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실 폐지...인사 검증 법무부→대통령실
尹정부 인사 검증 시스템은 미국식, 강력한 검증
전문가 "하드웨어 문제 아냐...소프트웨어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넉달째를 맞고 있다. 낮은 지지율이 지속되면서 쇄신을 꾀하고 있지만 국민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모습이다. 뉴스핌은 각계각층의 전문가 진단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 국정운영을 위한 방안을 제안한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윤석열 정부 초반의 대표적인 문제는 인사다. 역대 정부 중 낮은 편에 속하는 국정 수행 지지율의 가장 큰 원인으로 빠지지 않고 인사가 지적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인사 검증을 청와대 밀실에서 논의했다는 비판과 함께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인사 검증 기능을 법무부로 이관했다. 미국식 모델과 유사한 방식을 도입했지만, 인사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왜일까.
[정책 제언] 글싣는 순서
1. 인사시스템, 미국식 사전 검증 '제대로' 수용하자
2. 尹 도어스테핑…"정책간담회 등 보완책 마련하라"
3. 정치권의 인사 제언…"검찰 위주 탈피 인재풀 넓혀라"
4. 협치·소통 활성화… "여야·각계 의견 수시로 들어라"
5. '과학방역+연금개혁' 풀 수 있는 복지부 장관 빨리 찾아라
6. 첫 발 뗀 금융규제혁신…"네거티브 규제 적극 활용하라"
7. '뉴딜'이 필요한 때...SOC 직·간접 투자 늘려라
8. 기업 활력 제고 방안은? 경제4단체 "규제 혁파" 한목소리
9. 교육정책 '공백'..."큰 그림 필요·방향 먼저 세워라"
10.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 "규제 과감히 없애고, 컨트롤타워 강화하라"
11. 주택시장 안정, 세금·재건축 규제부터 손봐야...공급확대 시그널 지속
전문가들은 현 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평가하며 정치적 중립성과 엄격한 사전 검증을 특징으로 하는 미국식 인사 검증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 photo@newspim.com |
◆ 尹정부 고위공직자 6번째 실패, 한 부처 후보자 연속 낙마도
윤석열 정부의 고위 공직자 인사 실패는 6번째다. '아빠 찬스' 논란으로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것이 첫 문제였다. 이어 김성회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 비서관이 혐오 발언 논란으로 물러났고, 역시 '아빠 찬스' 논란을 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정호영 후보자 사퇴에 이어 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 후원금 유용 논란으로 사퇴했다. 같은 부처 장관 후보자가 연속으로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로 인사 검증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과거 성희롱 발언으로 물러났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학제 개편' 논란으로 자진 사퇴하면서 인사 검증 실패 논란은 정점에 달했다.
고위 공직자 외에도 윤석열 대통령이나 핵심 관계자와 가까운 인사들이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영입됐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선거 캠프 때부터 함께 근무했던 인사들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다고 해명했지만, 인사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문제로 자리매김한 상태였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02 photo@newspim.com |
◆법무부, 행안부·경찰·국세청에서 자료 제출받아 검증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은 미국식에 가깝다. 기존에는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인사 검증을 맡았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를 없애고 인사 검증 기능을 법무부 등으로 이관했다.
인사 시스템은 먼저 대통령실에서 공직 후보자를 3~5배로 좁히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검증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인사정보관리단은 우선 후보자 본인으로부터 정보 제공 동의서와 200여개 항목의 체크리스트인 사전 질문 답변서를 받는다.
이와 함께 관리단은 행정안전부와 경찰, 국세청으로부터 후보자의 재산과 경력 등에 대한 자료를 제출받아 사전 답변서와 대조 작업을 펼치고, 평판과 추문 등 세평도 수집한다. 관리단이 직접 탐문 등을 거쳐 추가 정보도 파악한다. 관리단은 이같은 단계를 거친 검증 보고서를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한다.
이후 법무부 장관이 이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로 올리면 2차 검증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지는 구조다. 대통령실에 집중됐던 인사 검증을 법무부로 일부 이관해 권한 분산을 이루는 취지다.
그러나 이같은 대통령실 인사검증 시스템은 의혹을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인사 검증 기능까지 갖게 됐다는 정치적 논란 속에서 인사 검증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폐쇄성을 지적했던 법무부 인사관리단도 인사 검증의 기준이나 자료 등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과거와 같은 폐쇄성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인사 문제는 윤석열 정부 뿐 아니라 과거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부에서 모두 발생했다. 윤석열 정부는 제왕적 대통령에 대해 비판하면서 민정수석실을 없앴지만, 인사 실패가 반복된 셈이다.
미국 백악관 전경. 2021.11.28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강력한 검증 시스템…FBI·국세청 등 동원, 검증 결과는 존중
미국은 강한 3권 분립을 헌법 정신으로 채택한 만큼 현직 의원에서 장관을 충원하는 전통이 없다. 내각 역시 대통령의 소속 정당 출신 핵심 인물이 포진하기도 하는 우리와 달리 대통령 개인의 내각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검증 받지 않은 인사들이 상대적으로 다수 포진하게 되는 특성상 미국의 백악관 및 상원의 인사 검증은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들 정도로 강한 검증이 이뤄진다.
미 행정부 공직 후보자는 먼저 개인신상명세서와 함께 백악관에서 간단한 신상 자료에 대한 확인 작업에 들어간다. 주로 소득원에서 발생하는 이해 갈등 가능성, 과거에 속해 있었었거나 현재 소속 돼 있는 모든 형태의 집단을 포함한 개인사와 경력사의 모든 측면, 당사자의 공식 연설과 책, 논문, 기사, 이해 당사자가 소송 당사자였던 법률 소송이나 행정소송 등이 해당된다.
기본 신상 정보에 대한 확인이 끝나면 후보자는 국가 기밀정보를 다룰 수 있는 직위에 적합한지 여부를 가리는데 필요한 서류와 고위 공직자들의 등급에 따른 재산 공개 서류를 제출하고 백악관은 신상정보와 위 서류 내용의 진실성과 보다 세밀한 신상정보 조사를 위해 지명 30일 전까지 FBI에 조사를 의뢰하게 된다.
FBI는 후보자의 서류를 토대로 보다 광범위하게 해당자의 모든 개인·공적 사항을 조사하게 된다. 여기에는 후보자의 근무 경력, 개인사적 경력, 여행 경력, 병력, 재정 현황, 법률적 쟁송 및 법적 관계, 군대와 교육경력 등이 포함되는 자세한 것이다.
여기에도 문제가 없을 경우 대통령은 후보자를 직접 면접한 후 절차상 상원에 지명 인준안을 제출하게 되고, 상원 소관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 절차를 밟게 된다.
이 시기에도 대통령실은 후보자가 속한 이익집단을 통한 검증과 언론에 후보자를 미리 흘리는 방법으로 검증에 들어간다. 특히 상원의 소관 위원회 위원장 및 소수당 간사가 심각하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후보 지명을 철회하기도 하지만, 상원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는 의미로 대부분 통과시킨다.
미국이 헌법과 제도에 따른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체제를 특징으로 한다면,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행정부 고위공직자 충원이 정당 활동을 통해 이뤄지므로 당직 선거 등에서 반복된 검증 시스템이 작동한다.
유럽에서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프랑스나 내각제인 영국 및 독일도 미국과 비견될 만한 정밀한 인사 검증 제도를 별도로 두고 있지는 않은 것이 특징이다. 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총리가 지명하는 장관들이 대부분 상하 양원 의원들이며, 독일의 경우에는 현직 의원 비율이 높지는 않지만 선출직 직위를 거쳤거나 공개적인 검증 절차를 거친 경우가 많다.
정당 활동을 통한 검증은 미국의 검증 사례처럼 1회성으로 이뤄지는 것과 비교하면 오랜 시일에 걸쳐 여러 활동에 적합한 검증을 할 수 있으며 정책에 대해서도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22.06.28 yooksa@newspim.com |
◆채진원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 국정운영 패러다임 바꿔야"
전문가들은 우리의 인사 시스템에 대해 미국의 시스템을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원 교수는 "미국은 1년 가까운 긴 기간 동안 철저하게 조사해서 도덕적인 검증 뿐 아니라 정책적, 직무수행까지 다 본다"라며 "이를 통과된 사람만 검증 대상에 들어오기 때문에 인사청문회가 흠집내기로 가지 않고 정책 검증으로 간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기본적으로 깔려서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존중할 것은 존중하는 문화가 돼야 한다"라며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국회가 통치수단이 되고, 상대당을 무력화시키려고 하는 국정 수행 방식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은 점도 인사 문제 반복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인사 문제는 시스템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제기되는 대부분의 문제는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미 나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대통령실이 얼마나 상명하복이 아닌 민주적으로 운영되느냐의 문제"라며 "대통령이 선호하는 인물이 있을 수 있지만, 그에 대해 조사해 반대할 수 있고 이 결과를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