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전면 파업 돌입 속 물밑 접촉
6.1% 중재안 실패…전체 버스 98% 파업
노조 "인천·경기보다 임금 낮아 인력이탈"
오세훈 "시민 볼모 안 돼" 노사 타결 촉구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임금인상률을 두고 막판 협상이 불발로 끝난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실무진 간 물밑 교섭을 벌이고 있다. 이르면 28일 오후 협상 타결과 파업 철회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임금 인상 폭을 놓고 간극이 커 타결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2시 20분쯤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의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노사는 전날 27일 오후 3시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 회의를 열고 12시간 가까이 협상을 벌였다. 조정 기한인 이날 오전 0시가 넘자 교섭 연장을 신청해 대화를 이어갔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노조는 오전 4시를 기해 예정대로 파업에 돌입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버스종합환승센터가 비어 있다. 2024.03.28 choipix16@newspim.com |
파업 돌입 후에도 실무진 간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좁혀야할 격차는 크다. 사측은 기본 인상률 2.5%를, 노조는 12.7%를 요구 중이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6.1%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결국 중재에는 실패했다. 노조는 또 근속년수 기준으로 호봉을 1~9호봉에서 1~11호봉으로 변경하고 정년 이후의 조합원에 1호봉 임금 지급 등을 요구했다.
서울버스 노조 파업은 2012년이 마지막으로 당시 20분간 부분 파업이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이번 상황은 많이 다르다. 전체 서울 시내버스 7382대의 97.6%에 해당하는 7210대가 운행을 멈췄다.
노조 관계자는 "버스 기사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의 인천과 경기 지역으로 빠져 나가면서 인력 부족으로 근무환경도 나빠지고 있다"며 "조정이 제대로 이뤄질 때까지 파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 관계자는 "서울 버스기사의 평균임금이나 수당이 7대 광역시와 비교해 결코 적지 않은데 물가상승률 대비 노조가 지나치게 높은 숫자를 부르고 있다"고 맞섰다.
일각에서는 서울시 버스 노조 파업이 4·10 총선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 시내버스는 2004년 7월 준공영제(공공관리제) 시행 후 서울시가 노선, 요금 조정·관리 권한을 갖는 대신 매년 3000억~4000억원의 운송적자를 보전해 3%대 적정 이윤을 보장하고 있다.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임금인상률은 5%대에 미치지 못했던 터다.
버스 파업 사태가 장기화하고 교통 불편과 시민 피로도가 누적되면 현 정부의 정치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시민들의 일상을 볼모로 공공성을 해하는 행위는 그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노사 간 양보와 적극적인 협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오 시장은 이날 김포시장 등과 함께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을 방문해 기후동행카드 적용 전 사전 점검을 하려 했던 일정도 취소했다. 오후로 예정됐던 하남시와의 기후동행카드 사업 참여 업무 협약 또한 불발됐다. 버스 노사 협상 타결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한편 서울시는 시내버스 파업에 따른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27일부터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시내버스 파업 상황을 실시간 점검하고 있다. 이날 오전 4시 첫차부터 비상 수송 대책을 시행 중이다.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대를 1시간 더 운행한다. 심야 운행 시간은 다음날 오전 2시까지 1시간 연장된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무료 셔틀버스 480대를 투입해 매일 총 4959회 다닐 예정이다. 시민들은 기존 시내버스 노선이 지나던 주택가 등에서 버스를 탈 수 있다.
kh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