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양자회담 위해 12년만의 일본 방문
공동선언에 담길 日 '성의 있는 호응 조치' 관건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6일부터 1박 2일간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정상회담 일정은 정부가 지난 6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한 지 3일 만에 결정됐다. 한국 대통령이 양자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건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SNS] 2022.11.13 photo@newspim.com |
10일 외교가에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 철회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등 경제·안보 현안의 일괄 타결을 시도할 것이라는 기대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일본 정부의 초청에 따라 오는 16~17일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며 "윤 대통령의 이번 방일을 통해 한일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안보, 경제, 사회문화의 다방면에 걸친 협력이 확대되고, 양국 국민 간 교류가 한층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로 물꼬를 튼 한일관계 개선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정상회담으로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양국 정상은 특히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확정 판결 이후 불거진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일 지소미아 정상화부터 합의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일본의 수출규제는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대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 리스트(화이트리스트)에서도 한국은 제외돼 있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기한 분쟁 해결절차를 중단하면, 일본은 2019년 7월 단행한 수출규제를 풀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양국은 이를 위해 조만간 수출관리정책대화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도 해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는 2019년 당시 일본 정부에 외교 공한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통보했고, 이후 다시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공한을 보냈다. 이에 따라 지소미아는 형식적 유지는 되고 있지만 협정의 법적 지위는 5년째 불안정한 상태로 남아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수출규제와 관련해서는 일본 정부로부터 전향적 입장이 대외적으로 발표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소미아도 이제 다시 새롭게 개선되는 한일 관계에 따라서 어떻게 전개될지 추가로 나오는대로 알려드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규제 해제와 지소미아 정상화 외에 기대할 수 있는 합의는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재개다. 외교부는 지난해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상 셔틀외교 복원'을 강조하며 한일관계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왔다. 양국 간에는 이미 윤 대통령의 방일에 이어 기시다 총리가 이르면 올 하반기에 답방차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놓고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외교가 정상차원에서 성사되면 안보·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교류가 활성화되고 협력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셔틀외교를 시작한 노무현 정부 시절 11회에 달했던 한일 정상회담은 이명박 정부 기간 20회로 최고치를 찍었지만 2011년 이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관계가 급랭하며 중단됐다. 이후 한일 정상회담은 박근혜 정부 3회, 문재인 정부 6회에 그쳤다. 그것도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한중일 정상회의차 일본을 방문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제3국에서 진행됐다. 한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으로는 2019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오사카를 찾은 이후 약 4년 만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윤 대통령은 안보 환경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한미일 연계 강화를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정상이 서로 오가는 '셔틀외교' 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으로 12년간 중단됐던 한일 양자 정상 교류가 재개된다"며 "이는 한일관계 개선과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한일정상회담 성공 관건은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
이번 한일정상회담의 관건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공동선언에 담길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 즉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강제징용 판결 피고기업들의 자발적 기여다. 한일 공동선언에 일본 측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얼마나 진정성 있는 표현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국내 여론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라는 정치적 결단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떠안았다. 정부 강제징용 해법안에 대해 '굴욕외교'라고 반발하고 있는 피해자 측과 야당, 시민사회단체 등을 설득하기 위해선 일본 측의 '성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포괄적 사죄와 자발적 기여'란 호응을 얻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양국 정부 간 합의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일본에 구속력 있는 후속조치를 요구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주도적인 우리 정부의 해법을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합의가 필요 없는 것"이라며 "일측의 성의 있는 호응이 이어지는 그런 구도"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일본 측이 과연 한국 정부 해법안을 적극 수용하겠느냐는 질문에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 양국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일본 측의 자발적 기여를 환영한다"고만 답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경색된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해법으로 '그랜드바겐(일괄타결)'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양국이 풀어야 할 각종 난제들을 회담 테이블에 올려놓고 단번에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윤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양국 경제분야 협력을 복원하기 위해 재계 인사들도 대거 동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일 정상회담을 전후로 양국 기업인이 만나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가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행 경제사절단은 경제단체장들과 국내 10대 그룹 총수 위주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정부는 오는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 초청을 추진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을 초청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도 긍정적인 의향을 보이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일단 윤 대통령과 회담하고, 한국이 강제징용 문제 해결책을 착실히 이행하는지 지켜본 뒤 초청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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