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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권 가뭄에 '4대강 보' 활용, 실효성 의문…4대강 논쟁 재점화

기사입력 : 2023년04월11일 16:17

최종수정 : 2023년04월11일 16:17

환경부 "보 수위 높여 4대강 본류·지류 확보"
영산강 보, 광주 식수원 아냐…녹조심화 우려
文정부 4대강 재자연화 정책 '뒤집기' 비판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환경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 만들어진 4대강 보를 호남권 가뭄 대응에 활용하겠다고 밝히면서 4대강 논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10일 환경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환경부는 호남권 가뭄대책 일환으로 4대강 16개 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전남 순천 주암조절지댐을 방문해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지시한 지 수일 만에 발표된 계획이다.

◆ 보 수위 높여 4대강 본류·지류 확보 구상

환경부는 보 수위를 조정해 4대강 본류와 지류 수심을 적극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4대강 보 영향 구간에 있는 70개 취수·양수장과 71개 지하수 사용지역에 생활·공업·농업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전남 순천시 주암조절지댐을 찾아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가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2023.04.01 photo@newspim.com

이어 바로 다음달 댐·보·하굿둑을 연계해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댐·보 등의 연계 운영 중앙협의회에서 의결했다. 이번 방안은 호남권 가뭄 대응에 4대강 보를 적극 활용하는 데 방점이 찍힌다.

환경부는 그동안 4대강 보가 고정된 날짜에 일정 수위만 운영되고 있어 가뭄 대응 등 본연의 이수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댐·보·하굿둑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하천시설 전반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가뭄 대응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14년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는 최종 보고서에서 과거 최대 가뭄이 발생했을 때 용수 발생지역과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가용 수량 지역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영산강 승촌보와 죽산보를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환경부는 2308만톤의 물이 저장돼있는 승촌보와 죽산보의 수위를 높여 1160만톤의 물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는데, 사실상 영산강 물은 광주의 주요 식수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산강살리기네트워크 등은 지난 10일 광주 서구 영산강유역환경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시가 영산강 물을 식수로 쓰지 않고, 최근 식수난에 3만톤씩 동원되는 덕흥보 물도 승촌보와 죽산보와는 멀리 떨어져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단체는 "환경부는 4대강 보가 가뭄에 무용지물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가뭄 대책으로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 영산강 보, 광주 식수원도 아닌데…'녹조심화' 우려도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전국적으로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광주호의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2022.06.20 kh10890@newspim.com

또 승촌보와 죽산보에 물을 가두면서 녹조가 발생하는 등 수질 오염이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단체는 "승촌보와 죽산보에서 물이 정체돼 영산호 물로 재배된 쌀에서는 녹조 독소가 검출돼 안전도 위협하는 등 식수원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제한급수 상황까지 갈 정도로 가뭄 피해가 극심한 지역은 도서·해안 지역인데 정작 4대강 보가 이들 지역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18년 7월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서 4대강 사업으로 연 1700만톤의 생활·공업·농업용수, 연 8500만톤의 하천유지용수 물 부족을 해소했지만, 도서·산간·해안 지역 등 전국 단위 물 부족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의 이번 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를 정면 뒤집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는 2018년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가운데 세종보, 공주보, 죽산보 등 3개 보를 해체하는 '4대강 재자연화'를 추진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이를 폐기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환경부도 지난해 7월 대통령 업무보고 때 4대강 보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부는 공식적으로 전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방침을 뒤집겠다고 밝히지 않았지만, 4대강 보가 존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환경부는 관계기관 협의와 국가물관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이달 내에 중장기 가뭄대책을 확정할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세계은행 사로즈 쿠마르자 수자원국장과 만나 그린ODA사업 협조, 물 분야 해외 민‧관 협력사업 자금 지원 등 수출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환경부 ]2023.03.25 pho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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