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 금액에 이어 계약자 수도 20%↓
기존 채권보다 RA 수익률 낮아
중장기 투자 수요 적은 것도 한몫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로보어드바이저(RA) 시장에 대한 국내 투자자와 증권사의 관심이 저조하면서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의 수익성이 낮은 데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중장기형 투자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달 RA 시장의 운용 금액은 약 7776억원으로 지난 7월에 기록한 1조9425억원에 비해 약 60% 줄었다. 동기간 계약자 수도 37만7126명에서 29만9466명으로 20.6%가량 감소했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3.11.20 stpoemseok@newspim.com |
RA란 미리 프로그램된 알고리즘을 통해서 프로그램이 투자 결정과 자산 배분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수익성이 낮아 증권사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코스콤의 기준을 통과한 RA를 분류한 R*그룹(테스트베드를 통과해 상용서비스가 가능한 알고리즘)에 포함된 105개 RA 포트폴리오의 지난 15일 기준 평균 수익률은 -4.69%에 그쳤다. MMF 펀드(0.31%), 국내대체형(0.20%), 국내채권형(0.93%), 기타형(0.32%) 등 기존 펀드 시장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중형 증권사 관계자는 "예전 우리 회사도 RA 사업을 진행했는데 수익이 잘 나지 않아 중도 포기했다"며 "지금도 회사 내부적으로 '수익성 떨어지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일반 투자자들이 RA의 투자 전략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것도 주된 이유다. 우선 RA 포트폴리오 구성은 주로 중장기적 투자를 염두에 둔다. 주식 비중이 낮고 채권 비중이 높은 등 안정적 투자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수익률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연스레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투자 성향이 있을뿐더러, 수익률을 기준으로 투자 상품을 선택한다"며 "이런 투자자들 입장에서 RA 투자 상품을 고를 만한 이유는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일반 투자자들이 프라이빗뱅커(PB) 등 직접적인 자산 관리 시스템을 선호하는 현상이 아직도 강하다고 말한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내 자산을 로봇이 굴려준다는 것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여전한 것 같다"며 "종합적으로 RA 투자에 대한 투자자 반응이 미온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디폴트옵션(가입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상품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해 둔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으로 굴러가게 하는 제도) 시행으로 RA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겠냐는 낙관론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운용을 RA시장에 일임하면서 업계 경쟁이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코스콤이 지난달 9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한 RA 퇴직연금 알고리즘 심사에 총 238건의 신청이 접수됐다. 현재 심사를 통과해 상시 운용 중인 알고리즘이 105개인 것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코스콤 관계자는 "물론 신청된다고 해서 전부 심사를 통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50개 안팎이었던 신청수가 이렇게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라며 "퇴직연금 시장 활성화로 RA 시장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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