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제가 선택한 작품이잖아요. 문제될 건 없었고요. 제 기준으로는 만족하고 잘 끝냈다는 성취감이 있는 작품이죠."
tvN에서 파격적인 작품을 내놓았다. 13년의 설계, 인생을 걸고 펼치는 한 여자의 강렬하고 치명적인 격정멜로 복수극 '이브'가 지난 21일 종영했다. 배우 박병은은 데뷔 20여년 차에 첫 주연을 맡으며 호평을 이끌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병은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22.07.22 alice09@newspim.com |
"대본을 받고 촬영까지 거의 10개월을 함께 한 것 같아요. 이렇게 오래 한 작품이 처음이었는데 캐릭터나 작품 자체도 조금 무거운 면이 있어서 집중을 많이 했죠.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잘 마무리된 것 같으면서 시원섭섭하고 여러 감정이 들어요(웃음). 잘 마무리 지은 것 같아서 감사해요."
작품은 사랑과 배신, 음모와 복수가 담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가진 아름다운 것들을 상기하고 인생이 슬픔과 고통을 딛고 나아가는 아름다운 것임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기획의도이다. 박 배우는 이 작품에 대해 "강윤겸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작품 자체에 파격적인 게 많았어요. 대본을 받았을 때 제가 맡은 강윤겸이라는 사나이, 외로운 한 남자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잖아요. 그게 진짜 사랑이었고, 그 여자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그런 결말을 이룰 수밖에 없었던 것들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강윤겸 캐릭터 성격이 작품을 택한 가장 큰 이유기도 하죠."
박병은이 맡은 극중 강윤겸은 이라엘(서예지)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희생하는 인물이다. 라엘을 살해하겠다고 발버둥 치는 소라(유선)과 함께 죽음을 택하는 엔딩을 선택해 시청자들의 충격을 더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병은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22.07.22 alice09@newspim.com |
"우선 촬영 전부터 결말에 대한 부분은 알고 있었어요. 거기에 충실하게, 걸맞게 연기하려고 했고요. 마지막 장면에서도 배우들과 호흡이 좋았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요(웃음). 이해도 가지만 마음은 아팠죠. 배우가 한 캐릭터에 집중해서 오래 살다보면 감정이입이 되거든요. 차를 몰고 강으로 뛰어드는 장면을 찍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이라엘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선택이 이것뿐이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생겼고요."
작품 속 강윤겸은 LY 그룹의 최고 경영자이자 대한민국 미혼 여성들이 원하는 1위 신랑감이다. 속내를 드러내는 법이 없는 인물이기에, 초반부터 감정의 폭을 정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내적으로는 대본을 보자마자 많이 힘들겠다고 생각했어요. 초반에 캐릭터를 잡을 때 힘들더라고요.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이 과잉돼서 그걸 터뜨리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초반에 제가 생각했던 걸 최대한 응축해서 자제해서 연기하려고 했죠. 그래야 중후반으로 갈 때 감정 변화가 잘 보일 것 같더라고요."
'이브'는 19세 이상 관람가 편성으로 초반부터 파격적인 정사 장면과 내연녀 스캔들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난무했다. 여러 요소들이 합쳐져 화제는 모았지만 마지막 회는 4.5%(닐슨, 유료플랫폼 가입기준)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병은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22.07.22 alice09@newspim.com |
"너무 감사했던 게 감독님과 제작진이 베드신 콘티를 정확하게 짜주셨어요. 콘티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서로 의견을 조율해 나갔거든요. 콘티가 없으면 그 상황에서 순간적인 것들로 찍을 때가 많은데 콘티가 정확히 있어서 부담 없이 찍을 수 있었죠. 시청률의 경우엔 촬영이 끝나면 제가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모든 임무는 완수했으니, 나머지는 시청자들의 몫 인거죠. 너무 신경을 쓰면 연기에 영향이 미칠까 안 보려고 하고요(웃음)."
'이브'에서는 박병은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서예지가 사생활 논란 후 복귀작으로 택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 많은 주목을 받았고, 파격적인 소재와 수위로 연일 SNS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논란도 있었고, 파격적인 것도 있지만 제가 선택한 거잖아요. 문제가 될 건 없었죠. 대본을 미리 봤고, 다 숙지를 한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불안하거나 이런 건 전혀 없었어요. 또 서예지 씨를 비롯해 유선 씨, 이상엽 씨 모두 열심히 하는 걸 보고 프로는 프로구나 싶더라고요. 하하. 그걸 보면서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끼기도 했고요."
2000년 MBC 드라마 '신 귀공자'로 브라운관에 데뷔했지만 이전부터 단편, 독립영화 등을 통해 연기 활동을 시작해왔다. 연기 경력만 22년이 넘지만 '이브'가 박병은에게 첫 주연작인 셈이다.
"연기를 언제부터 했는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대략 20년 넘어서 첫 주연을 맡은 것 같네요. 주위에서 '부담됐겠다'라고 하는데 솔직히 그런 건 없었어요. 그간 했던 작품들처럼 임하는 자세는 똑같았거든요. 주연이나 조연이나 연기를 하는 건 똑같지만 단순히 롤이 많고 회차가 많을 뿐이죠. 연기를 할 때마다 항상 최선을 다해서 했기 때문에 첫 주연이라고 해서 부담은 없었어요. 늘 해오던 대로 해서 그런가 봐요. 하하."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