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탈북민 정착 스토리] ②도망친 딸 찾다가 한국 정착..."힘들다 때려치면 일할 데 없어"

기사입력 : 2023년04월22일 06:54

최종수정 : 2023년04월22일 06:54

양강도 협동농장원 출신 최송죽 씨
보원건설 현장서 일하는 '먹줄 아줌마'
"쉬운 일만 찾는 탈북민 안타까워"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한국 생활 7년 동안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게 있죠. 포기하는 순간 노력할 기회마저 잃게 된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힘들게 살았기 때문에 남한에서는 쉽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노력하지 않고 얻는 행복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서울 금천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만난 탈북민 김송죽(55) 씨. 그녀의 남한 생활 신조는 당차고 남달랐다.

양강도 김형직군 출신 탈북민 최송죽 씨가 자신이 기술직 근로자로 일하는 서울 금천구의 한 아파트 현장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포즈를 취했다. [사진=남북하나재단] 2023.04.18

흰색 안전모를 쓰고 아찔한 구조물도 가볍게 오르내리는 최 씨는 이 곳에서 '북한 이모' 또는 '먹줄 아줌마'로 불린다.

보원건설 5년 차 기술직인 그가 주로 하는 일이 바닥공사가 끝나면 설계도면에 따라 콘크리트 바닥에 먹으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도망쳤다 죽었다는 딸...7년 만에 "살아 있다" 소식

최송죽 씨의 고향은 북중 접경 지역인 양강도 김형직군이다. 탈북 전 협동농장에서 일하면서 밀수에 장사까지 하면서 바쁘게 살았다.

그런데 2009년 9월 중국으로 도망쳤던 딸이 3개월 후 죽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생계를 유지하느라 정신없이 살면서도 해마다 딸 생일이면 제삿밥을 떠놓고 눈물을 삼켰다.

그런데 7년 후인 2015년 10월, 웬 낯선 사람이 최 씨를 찾아와 딸이 살아있다면서 어머니와 남동생을 보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딸은 돈을 보내고 싶은데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형편이 못 된다며 남동생과 함께 중국으로 오라고 말했다. 고민 끝에 아들과 함께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 도착했다.

딸이 보낸 사람을 따라 중국 칭다오(靑島)에 도착해서야 딸이 남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딸이 우리를 속였다는 것을 알고 전화로 온갖 욕을 다했어요. 그래, 내 기어코 남조선에 가서 조국을 배반한 딸을 붙잡아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넘어와 자수하리라 마음먹었어요."

2022년 7월 8일 열린 하나원 개원 23주년 기념식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왼쪽에서 다섯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최 씨는 제3국을 경유하여 무사히 남한에 도착했다. 탈북민 정착지원 시설인 경기도 안성 하나원으로 면회 온 딸을 만나고서야 그동안의 오해가 풀렸다.

한국 사회의 발전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최 씨는 어떻게 하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낯선 땅에서 50넘은 탈북민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동네 떡집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해 보기도 했고 떡집 사장님의 소개로 근처 식당에서 일을 하며 버텨보았지만, 8개월 만에 그만두고 말았다.

식당일을 그만두고 한 달 동안 쉬면서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하던 그는 하나원 동기생이 소개해 준 건설 현장 일을 한번 해보기로 맘먹었다. 

◆공사현장 '비계'를 돼지비계로 잘못 알아들어 황당해 하기도

현장에서의 첫 작업은 녹록지 않았다. 인부들이 자재를 갖다달라고 말하는데,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멍하니 서 있을 때도 있어 답답한 마음에 남몰래 울기도 했다.

한번은 현장 계장이 '비계' 옆에 있는 '시노'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런데 최 씨는 돼지비계를 가져 오라는 말로 잘못 알아들었다.

건설 현장에서 돼지비계를 어떻게 구해 오냐는 말에 계장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마침내 크게 웃고 말았다.

비계(飛階)는 높은 곳에서 공사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을, 시노(shino)는 건설⋅토목 현장에서 뭔가를 묶거나 매는 데 사용하는 갈고리를 말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일을 마친 후 집으로 향하는 최 씨의 어깨는 천근만근으로 무거웠다. 여기서도 서툴다고 그만두면 남한에서 더는 설 자리가 없을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다.

다음 날, 조회가 끝날 무렵 최 씨는 "저는 탈북민입니다. 모르는 게 너무 많지만 포기하지 않고 일하려고 합니다. 잘 가르쳐주세요."라며 동료들에게 용기있게 고백하고 도움을 청했다.

개인적으로도 현장에서 자재나 공구들을 정리하면서 쓰임새를 잘 모르는 공구가 보이면 사진으로 찍어 저장했다.

어려운 용어들은 출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사진을 보며 익숙해질 때까지 외우는 일을 반복했고, 맡은 일이 끝난 뒤에도 현장에 남아 일하는 동료가 있으면 솔선해서 도와주기도 하면서 친분을 쌓아갔다.

지금은 현장경비원을 비롯한 동료들 사이에 '북한 이모'를 찾으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핵인싸'가 됐다고 자랑한다.

◆'먹여 살려야 하는 식구'였던 가족이 남에서는 '행복 원천'

"일할 줄 모른다고 그만두고 용어를 모른다고 직장을 때려치우면 대한민국 어디에도 일할 곳이 없습니다. 건설일은 당연히 힘듭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 주는 안정감과 행복이었어요. 지금은 매주 쉬는 날이면 무조건 딸네 집에 가요. 할머니를 부르며 매달리는 손자 손녀를 보면 마냥 행복해요. 북한에서 가족은 내가 먹여 살려야 하는 식구였지만, 남한에서 가족은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고 행복을 주는 내 삶의 전부입니다."

엄마와 남동생을 남한으로 데려온 딸은 정착 후 북한 출신 남편을 만나 오순도순 잘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최 씨는 늘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탈북민 최송죽 씨가 자신이 일하는 서울 금천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남북하나재단] 2023.04.18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남한 사회 정착 기간이 늘어나고 남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눈에 보이더라고요. 임대아파트, 취업 장려금, 미래행복통장까지,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혜택을 정부로부터 받고 있는지 스스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기며 받아온 것이 얼마나 크고 소중한 것인지 삶을 통해 경험한 최 씨에게 성공적인 정착의 기준은 남다르다.

낯선 환경과 서툰 말씨, 남북의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로 인해 가끔 당황하고 상처받기도 하지만, 마음가짐만 똑바로 하면 극복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탈북민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주변에는 아직도 쉬운 일만 찾는 탈북민들이 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진정한 자유는 없다고 봐요. 쉬운 일은 보수도 적고 노력해서 살고 싶은 의지를 사그라지게 만들죠. 그렇다고 꼭 힘든 일을 골라서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는 굳은 마음가짐이면 됩니다."

최 씨는 "어디서 사느냐보다 어떻게 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꿈은 가족들과 함께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또 건설 현장에서 맺은 또 다른 가족들과 어울려 즐겁게 일하는 것도 그에겐 감사한 일이다.

최 씨의 출근 시간은 새벽 5시다. 인천에서 출발해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려 현장에 도착하면 아침을 먹고 7시에 일을 시작한다. 

지금까지 받은 만큼 조금이라도 갚아가며 살고 싶다는 그녀는 오늘도 새벽 공기를 가르며 출근길에 오른다.

<뉴스핌⋅하나재단 공동 기획>

yjle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눈에 보는 트럼프 취임사...6대 키워드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 연설은 이념적인 수사가 가득했던 8년 전 2017년 당시와 다르게 낙관적인 어조 속에서 구체적인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요지는 전 정권에서 약화한 미국의 외교와 경제 영향력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부활'을 알리면서 관세 정책과 경제·에너지 정책, 불법 이민자 정책, 영토 확장, 다양성 정책 재검토 등을 강조한 취임 연설을 했다. 다음은 30분간의 취임 연설에서 언급한 핵심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취임 첫날 캐피탈 원 아레나에서 열린 퍼레이드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1. 미국의 부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황금시대가 지금 시작된다"라고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오늘부터 우리나라는 번영하고 세계의 존경을 다시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지금 국가적 성공의 흥미진진한 새로운 시대의 시작점에 있다"며 "미국은 전례 없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순간을 맞이했다"고 했다. 2. 관세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에 대해 "다른 나라를 윤택하게 하기 위해 미국민에게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또 "관세를 징수할 '대외수입청'을 설립하겠다"며 "외국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이 우리 국고로 흘러와 조만간 아메리칸드림은 전에 없던 방식으로 다시 살아나 번창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경제는 부드럽고 한심하게 약한 무역 협정을 통해 우리 스스로에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세계에 성장과 번영을 제공해왔다"며 "이제 이를 바꿀 때다. 우리는 우리와의 무역으로 이익을 얻는 이들에게 비용을 부과하기 시작할 것이며 그들은 기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3. 경제·에너지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시추를 계속할 것"이라며 "미국은 다시 제조업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가스를 보유하고 있다"며 "그것을 사용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전략비축유를 다시 최대로 채우며 미국 에너지를 전 세계로 수출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그린뉴딜을 끝낼 것이며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철회해 우리의 자동차 산업을 구하고 위대한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했던 나의 신성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4. 불법 이민자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불법 이민자 정책에 대해 "미국의 완전한 복원을 시작하고 상식의 형멱을 이룰 것"이라고 운을 뗀 뒤 "남부 국경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며 "모든 불법 입국은 즉시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백만명의 범죄자 외국인이 그들이 온 곳으로 돌려보내지는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체류 정책(Remain in Mexico policy)을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잡았다가 풀어주기(catch and release) 관행을 종료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를 침범하는 재앙적인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남부 국경에 군대를 파견할 것"이라고 했다. 5. 영토 확장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와 관련해 "미국 선박들은 심각하게 과도한 요금을 부과받고 있고 미국 해군을 포함해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을 중국에 준 것이 아니라 파나마에 준 것이며 이제 그것을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만에 대해서는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으로 변경하겠다고 했다. 또 화성 탐사에 대해서는 "미국 우주비행사들을 화성에 보내 성조기를 꽂게 할 것"이라고 했다. 6. 다양성 정책 재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다양성 정책에 대해 "오늘부로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은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별만을 인정하는 것으로 정해질 것"이라며 "연방정부는 더 이상 젠더 이데올로기를 장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연방 기관들은 여권과 비자와 같은 정부 신분증에서 개인을 생물학적 성별로 분류할 것"이라며 "교도소, 이민자 쉼터, 성폭행 피해자 지원 센터와 같은 시설들은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구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21 10:13
사진
中 인공태양, 세계 최초 1억도 1000초 운행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이 개발 중인 인공 태양이 세계 최초로 1000초 운행에 성공했다. 중국과학원 산하 허페이(合肥) 물질과학연구원은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실험장치인 '이스트(EAST·Experimental Advanced Superconducting Tokamak)'가 20일 수행한 실험에서 1억 도 이상의 플라즈마를 1066초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사가 21일 전했다. 1억 도의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1000초 이상 운행하기는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신화사는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진은 2012년에 플라즈마의 30초 운행에 성공했고, 2016년에 60초를 달성했으며, 2017년에는 101초를, 2023년에 403초 운영을 성공시켰다. 중국과학원의 연구진은 "핵융합 장치가 최소 수천 초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만 플라즈마의 자가 순환을 실현할 수 있으며, 핵융합 발전소가 영구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이번 실험의 성공으로 인공 태양이 기초 과학의 영역에서 벗어나 현실화의 영역으로 접어들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EAST 프로젝트는 초고온, 초저온, 초고진공, 초강력 자기장, 초대전류 등 200여 개 핵심 기술과 200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006년 EAST 장치가 완공된 후 21차례의 물리 실험이 진행됐고, 플라즈마 작동 횟수는 15만 회를 넘어섰다. 연구진은 "EAST를 통해 국제 협력을 확대하고, 미래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핵융합 발전은 지구상에 무궁무진하게 존재하는 수소를 원료로 하며, 방사능과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우려가 없어서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태양의 에너지 생성 과정을 재현하기 때문에 '인공 태양'이라고도 불린다. 상용화까지는 20여 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학원 산하 허페이(合肥) 물질과학연구원은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실험장치인 '이스트(EAST)'가 20일 수행한 실험에서 1억도 이상의 플라즈마를 1066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의 이스트 장치 모습. [신화사=뉴스핌 특약] 조용성 특파원 = 2025.01.21 ys1744@newspim.com 중국과학원 산하 허페이(合肥) 물질과학연구원은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실험장치인 '이스트(EAST)'가 20일 수행한 실험에서 1억도 이상의 플라즈마를 1066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에 성공하자 연구진들이 기뻐하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조용성 특파원 = 2025.01.21 ys1744@newspim.com ys1744@newspim.com 2025-01-21 10:2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