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에 재건축 가시화됐지만 거래부진 지속
목동·노원구 주요 단지, 최고가 대비 4억~5억원 하락
금리인상 안정, 투자심리 개선시 시세반등 기대감도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가 재건축 문턱을 낮추는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정비사업 밀집 지역인 서울 목동과 노원 일대 단지의 집값 약세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에 육박한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충분한 대출을 받기가 어렵게 되자 주택 거래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은 상태다.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것도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로 평가된다. 추가적인 집값 하락이 예상돼 '백약이 무효라'는 시선도 있다. 그럼에도 대출금리 안정, 재건축 사업 가시화 등이 이뤄지면 개발호재가 빠르게 시세에 반영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 재건축 문턱 낮아졌지만 투자심리 위축에 약세 지속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달 초 정비사업 안전진단 심의를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서울의 대표적인 수혜지역인 목동과 노원구 단지의 집값은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목동신시가지14단지의 전용면적 108㎡는 이달 12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작년 9월 기록한 최고가(21억5500만원) 대비 9억2500만원 하락한 금액이자 직전 거래가(16억원)과 비교해도 3억7000만원 하락한 금액이다. 이 거래는 직거래로 이뤄져 일반매매가 아닌 증여나 가족간 거래로 추정된다. 급매물 가격대가 17억~18억원 수준이지만 거래가 끊겨 초급매물은 이보다 1억~2억원 저렴하다.
이달 목동신시가지6단지의 전용 47㎡는 11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고가 15억원(2021년 8월) 대비 3억2000만원 하락한 금액이자 직전 거래가 대비 2억2000만원 빠졌다. 목동신시가지10단지 전용 105㎡는 최고가(20억7500만원) 대비 3억3500만원 하락한 17억4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전달 거래보다 2000만원 낮아졌다.
목동역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는 "이 지역 일대의 한달 거래량이 10여건에 불과할 정도로 부진하다 보니 재건축 호재 약발이 안 먹히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개발 기대감에 급매물을 쏟아내지 않아 그나마 송파, 강동 등 주요 단지보다 하락폭이 덜한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하락폭이 더 거세다. 상계주공4단지는 전용 32㎡가 3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고가 5억6000만원 대비 2억원(37.5%), 직전 거래(5억원)와 비교하면 1억4000만원(28.0%) 하락했다. 상계주공9단지의 전용 49㎡는 직전 최고가(7억2200만원) 대비 2억3450만원(32.4%) 하락한 4억8750만원에 거래됐다. 실거래가 5억원을 밑돈 것은 2020년 11월 이후 2년 만이다.
상대적으로 실거래가가 낮아 금액적으로 덜 내려보이지만 하락률은 서울 내 최고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노원구는 올해(12월 19일 기준) 10.9% 하락해 도봉구(10.7%)와 함께 유일하게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목동 재건축이 밀집한 양천구는 상승 반전을 이뤄내진 못했지만 4.6% 빠져 평균치를 밑도는 하락률을 나타냈다.
◆ 금리인상 안정·투자심리 개선시 시세반등 가능성도
집값 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금리인상이 멈추고 투자심리가 회복하면 시세반등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목동과 노원구는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지역이자 서울 대표적인 학군지로 꼽힌다. 교통과 학교, 학원 등 생활 인프라 잘 갖춰져 있어 낡은 아파트가 대거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면 가치가 재평가될 공산이 크다.
목동 지역은 아파트 1~14단지, 총 2만6629가구 규모가 조성돼 있다. 1985~1988년 입주해 재건축 연한(30년)이 넘었지만 6단지만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했다. 1~5단지, 7·10·13·14단지 등 13개 단지가 조만간 안전진단 신청에 나설 예정이다.
노원구는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재건축 안전진단 대상 아파트가 42개 단지, 6만5000여 가구로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다. 1단지부터 16단지까지 조성된 상계주공의 경우 8단지만 새 아파트로 준공됐을 뿐 나머지 단지는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5단지가 정비구역 지정됐을 뿐 이외에는 예비안전진단, 정밀안전진단 등 초기 단계를 밟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거래가 부진해 목동, 노원 재건축 단지도 힘을 못 쓰는 상황"이라며 "다만 대출금리가 안정화하고 투자심리가 개선되면 이 지역의 가치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