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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이제는 정치혁신'] 아이스크림, 팥빙수, 커피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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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합리적 선택의 역설

투표할 때도 가성비를 따진다. 문제는 내가 좋아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없다면 복잡해진다. 이 경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에서는 제일 가성비가 높은 투표행태는 바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대상을 먼저 배제하고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 즉 차선 혹은 차악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할 때 좋은 것이 없다면 더 싫은 것을 배제하고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두 개다 싫다면 기권하거나 투표소에서 무효표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선거제도를 적용할 때 비합리적 선택행위의 문제, 혹은 하나의 선택으로 정확히 유권자의 뜻을 알 수 없을 때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나아가 선거제도를 개혁하고자 할 때, 무엇을 우선 고려해야 하고 어떻게 진행을 해야 할까?

선택지가 하나 밖에 없을 때의 아쉬움

매운탕 식사 후 아이스크림과 커피 중 꼭 하나를 선택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 입을 정리하고 싶어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는데 동이 났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커피를 마실까?" 고민하다가 다시 메뉴를 보니 팥빙수가 눈에 들어왔다. 팥빙수와 커피 중 무엇이 좋을까?" 다시 고민에 빠진다.

그런데 팥빙수는 양이 조금 많을 것도 같고, 조금 비싼 것도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커피를 골랐다. 맛있게 마시고 사무실에 들어가는데, 아이스크림 가게를 지나가다가 결국 아이스콘 하나를 집어 들고 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사실 텁텁한 입 정리를 위해 단 것이 먹고 싶었는데, 일행들 때문에 결국 그 자리에서 커피를 선택한 결과다. 커피는 단지 대체재일 뿐이지 결국 원했던 것은 아이스크림이었기 때문이다. 몸에서는 단 것이 더 당긴다는 신호를 줄기차게 보내고 있었다. 팥빙수가 그 다음 대안이었지만 머뭇거리다 결국 커피를 선택하게 되었다.

결과를 놓고 따져 보면 아이스크림 > 팥빙수 > 커피 순으로 기호순위를 정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세 개 중 커피를 선택했지만, 끝까지 아쉬움이 남는 선택이었다. 그래서 다시 처음 의도대로 아이스크림의 아쉬움을 아이스콘이라는 대체재로 달랠 수 있었다.

여기서 선거라는 현실로 설명해 보자

평상시에는 A라는 정당의 당정체성과 이상, 그리고 가치가 마음이 들어 지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현재 당의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다. B라는 정당의 대안은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새로 생긴 C나 D 정당을 두고 고민에 빠진다. D 정당은 B와 정체성이 비슷해 C를 선택할까 심각하게 고민한다. 그런데 마음 한켠에는 차라리 B를 선택해 A에게 자극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끝에 B를 선택하기로 했다.

이 유권자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B였지만 기호순위에서는 A > C > B > D 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3동 제7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4.04.10 choipix16@newspim.com

유권자들의 복잡한 기호의 순, 1개의 선택 대안으로 불가능해

위에서 설명한 아이스크림, 팥빙수, 커피를 12명이 시켜 먹는다는 상황으로 다시 생각해 보자. 부서원 전체가 3가지 중 좋아하는 것을 각자 하나씩 선택하라고 해 배달해 먹는 방식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간단하게 하나만 선택해야만 된다는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투표로 이렇게 진행된다.

아이스크림: 3표
팥빙수: 4표
커피: 5표

커피는 5표를 얻어 전체 12명의 의사를 대표해 선택되었다. 커피는 5표를 얻어 다른 7표를 압도해 선택된 셈이다. 그런데 아이스크림과 팥빙수를 원했던 사람들은 다수(7 대5)였던 자신들의 기회가 무시된 것 같아 못내 아쉽다.

이것이 민주주의 선거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12만 명의 유권자를 가진 선거구에서 A, B, C 세 정당 중 B는 42퍼센트를 얻어 58퍼센트를 얻은 A와 C의 합을 이겨 승리하게 된다. 이 방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단순다수대표제(simple majority 혹은 plurality)다. 다른 표현으로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육상선수가 이긴다고 해서 1등 결승선 통과제 (First-Passed-the-Post, FPTP system)라고도 한다.

한 개만 뽑을 때 기호투표제를 적용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스크림과 팥빙수는 상호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절대로 커피는 두 제품 중 하나를 이길 수가 없게 된다. 결선 투표제를 선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스크림과 팥빙수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결선투표에서 절대로 커피가 둘의 합을 이길 수 없게 된다.

합리적 선택이론(rational-choice theory)에서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부터 최대의 효용(maximum utility)을 얻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즉 효용은 요즘 말로 치면 가성비라 할 수 있다. 치르는 비용과 노력으로 가장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선택 대상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비합리적 선택의 결과가 되기 때문에 공정한 게임의 룰이 아니라고 비난 받고 있다. 비합리적 선택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선거제도의 발명, 1인 단순선택의 문제점 해결책으로 연구시작

1770년 프랑스 왕립협회 회원이었던 장 샤를르 보다(Jean Charles de Borda, 1733-1799)는 다수의 지지를 받지 않은 사람이 한 조직을 대표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개선할 방법이 없는가 고민하다가 종합점수제를 고안하게 되었다. 수학자였던 보다는 전체 후보들 (n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으로, n점, n-1점, n-2점, …. 이렇게 회원들이 후보자들에게 점수를 주게 한 후 합산하면 가장 합리적 제도라 생각했다. 방법은 이랬다.

Borda 방식 선거제도

<표1>에서 단 한판으로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회원X와 회원Y의 최고점을 받은 A후보가 선택되어야 한다. 처음 두 사람에게는 2위를 기록했지만, 마지막 회원Z에게서 1위를 받은 후보 B는 2위에 머물러 있게 된다.

Borda는 1인 대표를 뽑을 때 1등을 지지한 사람이 많다고 해도 각 후보의 회원들은 후보들의 타고난 능력, 재능, 업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점수화 하면 합산된 점수는 기호(혹은 혐오)의 합이므로 대표선출의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 생각했다. 이 투표방식은 유럽가요대항전 (Eurovision Song Contest)에서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각국의 대표들이 준비한 노래경연이 끝난 후 각국의 심사위원들이 돌아가며 심사위원단에서 뽑은 후보마다 점수를 발표하는 모습은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려 TV 앞에 있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더하게 하는 요소다.

하지만 기호의 합(sum of preferences)이 대표선출의 핵심요소가 아니라 모든 후보들을 한 명씩 상대하게 해 가장 많이 이긴 후보가 승리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인 판단을 한 수학자가 있었다. 콘도셋 후작(Marquis de Condorset)은 보다(Borda)와 함께 프랑스 왕립협회 회원으로 동시대에 활동하면서 후보들 중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을 뽑으려면 다른 후보들과 경쟁해 가장 많은 승리를 한 후보가 가장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즉 뽑는 사람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경기하는 사람이 주도적으로 잘 할 수 있는 것을 결과로 보여주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출방법으로 본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축구의 프리미어리그를 생각해 보자. 리버풀, 아스널, 맨체스터시티, 토트넘 중 누가 더 잘할 것인가를 축구팬들이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한다는 것을 승리로 보여줘 입증해야 한다는 논리와 같다. 가장 많은 승수를 챙기는 팀이 승리를 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맺는다. 즉 콘도셋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 이기는 사람이 승리를 할 수 있도록 해 선출하는 방식이 기호투표보다는 훨씬 낫다고 본 것이다.

콘도셋 선거제도의 문제점은 출전하는 팀 수가 홀수일 때 동률의 승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를 콘도셋 패러독스(Condorset paradox)라 한다. 또한 투표라는 상황 속에서 후보자들 간에 공개경쟁을 시켜 평가하는 방식은 후보가 난립할 경우 경쟁기간이 너무 길어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를 수학적으로 가능하게 한 것이 단기이양식 기호투표제다.

결선방식을 단 한 번에 끝나는 방식

보다 방식(Borda count method)은 커다란 장점에도 불구하고 선거라는 방식에는 폭넓게 선택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복잡한 점수 환산과 합산의 번거로움에 있었다. 즉 10명의 후보가 난립할 경우 10점부터 1점까지 환산해 점수화 한 후 각 후보에게 부여하기 때문에 1000명 이상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선거에서는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점수 대신 기호 순을 적용한 제도가 바로 단기이양식투표 방식이다.

투표자와 후보자 수에 따라 결정되는 쿼터를 얻지 못한 후보들을 하나씩 탈락시키는 과정에서 최고선호 후보자들만 남게 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만 명의 유권자가 있을 때 2명을 한 선거구에서 선출한다고 하며 5000명의 표를 얻은 후보는 1석을 차지하게 하는 구조다. 이 때 5000명의 표를 얻지 못한 후보들은 가장 낮은 선호를 후보부터 한 사람 씩 탈락시키면서 탈락한 후보가 1위로 선택한 후보 그 다음 후보가 표를 양위 받으면서 획득한 표를 다시 합산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한 사람 씩 탈락시키면서 진행하다 보면 5000표에 가장 먼저 근접한 후보들이 선택을 받게 된다.

단기이양식 투표방식 (Single Transferable Vote System) [그림=위키피디아]

위의 그림에서는 어느 호텔에서 7개의 음식 중 파티에 참여하는 23명의 손님이 선호하는 3개를 순서대로 고르게 하는 절차를 따른다. 23명의 손님 (즉 유권자) 수를 3개의 음식 (즉 후보)를 나누면 7.6표가 나온다. 이를 반올림하면 8표를 얻은 음식이 선택 받게 된다. 쿼터를 초과하여 얻은 잉여표는 그 만큼 그 다음 선호음식에 이양한다. 이 쿼터제를 영어권에 처음 적용한 토마스 헤어(Thomas Hare)의 이름을 따 헤어쿼터(Hare quota)라 한다. 헤어쿼터제는 현재 브라질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홍콩에서도 최근까지 사용한 제도다. (위에서 소개된 음식 수 (n) 에 1을 더해 모수를 높여주는 경우, 즉 n+1 위의 경우를 다시 사용하면 3+1= 4를 모수로 정해 나눠주면 23/4 = 5,75가 되어 반올림 6표를 쿼터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드룹쿼터(Droop quota)라 하며 연구결과에 따르면 큰 정당에 더 우호적인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드룹쿼터는 아일랜드, 북아일랜드, 말타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적용되고 있다. n+2를 제수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임페리알리 쿼터(Imperiali quota) 방식이라 하며 체코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위에 소개한 음식을 비유해 23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드룹쿼터제를 적용해 보면 배, 케이크, 햄버거 순으로 선택 받게 된다. 그 과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배는 6표로 확정. 쿼터 6을 넘은 나머지 2는 이양. 배를 선택한 손님은 두 번째로 딸기를 선호.
2단계: 배의 잉여 2표는 딸기에 이양되어 딸기는 합 3표.
3단계: 가장 낮은 2표를 얻은 초콜릿은 제거. 초콜릿에서 제거된 한 표는 그 다음 선호인 케이크로 이양. 케이크는 원래 받은 3표에 1을 더해 합 4표를 얻음
4단계: 그 다음 낮은 3표를 받은 딸기는 제거됨. 이 표는 케이크로 이양되어 케이크는 총합 6표를 받아 쿼터가 충족되어 확정.
5단계: 그 다음 낮은 표는 3표를 얻은 닭다리는 제거됨. 이 표는 햄버거로 이양. 햄버거는 닭다리에서 온 3표를 더해 원래 4표와 함께 7표를 획득. 쿼터가 6표이기 때문에 햄버거 확정.

이렇게 해서 기호투표제가 적용된 투표방식으로 배, 케이크, 햄버거의 순으로 차례로 선택받게 된다. 5단계로 나누어진 전 단계를 거치며 선택되고 탈락한 음식을 순서대로 표시해 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표시할 수 있다.

단기이양식 투표 결과 [그림=위키피디아]

이를 정당에 적용하면, 좋아하는 정당들에게 출마한 후보들의 순위를 정해 가장 낮은 선호도를 받은 정당들부터 탈락시켜 가면서 이양을 통해 쿼터를 채운 후보들을 선택하는 방식은 현재 아일랜드에서 적용되고 있다. 아일랜드는 1922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이후 사용해 오고 있으며, 1959년과 1968년 두 번에 걸쳐 영국과 같은 단순대표제(FPTP)로 개혁을 시도했으나 국민들은 단기이양식 투표제도를 버리지 않고 102년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수학자였던 영국의 토마스 라이트 힐 (Thomas Wright Hill)에 의해 1819년 최초로 고안되고, 덴마크의 칼 안드레 (Carl Andræ)가 덴마크 상원선거에 적용했으며, 영국의 토마스 헤어(Thomas Hare)가 단기이양식 선거방식을 1857년에 소개하면서 뉴질랜드에 적용되어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이 제도는 유권자들이 후보들에 대한 선호에 따라 순위를 정해 이를 투표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매우 현실적이고 정확한 선거제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아일랜드와 몰타, 두 나라만 적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 대답은 단점에서 찾을 수 있다.

단기이양식 선거제도는 높은 유권자들의 정치지식과 관심을 전제로 한다. 이 제도 하에서는 유권자들이 선거구에 출마하는 모든 정당들의 의회활동을 항상 모니터링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선거제도 하에서 보다 투표율이 낮다. 정치적 관심 뿐 아니라 낮은 문맹률이 필수적이다. 최근 들어 유권자들의 정치적 관심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표율이 다른 비례대표 선거제를 적용하고 있는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최근 2020년 선거에서 62.9%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고, 2016년 선거에서 64.5%, 2011년 69.2%로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다른 비례대표제 선거의 경우 75%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음을 알 수 있다.

또 한가지 이유로 정당내 (internal party)와 정당간 (inter-party) 비교의 대상을 선호도에 따라 순위를 메기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당의 후보들과 다른 당 후보들을 비교해 가면서 후보를 순서대로 선택한다는 것이 유권자들에게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제도가 유권자들의 높은 정치적 관심과 후보선택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선거제도에 비해 많은 여러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들에게서 외면받고 있는 이유다.

선거제도의 2+2 변수

옥스포드 선거제도 핸드북 (The Oxford Handbook of Electoral Systems)에서 선거제도는 국가의 숫자만큼 존재한다고 할 만큼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단하게 요약한다면 2개의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선거공식(electoral formula)라고 불리는 두 가지 분류방식이다. 그 두가지는 바로 다수제와 비례제다. 다수제 안에도 단순다수제와 절대다수제로 나뉘고, 비례제 안에서도 정당명부식 최대잉여제(largest remainer)와 최대평균제(highest average) 방식으로 나뉘어 쿼터제와 제수방식 등을 적용하고 있다. 쿼터제는 위에서도 지적했듯 헤어식, 드룹식, 임페리알리식이 있고, 제수방식에는 동트방식(d'Hondt method)과 상라게방식(Sainte-Laguë method) 방식, 수정상라게방식(modified Sainte-Laguë method) 등 이 두 가지만 비교해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고 다양해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두 번째 변수는 투표용지 구성방식(ballot structure)에 따른 구분이다. 투표용지에 정당과 후보자를 동시에 선택하게 할지, 아니면 정당과 후보자들 선택하게 한 다음 선호하는 순서대로 번호를 적게 할 것인지, 원하지 않는 후보의 이름을 지우게 할 것인지 등 수많은 방법이 사용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선거공식과 함께 두 번째의 요소를 더하면 수도 셀 수 없을 만큼의 투표방법을 고안해 낼 수 있다.

이와 함께 두개의 요소를 더 추가할 수 있다. 선거구의 크기(size of electoral districs)와 최소득표율(threshold)제다. 선거구에서 1명만 뽑을 것인지, 2명 이상 다수를 뽑을 것인지로 구분해 소선거구, 중선거구 (2-5인), 대선거구 (6인 이상부터 전국을 한 단위로 보고 투표) 등을 적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소득표율은 비례대표 배분에 참가할 수 있는 정당의 범위를 정할 때 적용되는 기준이다. 최소득표율이 낮을수록 더 많은 정당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고, 높을수록 신생정당과 소수정당들에게는 배분의 기회를 박탈한다. 네덜란드는 배분참여를 위한 최소 한 석을 요구하고 이는 실질적으로 최소득표율 0.66퍼센트에 해당되며, 튀르키예의 경우 7퍼센트를 적용해 소수정당의 난립을 방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례석의 배분에 참여하려면 지역구 5석 혹은 정당 전국득표율 3퍼센트를 요구하고 있어 신생정당에게는 의회에 진출하는 것이 쉽지 않은 편이다.

선거제도를 개혁하기 전에 고민해야 할 것들

21대 선거 막판까지 병립형, 연동형, 준연동형을 놓고 줄다리기만 하다가 결국 지역구 한 석을 늘리고, 준연동형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 4.11 총선 한 달 전이다. 정개특위의 구성으로 선거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본다는 약속과 국회의장 주도로 전체의원이 참여하는 선거법 개정논의를 완성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못한 채 야당대표에게 결정권이 주어지는 비민주적 방법으로 결정된 선거제도로 22대 총선이 치러졌다.

한국에서 선거제도개혁에 대한 연구를 가장 심도 있게 진행해온 학자들이 참여해 여러 차례 정개특위와 함께 토론회를 거치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실패는 미리 예견되어 있었던 셈이다. 그만큼 두 거대 정당은 소선거구제 중심의 비례대표제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정당들이 선거개혁에 대한 의지가 매우 낮은 상황에서 캐나다와 네덜란드가 시도했던 시민참여모델을 제안해 본다. 2005년 출범한 네덜란드 연립정권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시민포럼을 구성하기 위해 5만4400명의 유권자에게 서신을 보내 회신한 4000여 명 중 설명회에 참여한 시민은 2107명에 달했다. 시민포럼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1700명 중 140명을 최종 선발해 정식 출범했다. 워킹그룹별로 나눠 매주 금-토요일 오후 동안 선거제도 학습, 공청회, 워크숍 운영, 유권자들과 대화를 통한 의견청취 등 8개월간의 대장정 끝에 만든 개혁안을 자체 투표를 통해 결정한 최종안을 발표했다. 정부에 전달된 건의안을 국민투표에 붙이지는 못했지만, 정당과 의회에서는 더 이상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 없는 압박을 가한 것은 사실이다.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된 캐나다의 브리티쉬 콜롬비아주 선거개혁시민의회(The British Columbia Citizens' Assembly on Electoral Reform, 2004년 1-12월 활동)와 온타리오 주 선거개혁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 on Electoral Reform, 2006년 9월-2007년 5월 활동)의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노력도 눈여겨 볼만 하다. 캐나다의 경우 두 독립주에서 추진한 시민의회의 활동결과를 통해 도출된 제안이었기 때문에 주민투표에 부쳐 모두 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이 주도적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해 개혁여론을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깨어 있는 중립적 시민들이 필요할 때

두 거대 정당들이 선거제도 개혁의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시민포럼을 만들어 의논을 시작해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결국 국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해야 성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헛수고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국민들이 더 깊게 선거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학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노력이 결국 정당들을 선거제 개혁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기폭제를 제공할 수도 있다. 정치인들의 무능과 무관심을 탓하기 이전에 깨어 있는 시민들이 모여 커피를 선택하고 난 후 후회하거나, 가성비 없는 정당을 선택해 한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주도했으면 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연혁 교수. 2024.01.15 mironj19@newspim.com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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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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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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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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