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에 '확정형 상품' 속이고 780억 투자 혐의
"절차 무시하고 투자해 위험 초래"…구속은 안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대규모 펀드 사기 사건이 발생한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에 전파진흥원 기금 780억원을 임의로 투자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임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현경훈 판사는 18일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기금운용본부장 최모(63) 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에서 구속하지는 않았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현 판사는 "피고인은 하급자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검토 없이 이 사건 펀드를 확정형 상품으로 분류하도록 지시했다"며 "기금운용본부 직원들과 정상적인 논의를 거쳤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자의적으로 펀드를 확정형 상품으로 분류해 상급자인 부원장에게 보고하고 그의 오인 또는 부지를 이용해 결재받은 것으로 업무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한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현 판사는 "준정부기관의 기금운용 총괄자인 피고인은 안정적으로 기금을 운용해야 함에도 정상 절차를 거쳤다면 투자할 수 없는 펀드에 투자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기금 운용 업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사적 관계를 이유로 절차를 무시하고 검증되지 않은 투자 상품에 기금을 투자하도록 해 손실가능성을 노출시키고 안정성 위험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파진흥원이 문제 발생 전 펀드를 모두 환매하거나 만기 투자금을 회수해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은 점, 피고인이 범행 대가로 사적 이익을 취득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현 판사는 최씨의 범행이 펀드 운용사의 사기 범행에 일부 발판이 된 사정이 있지만 최씨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양형에 반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최씨는 2017년 6월경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전파진흥원 기금운용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정영제 전 옵티머스 대체투자부문 대표로부터 투자 청탁을 받고 옵티머스가 운영 중이던 실적형 사모펀드에 전파진흥원 기금 780억원을 투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파진흥원 규정에 따르면 기금을 외탁 운영할 때는 절차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최씨는 해당 펀드를 자체적으로 확정형 상품으로 분류하고 부원장 등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채 전결 규정을 적용해 임의로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옵티머스 펀드 자금 유치를 위해 각종 로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대표는 2022년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을 확정받았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