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북한

속보

더보기

[탈북민 정착스토리]⑤ "압록강 청년 밀수꾼이 남조선 사장 됐시요"...태성산업 조건우 대표  

기사입력 : 2023년06월03일 08:00

최종수정 : 2023년06월03일 08:00

북중 밀매로 돈 벌었지만 자유 갈망
9년 전 한국 와 택배⋅이삿짐 노동
"아내와 딸의 행복은 나에게 생명"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36살 탈북민 조건우 씨는 MZ(20~30대)에 해당한다. 한국 같으면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해 한창 세상 이치를 터득하려 시행착오를 겪을 청년 시기다.

하지만 산전수전에 죽을 고비까지 몇 차례 넘기고 탈북에 성공해 한국에 정착한 그는 인생역전을 이뤘다. 종합건설, 패널 시공, 각종 인테리어 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태성산업을 5년째 운영 중인 어엿한 사장이다.

9년 전 한국에 정착해 탈북민 7명이 일하는 인테리어 전문업체를 운영 중인 조건우 태성산업 대표. [사진=남북하나재단]

조 대표는 중국과 변경을 맞댄 양강도 혜산 출신이다. 압록강변에서 북중 사이를 몰래 오가며 밀수로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꿈 많던 27살 청년 조건우에게는 돈보다 더 소중하게 갈망하는 게 있었다. 그건 북한 체제의 속박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누리게 할 수 있는 자유였다. 그리고 어느 날 홀연히 고향을 떠나 중국으로 탈출했다.

2014년 한국에 정착한 조 대표는 정착지원 시설인 경기도 안성 하나원 수료 후 대학을 택하지 않았다. 공부에 그리 큰 관심이 없었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작한 택배 일은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한계에 마주쳤다. 아직 한국의 지리에 익숙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택배량이 많은 날이면 하루 종일 다리에 쥐가 나도록 뛰어다니고, 집에 돌아오면 죽은 듯이 곯아떨어지기에 바빴다.

◆택배일 시작했지만 지리 어두운 탈북민에게 쉽지 않아

"쉬운 일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어요. 당시 월급은 180만 원 정도였죠. 이 돈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결국 택배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로 선택한 일자리는 이삿짐을 나르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이삿짐센터에서 일당을 받고 일하다가 3개월 후 직접 이삿짐센터를 차렸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일감이 들어오면서 택배기사로 일할 때보다 돈도 잘 벌고 일도 수월했다.

그런데 회사가 안정이 되고 자리가 잡혀갈 무렵 코로나19가 터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이삿짐을 예약하는 고객들도 줄어들면서 조 대표의 고민은 깊어져 갔다.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텼어요. 상황이 어렵다고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아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문을 구하고, 새로운 일자리도 구해보려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위기를 기회로 바꿔줄 은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조 대표가 말하는 은인은, 인테리어 종합업체인 '월드 ENG' 김기열 사장이다. 남한 출신 사업가인 그는 오래전부터 탈북민 일자리 소개와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한부모 가족 탈북민들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요즘도 작업장에서 조건우 대표와 김기열 사장은 실과 바늘처럼 붙어 다닌다.

김기열(오른쪽) 사장은 조건우 대표가 한국에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사진=남북하나재단]

김 사장은 "조건우 대표는 첫인상에도 나타나듯이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죠. 인테리어 패널 시공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고, 이 작업에 필요한 기술이나 현장의 구체적인 일들에 대해 질문도 하면서 열정적인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이 친구는 어떤 일을 맡겨도 잘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죠"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도움과 격려로 조 대표는 100% 탈북민들로 구성된 인테리어 패널 공사 업체인 '태성산업'을 만들었고, 지금은 20대~50대의 탈북민 7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조건우 대표는 상황에 따라 두 개의 직함으로 불린다. 단독 공사를 맡아 현장에 나갈 때는 '태성산업' 대표로, 대형 물류 창고 건설 현장에서는 인테리어 패널 시공 팀장으로 불린다. 

◆전원 탈북민이 일하는 인테리어 전문업체 이끌어

전문 기술이 필요한 대형 물류센터의 인테리어 공사는 여러 협력업체가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협력업체로 지정되기 어렵다.

공사장 인테리어 작업은 어떤 한 부분이 잘못되면 구조물 전체를 다시 뜯어야 하고, 그에 따르는 손실은 어마어마하다. 작업 공정이 늦춰지고 금전적 손해가 동반되는 만큼 무엇보다 기술적인 숙달이 우선되어야 한다.

조 대표는 그동안 자신이 실수한 부분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리고 작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인테리어 패널 시공과 연관된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꼭 필요한 부분은 형광펜으로 체크하고, 공사에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은 카메라로 일일이 찍어 저장했다.

"김 사장님이 우리 업체를 믿어주고 작업을 맡긴다고 해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다음 공사에 참여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한두 번의 잘못이야 실수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반복되는 실수는 결코 용납될 수 없지요. 행운이란 것도 성실함과 노력으로 준비된 연후에야 주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남한 정착 후 인테리어 사업과 함께 인생을 바꿀 기회를 잡은 조건우 대표에게 또 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2년 전 북한 출신 여성을 만나 가정을 꾸렸고, 올해 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딸이 태어난 것이다.

"힘들게 일하다가도 아내와 딸의 얼굴을 보면 열심히 일한 데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배가됩니다. 나에게 가족은 생명입니다."

부인, 딸과 함께 한 조건우 대표. [사진=조건우 대표 제공]

사실 지금의 아내는 조 대표와 재혼하기 전 딸이 있었다. 지금은 벌써 16살이 되었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 딸을 새로 얻은 30대 젊은 아버지의 심정이 궁금했다.

"새로운 가정을 만드는 일은 저의 삶에서 가장 잘한 선택입니다. 선택했으면 책임을 져야 하지요. 그냥 책임이 아니라 사랑과 믿음으로, 이해와 배려로 가정을 이끌어 가야 합니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다 큰 아이를 딸로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지 않겠냐고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를 선입견 없이 아버지로 받아준 딸이 기특하죠. 부족한 저를 잘 따라주고 이해해주는 딸에게 더없이 고마운 마음뿐 입니다."

조 대표는 9년 전 혼자였다. 지금은 눈만 마주 쳐도 진심을 알 수 있는 아내와, 아버지를 이해하고 받아준 성숙한 16살 사춘기 딸, 까만 눈동자에 온 우주가 담긴 소중한 둘째 딸까지 네 식구가 되었다.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 갖는 책임감은 무거운 짐이 아닌 날아갈 듯한 행복으로 채워지고 있다.

조 대표는 끝으로 그동안 남한 정착 생활을 돌이켜보며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를 남겼다.

"남한에서 살면서 가진 생각입니다. 사람은 운도 따라야 하지만 그보다도 본인이 노력하고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운 좋게 만난 은인에게 선택받을 수 있습니다. 그 선택은 인정이라는 관문을 넘어서야 나에게 오는 선물이 되는 것입니다." 

<뉴스핌-남북하나재단 공동기획>

 

yjle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李대통령, 이시바 총리와 전화통화 [서울=뉴스핌] 이영태 선임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25분간 취임 후 첫 전화통화를 갖고 성숙한 한일관계 구축에 의견을 같이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9일 오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약 25분간 첫 통화를 가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이 지난 4일 취임 이후 해외 정상과 전화 통화를 한 것은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이시바 총리가 두 번째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첫 전화통화를 갖고 있다. 2025.6.9 [사진=이재명 대통령 X] 먼저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의 대통령 취임 축하에 사의를 표하고, 오늘날의 전략적 환경 속에서 한일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양 정상은 상호 존중과 신뢰, 책임 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보다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특히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양국 국민들 간의 활발한 교류 흐름에 주목하면서 당국 간 의사소통도 더욱 강화해 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양 정상은 그간 한미일 협력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도 한미일 협력의 틀 안에서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더해 나가자고 했다"고 부연했다. 양 정상은 향후 직접 만나 한일관계 발전 방향을 비롯한 상호관심사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첫 전화통화를 갖고 있다. 2025.6.9 [사진=이재명 대통령 X]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도 이날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가 첫 전화 통화를 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일본 TBS뉴스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이 대통령과 한일, 한미일 협력을 활성화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했다. 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 대응 등에 대해서도 양국 정상 간 의견이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지난 4일 기자들에게 이 대통령 취임과 관련해 "한국 민주주의의 결과이며 한국 국민의 선택에 경의를 표하고 당선과 취임을 축하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정권 출범에 따른 셔틀외교 재개를 묻는 질문엔 "정부가 구성돼 기능할 수 있게 되면 한·일 정상회담을 가능한 조속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점을 언급하며 "이번 60주년을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한일 및 한미일 협력을 활성화하고 싶다. 이것이 (국교 정상화) 60주년의 큰 의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medialyt@newspim.com 2025-06-09 14:09
사진
구름 많고 낮 더위...서울·경기 오전 소나기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화요일 10일 전국은 대체로 구름이 많거나 흐리다가 낮에는 무더운 날씨가 나타나겠다. 중부지방과 충남은 오전 한때 소나기가 내리겠다. 기상청과 케이웨더에 따르면, 이날 전국은 서해상에 위치한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겠으나 제주도는 남쪽 해상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겠다. 전국이 구름이 많거나 흐리겠다. 서울과 경기, 강원영서, 충남북부에는 오전 한때 소나기가 오겠다. 예상 강수량은 5~15mm다 아침 최저기온은 17~21도, 낮 최고기온은 22~33도가 되겠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봄비가 내린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전국에서 봄비가 내리며 영남은 최대 80㎜, 수도권은 최대 50㎜에 달하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2025.04.22 yooksa@newspim.com 지역별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20도 ▲인천 15도 ▲춘천 18도 ▲강릉 22도 ▲대전 20도 ▲대구 20도 ▲부산 20도 ▲전주 19도 ▲광주 20도 ▲제주 19도다. 낮 최고기온은 ▲서울 26도 ▲인천 20도 ▲춘천 26도 ▲강릉 31도 ▲대전 29도 ▲대구 33도 ▲부산 26도 ▲전주 30도 ▲광주 29도 ▲제주 26도다. 미세먼지 농도는 오전에 세종, 대전, 충북에서 '한때 나쁨'을 기록하겠고, 그 밖의 지역은 '보통'을 나타내겠다. 오후에는 전국이 '보통'이다. 바다의 물결은 동해상에서 0.5~1.5m, 서해와 남해상에서 0.5~1.5m로 일겠다. krawjp@newspim.com 2025-06-10 06:2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