이자에 '곡소리'
美 '자이언트 스텝'에 한은도 금리 시계 빨라져
주담대 7% 돌파…연말까지 주담대 8%·신용대출 9%
"저금리 익숙한 대출자, 상환 계획 합리적으로 짜야"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 올해 하반기 경기도 신도시 아파트에 입주예정인 A씨는 생애 첫 주택 마련에 앞서 기대보다 걱정이 크다. 최근 규제가 완화되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80%가 적용돼 대출에는 문제없지만, 하반기에는 금리가 더 오른다고 해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들어서다. 사실상 지금 금리로는 은행에 비싼 월세를 내는 꼴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 신용대출을 받아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사회초년생 B씨는 대출받은 3000만원을 모두 날렸다. 테라USD(UST)와 루나 폭락 사태로 자산 가치가 휴지 조각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출 금리까지 올라 당장 다음달 이자내기도 빠듯해지면서 배달, 대리운전 등 투잡을 알아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은행 금리가 높아지면서 이처럼 대출 관련 고민글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우리의 금리인상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 이달 소비자물가가 6%를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도 다음달 '빅스텝'(기준금리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연말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 신용대출이 9%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초저금리 시기 빚을 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에 올인했던 '영끌', '빚투' 족과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22.06.23 hkj77@hanmail.net |
◆ 주담대 이자 1년만에 70만원 뛰어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4.330∼7.140% 수준이다. 주담대 상단 금리가 7%를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말(3.600∼4.978%)과 비교해 올해 들어 6개월여 사이 상단이 2.161%p 뛰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같은 기간 2.259%에서 4.147%로 1.818%p나 치솟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채를 포함한 채권시장 금리는 미국과 한국의 예상보다 빠른 긴축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올랐다.
신용대출의 경우 3.771∼5.510%의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지난해 12월 말(3.500∼4.720%)과 비교해 하단이 0.271%p, 상단이 0.790%p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는 1년 사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1년 전 은행의 신용등급 1~2등급 금리는 평균 2.648%로 2%대였다.
실제로 종잣돈 1억2000만원이 있는 사람이 정부의 대책대로 LTV 80%를 적용해 6억원 주택을 사려면 4억8000만원을 대출받아야 한다. 금리 5.19%로 30년 만기 주담대(원리금 균등분할상환 방식)를 받으면 매달 263만원을 갚아야 한다. 지난해 6월 금리가 2.7%일 때 상환금이 194만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70만원 가까이 더 내야 하는 셈이다.
◆ 연말까지 주담대 8%·신용대출 9% 전망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하고 있다. 2022.06.21 hwang@newspim.com |
이번 달 들어서 7%대 주담대 금리가 나오면서 연말까지 금리가 8%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또는 빅스텝에 대응해 연말까지 네 차례(7·8·10·11월) 연속, 총 1.00%∼1.25%p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은의 연말 기준금리가 2.75~3.00%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출금리도 동반 상승한다. 기준금리 상승 폭(1.00%∼1.25%p)만큼만 높아져도 연말께 대출금리는 8%를 넘어서게 된다. 만약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8%대에 이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거의 14년 만의 일이다.
또 주담대와 신용대출의 금리 차는 보통 1%p 내외로, 주담대가 연말에 8%까지 오른다면 신용대출은 9%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은행들이 가산금리 조정 등을 통해 대출 금리를 낮춰 기준금리 인상 충격을 어느 정도 방어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을 만나 대출금리 상승 속도 조절을 주문한 가운데 5대 은행이 금리 인하를 위한 가산금리 조정 작업에 일제히 착수해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17개 은행장과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 주담대 금리를 8%로 보고 있는 만큼 신용대출도 9%까지 오르기엔 충분한 상황"이라며 "저금리에 익숙한 대출자들은 충분한 은행 상담을 통해 원리금 상환 계획을 합리적으로 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