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범죄의 재구성' '전우치' '도둑들' '밀정' 등 한국 영화의 흥행기를 이끈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 2부로 새로운 도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 2부 개봉과 함께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난 1년 6개월 간 후반 작업에 몰두했던 심경을 털어놨다. 기대치보다 1부가 부진했던 상황 속에서 수십 차례 재편집을 하고 계속해서 150번 이상 편집본을 관람한 고된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제가 뭘 잘못했을까 싶었어요. 2부에서는 후회하고 싶지 않았죠. 초반 시나리오를 다시 쓰고 재촬영을 일부 하기도 했죠. 극중 능파(진선규)가 언제 등장하느냐에 따라 구성이 조금씩 달라져요. 언제쯤 나와야 새 인물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극을 방해하지 않게 몰입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150번을 보면서 감독이 아닌 관객 입장에서 이제 몰입이 되는지 보는 거예요. 방해되는 요소가 있다고 하면 수정하고 다시 처음 보는 것처럼 뇌를 속이죠. 나중엔 그게 재밌어지는 경지에 이르렀어요. 마치 진정한 농부가 돼 가는 것 같았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외계+인'의 최동훈 감독 [사진=CJ ENM] 2024.01.10 jyyang@newspim.com |
최동훈 감독은 1부와 함께 촬영한 2부 분량 중 가장 찍기 어려웠던 장면으로 마지막 전투 장면을 꼽았다. 고려 시대의 무룩, 이안과 두 신선, 현재의 가드, 민개인 등 모두가 모여 세상을 구하는 장면이다. 최 감독은 "이 영화를 어떻게 끝낼 것인가 질문에 답을 해야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연작이라 1부와 같은 세계관에 있고 장르적으론 SF와 판타지가 동시에 공존하는데 오히려 편집하면서 감성적인 느낌이 많이 든다고 느꼈어요. 애초에 이 영화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 관계가 시줄 날줄처럼 얽혀있는데 만나서 이 모험과 모든 일들을 겪고 난 후엔 어떤 상태가 될까. 마치 영화 속 인물들처럼 영화를 만드는 우리도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이 모여서 찍고 있구나 생각도 들고요. 스토리는 끝났지만 이 영화를 어떻게 끝낼 것인가 계속해서 고민해야 했죠."
1부 개봉 당시 국내에서 흔치 않은 연작 시리즈로 영화를 만든다는 게 실험적이고 도전이라는 이들이 많았다. 어쩌면 부진한 성적이 그 탓이라는 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최 감독은 영화가 의도한 결말을 향해 가기 위해 배우들과 소통하며 최선을 다했고, 후련해보였다. 오히려 분량의 여유가 있는 드라마로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견도 없지는 않았다.
"1-2부 나눈 게 실험이라기보다 재밌는 설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코로나 전 상황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죠. 전 아직도 이 영화가 재밌으니까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관객들은 천재적인 인식을 거쳐서 작품을 인식해주는 능력이 있다고 굳게 믿어요. 좋은 영화는 시간이 지나서 다시 봤을 때 또 재밌지 않을까 생각해요. 1부가 굉장히 낯선 이야기라 어디서도 보지 못한 스토리에 대해 장벽이 있었다면 2부 개봉을 하면서는 그 장벽이 낮아진다는 걸 느끼기도 해요. 허들이 좀 낮아졌기 때문에 관객들이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외계+인'의 최동훈 감독 [사진=CJ ENM] 2024.01.10 jyyang@newspim.com |
최동훈 감독과 배우 류준열의 공통적인 이야기는 이 영화가 '인연'에 관한 영화라는 점이다. 최 감독은 주연 배우들은 물론 모든 출연진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아있게끔 빚어냈고, 각각의 배우와 끊임없이 소통했다.
"일단 이안은 스무살 갓 넘은 청춘이지만 던져진 사명이 있는 캐릭터예요. 영화 내내 이안은 굉장히 고독하죠. 그 속내와 사명을, 사연을 알지 못하고 간간이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생존의 문제예요. 숨통을 틔우기 위해 두 신선과 싸울 땐 긴장감을 좀 낮추고 수위 조절을 하기도 했죠. 무륵과 이안은 서로 연민이 있었으면 했어요. 이안이 마지막 결투를 끝냈을 때 어떤 감정일지도 많이 얘길 나눴죠. 영화 안에서 지구를 구했는데 아무도 모르고 뉴스에도 안나와요. 과거로, 우주로 다 흩어져요. 다 돌아가지만 더 이상 이전의 내가 아닌 무륵은 어떤 선택을 할지도 고민했고요."
누군가 영화 감독은 수 만가지 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한 것처럼, 최동훈 감독 역시 매 장면에 인물 하나, 소품 하나, 어떻게 죽을 것인지도 모두 결정해야 했다. 최 감독은 "현실에선 결정을 잘 못하는 편"이라면서도 영화감독만의 권한과 고충, 또 그로 인한 재미와 책임감을 얘기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외계+인'의 최동훈 감독 [사진=CJ ENM] 2024.01.10 jyyang@newspim.com |
"영화는 그 결정을 하는 게 재밌기도 하지만 그 책임을 져야 해요. 길거리를 찍으면 폭이 얼마인지를 계산을 하고 길을 찾아야 하고 차를 배치할 지도 몇 대를 어떻게 댈 지 그려서 줘야 해요. 모든 이유가 있어야 하죠. 카메라도 가서 리듬을 맞춰야 하고요. '암살' 때 촬영하고 쉬고 있는데 연출팀에서 '내일 몇 명 죽나요? 2층에서?' 이렇게 물어요. 총을 어디에 맞나요? 피탄이라고 해서 피주머니를 달아야 하는데 머리는 CG고 몸에 맞으면 특수효과예요. 그러다보니 감독은 숙제를 하는 사람이란 얘기를 한 적도 있어요."
'전우치'의 극중 요소들에서 나온 '암살', '범죄의 재구성'과 '도둑들' 같은 케이퍼 무비의 요소 등 최동훈 감독의 영화는 모두 끈으로 꿰어 이을 수 있을 것 같다. '외계+인'에선 SF 장르에 도전하며 그의 주특기인 설정과 요소들을 새롭게 버무렸다. 동양적인 정신수양을 기반으로 하는 도술과 외계에서 온 존재의 초능력은 서로 대치되기도, 결합되기도 한다. 바로 이런 점이 SF 영화라는 '외계+인'의 장르성을 강력하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했다.
"말하자면 과학의 세계와 마법의 세계인데 과학의 끝에는 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과학이 발달하면 그건 마법이죠. 그 두가지가 붙으면 재밌겠다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전우치가 새로운 악당과 싸운다면 그건 외계인이지 않을까 하는 황당무계한 생각에서 시작됐죠. 한국에 UFO가 오는 건 상상할 수 없다지만 한국에 왔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상상력에서 나온 이야기예요. 인간 안에 뭔가 새로운, 알 수 없는 무엇이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과연 두 신선은 신묘한 능력의 무기가 어디서 났을까요? 아마 외계에서 떨어진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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