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설계자'가 그 누구도, 심지어 자기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음모론의 실체를 파헤친다.
강동원 주연의 영화 '설계자'가 29일 개봉한다.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사고를 설계하는 낯선 인물들이 도무지 실체를 알 수 없는 사고와 살해의 미스터리 속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설계자'의 한 장면 [사진=NEW] 2024.05.27 jyyang@newspim.com |
◆ 살인을 사고로 설계하는 사람들…처음보는 강동원의 서늘한 얼굴
거액을 받고 청부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은 보안업체로 위장한 회사를 운영하며 팀을 꾸려 일을 해나가던 중 유력 정치인 딸의 의뢰를 받는다. 해당 사건을 사고사로 조작한 영일의 팀원들은 돌발상황이 벌어지며 예기치 않은 희생을 감수하게 되고, 영일은 청부살인을 조직적으로 하는 대기업 '청소부'의 존재를 의심한다.
강동원은 지난해 추석 '천박사' 이후 9개월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며 완전히 다른 장르에 도전했다. 웃음기라곤 없는, 신분도 정체도 베일에 싸인 설계자 영일로 그는 모든 사건을 조작하고 완벽한 사고사로 위장한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영일의 표정은 늘 어둡고 서늘하다. 병적인 의심에 시달리고 결국 스스로조차 믿지 못하는 그의 표정이 경악과 분노로 얼룩질 때 관객들은 강동원의 가장 낯선 얼굴을 목도하게 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설계자'의 한 장면 [사진=NEW] 2024.05.27 jyyang@newspim.com |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설계자'의 한 장면 [사진=NEW] 2024.05.27 jyyang@newspim.com |
월천 역의 이현욱은 묘하게 중성적인 매력으로 예기치 못한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한다. 화장으로 가린 얼굴처럼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그의 행동은 영일과 묘한 엇박자를 이룬다. 점만 역의 탕준상, 재키 역의 이미숙, 주영선 역의 정은채도 특유의 개성있는 연기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빚어냈다. 경찰인 양경진 경사를 연기한 김신록 역시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 의문에 둘러싸인 사고와 살인…설계와 음모론 사이 진실은
이 영화의 미덕은 시종일관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와 별개로,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는 데에 있다. 영일이 손 댄적 없는 사고와 느닷없이 마주했을 때의 충격은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해진다. 좀처럼 이입할 수 없을 것 같은 설정의 영일의 입장에서 영화 속 사건, 인물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계속해서 의심하게 만든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설계자'의 한 장면 [사진=NEW] 2024.05.27 jyyang@newspim.com |
사고를 설계하는 당사자이기에, 모두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영일의 처지도 아이러니하다. 영화 속 모든 사고들이 과연 '사고'로 치부하고 묻을 수 있는 일인지, 다른 배후가 있는 것인지 결말을 보고서도 관객들은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수없이 제기되는 '음모론'의 실체는 무엇인지, 과연 이득을 보고 이용하는 이들은 누구인지를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