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예전부터 만들어진 저만의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을 선택할 때 그 모습과 다른 걸 하고 싶더라고요."
1993년 CF로 연예계에 데뷔한 배우 김희선이 최근 글로벌 OTT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에서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는 서혜승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김희선 [사진=넷플릭스] 2022.07.18 alice09@newspim.com |
"제가 맡은 혜승이는 일을 하다가 결혼을 하고, 남편이 사고를 당하면서 다시 일을 하는 인물이었어요. 처음엔 답답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극중 딸로 나오는 민지처럼, 제 딸도 중학생이거든요. 집에 있는 모습과 가족 간의 화목한 모습은 실제 제 모습을 가져오려고 했어요."
이날 글로벌 넷플릭스 콘텐츠 종합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이 공개한 넷플릭스 차트에 따르면 '블랙의 신부'는 월드 랭킹 8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국내 TOP10에는 2위에 랭크되면서 인기몰이 중이다.
"아직 와 닿진 않아요(웃음). 실감은 안 나지만 기분은 좋죠. 하하. 매일 아침 그나마 체감할 수 있는 방법이 SNS인 것 같아요. 팔로워가 계속 늘어나더라고요. '블랙의 신부'를 봐주는 분들이 많다는 걸 SNS를 통해 조금은 느끼는 중이죠."
김희선이 이번 작품에서 맡은 서혜승은 한국대학교 겸임교수이자, 강남 중산층의 주부이다. 그는 외도에 이어 이혼 요구까지 당한 충격을 추스를 틈도 없이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누려왔던 모든 걸 한순간에 잃는 인물이다. 또 자신의 인생을 파괴한 진유희(정유진)에게 복수를 꿈꾸는 캐릭터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김희선 [사진=넷플릭스] 2022.07.18 alice09@newspim.com |
"사실 내 남편을 죽게 만든 사람한테 차분히 대할 수 있는지 답답했어요.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혜승이의 큰 그림이 있었잖아요. 가장 행복할 때 끌어내리려는 계획을 보고 안도했죠. 육식 동물들도 먹이를 사냥할 때 무조건 달려들지 않잖아요. 저도 혜승이를 연기하면서 내 감정에 충실해 욱하면 안 된다는 걸 느끼고, 배우기도 했어요. 또 딸아이를 가진 엄마의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기도 했고요."
지상파뿐 아니라 여러 방송사에서도 '블랙의 신부'처럼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의 작품을 자주 선보였다. 그때마다 따라 붙는 수식어는 '막장 드라마'였다. 오리지널 시리즈도 막장 드라마라는 이야기를 피할 수는 없었다.
"저도 수많은 작품을 했지만, 어렸을 때도 드라마를 볼 때 악역이 나오면 욕하면서 보잖아요.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그 드라마에 그만큼 빠져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막장 드라마라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만큼 관심 있게 봐주셨다는 뜻이겠죠. 무플보단 악플이 낫고요. 하하."
OTT 작품의 경우 전 세계에게 시청이 가능해 여러 팬들을 보유할 수 있지만, 지상파 드라마처럼 시청자들의 빠른 피드백과 반응을 볼 수 없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그러나 김희선은 "오히려 볼 수 없어서 좋았다"며 웃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김희선 [사진=넷플릭스] 2022.07.18 alice09@newspim.com |
"예전에는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니까 하루에도 기분이 몇 차례나 오르락내리락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만약 '블랙의 신부'가 해외에서는 반응이 좋다고 하지만, 국내에서 시청률이 안 좋았다면 얼마나 신경이 쓰였겠어요.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예민해지더라고요. 넷플릭스도 순위는 있지만, 반응을 차라리 볼 수 없는 게 마음이 편해요. 하하."
김희선은 이전 작품 '내일'을 통해서도 연기 변신을 꾀했다. '죽은 자'를 인도하던 저승사자를 연기하며 그간 세웠던 청순한 이미지와 다른 연기의 결을 선보였다. 이번 '블랙의 신부'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에는 국내에서 마흔이 넘은, 그리고 결혼을 한 배우가 고를 수 있는 작품이 별로 없었어요. 요즘에는 다양한 콘텐츠가 생기면서 저희가 시도할 수 있는 게 많아진 것 같아요. 고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게 배우들에겐 너무 잘 된 일이잖아요. 감사한 일이고요. 아무래도 주로 맡았던 장르나 역할을 배제하려고 노력 중이죠. 캔디형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참고 사는 게 다가 아닌 복수와 통쾌함을 아는 캔디가 된 것 같아요. 하하."
데뷔 30년차를 맞았지만 한 역할에 안주하지 않고 여러 작품과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시청자들에게 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서 지난 작품에서는 '24번째 재발견'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전에 했던 것과 다른 역할을 하고 싶은 게 사실이죠. 저만의 이미지가 예전부터 구축된 것 같더라고요. 그 이미지와 다른 걸 선택하려고 해요. 하지만 연기는 하면서 점점 부담만 돼요(웃음). 그래도 다양한 장르가 선택지에 있으니,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시도해 봐야죠."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