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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앤드존슨 은퇴자에 인기? 배당으로 생활비와 의료비 쏠쏠

기사입력 : 2024년06월16일 08:00

최종수정 : 2024년06월16일 09:34

타이레놀과 베이비로션은 잊어라…왜?
주력의약품 특허만료와 소송으로 위기
공격적인 의료기기 M&A로 위기 돌파?
3%대 배당률로 은퇴자들에게 인기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한국에서는 '은퇴'라는 단어가 몇 년 전부터 대유행 중이다. 정년퇴직을 앞둔 나이 50대 직장인수만 무려 669만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향후 10년 간 질서정연하게 순차적으로 은퇴할 예정이다. 그 외 젊은 층 사이에서도 조기은퇴, 일명 파이어족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다.

◆ 미국∙한국 베이비부머 대 은퇴 시대…헬스케어 주식 수혜

실제 은퇴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의 최대 고민은 2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고민은 은퇴생활을 풍요롭게 영위할 양호한 현금흐름이다. 매월 써야 할 생활비가 부족한 은퇴 생활은 고통이다. 따라서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지는 중요한 고민거리다. 두 번째 고민은 건강이다. 50대부터는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음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이 서로 다른 2개의 고민이 접점을 보이는 지점이 있다. 바로 미국 제약∙바이오 주식 투자다. 미국의 제약∙바이오 주식은 대체로 배당수익률이 양호한 편이다. 따라서 은퇴자가 헬스케어 주식에 투자할 경우 배당금으로 생활비를 일부 충당할 수 있게 된다.

더 중요한 건 헬스케어 분야의 높은 성장성이다. 미국과 한국 은퇴자들은 주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다. 구매력이 가장 높은 이들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한국은 2025년부터 만65세 인구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 이에 따라 최대 관심사가 '건강관리'로 급격히 이동 중이다. 덩달아 헬스케어 주식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은퇴자들에게 필요한 건 고성장보다 고배당?

유망한 헬스케어 종목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제약 주식이 있다. 바로 획기적인 비만 치료제를 개발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다. 이 2개의 제약주는 폭발적인 상승률로 주식 투자자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줬다.

하지만 은퇴자들에게는 변동성 높은 성장주보다 안정성 높은 고배당주가 더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한국의 은퇴자들에게는 배당수익률이 3%가 넘는 존슨앤드존슨도 인기 있는 제약 종목 중 하나다.

미국에서는 50년 이상 배당을 늘려온 기업을 '배당 왕족주(Dividend Kings)', S&P500 종목이면서 25년 이상 배당을 늘려온 기업을 '배당 귀족주(Dividend Aristocrats)'라고 칭한다.

여기에 속한 기업들은 이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따라서 웬만하면 매년 조금씩이라도 배당을 증가시킨다. 특히나 존슨앤드존슨은 무려 62년째 배당금을 늘려왔다. 대표적인 '배당 왕족주'라 할 수 있다.

[사진 = 셔터스톡]

◆ 안정적인 제약 배당주 존슨앤드존슨의 역사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J&J)은 1886년에 미국에서 설립됐다. 설립 된지 138년이 지났으니 역사와 전통이 상당하다. 초기에는 반창고를 대량 제조하는 회사로 출발했다. 이후 1921년에 세계 최초로 '응급처치 키트'를 만들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1961년에는 벨기에의 얀센(Janssen)사를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이를 통해 제약 분야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이뤘다. 현재는 거대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한다.

존슨앤드존슨의 대표 제품으로는 과거에도 유명했지만 코로나19 때도 불티나게 팔린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이 있다. 그 외에 아기위생용품인 '존슨즈 베이비로션'이나 스킨케어 브랜드인 '뉴트로지나'와 '클린앤클리어', '아큐브 콘텍트렌즈', 구강 청결제 '리스테린' 등 한국에서도 인지도 높은 제품들이 많다.

성장과정에서 위기도 있었다. 첫번째 위기는 1982년에 시카고의 약국에서 구매한 '타이레놀'을 먹은 사람들이 다수 사망한 사건이다. FBI의 수사 끝에 누군가 고의로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넣은 사실이 밝혀졌다. 존슨앤드존슨 최악의 위기였다.

하지만 경영진의 대응은 현명했다. 먼저 용의자에 현상금을 걸었다. 또 이미 판매된 타이레놀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론에도 알렸다. 이미 판매된 타이레놀은 모두 수거하고 환불 조치했다. 그 당시로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이런 과감한 조치로 인해 회사가 입은 손실도 상당했다. 하지만 급감했던 타이레놀 판매량이 과거보다도 더 늘어난 계기가 됐다. 존슨앤드존스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큰 신뢰를 얻게 된 것도 의도치 않은 성과다.

존슨앤드존슨의 두 번째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바로 베이비파우더의 발암물질 관련 소송이다. 2018년에 존슨앤드존슨이 베이비파우더의 주원료로 사용했던 활석이 발암물질인 석면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존슨앤드존슨은 부인했지만 무려 4만여명의 소비자들이 소송을 건 상태다.

이런 논란에 존슨앤드존슨은 문제의 베이비파우더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이와 동시에 주가도 대 폭락했었다. 존슨앤드존슨은 2023년에 집단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약 12조원(89억 달러)의 합의금을 제안한 상태다. 아직 사건이 확실히 마무리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진정국면에 들어간 상태다.

◆ 주력사업부 '혁신의약품'과 '의료기술' 분야로 재편

과거 존슨앤드존슨의 대표 품목들은 모두 소비자 건강사업부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2023년에 존슨앤드존슨은 소비자 건강사업부를 '켄뷰'라는 자회사로 분사시켜 상장시켰다. 이후 상당한 지분매각도 진행됐다. 따라서 소비자들에게 인지도 높았던 과거의 대표 제품들은 현재의 존슨앤드존슨과는 상관이 없어졌다. 아쉬운 부분이다.

소비자 건강사업부가 떨어져 나간 뒤 존슨앤드존슨의 주력사업부는 현재 혁신의약품분야(Innovative Medicine, 기존 얀센)와 의료기술분야(MedTech) 2개로 단순화됐다. 2023년 기준 전체 매출 중 혁신의약품 분야 매출은 74조원(548억달러)으로 64%의 비중을 차지했다. 의료기술분야 매출은 41조원(304억달러)의 36%의 비중을 차지했다.

◆ 의약품 매출 원투 펀치는 '스텔라라'와 '다잘렉스'

존슨앤드존슨의 혁신의약품 분야 중 2023년 매출 1위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Stelara, 성분명: 우스테키누맙)'다. 매출액은 14조7000억원(109억달러)이다. 과거에 얀센이 개발했는데 건선, 관절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의 치료제로 쓰인다. 그 동안 존슨앤드존슨을 먹여 살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매출 2위는 표적 치료 항암제 '다잘렉스(Darzalex, 성분명: 다라투무맙)'다. 13조1000억원(97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잘렉스는 다발골수종 치료제로 쓰인다. 다발골수종은 골수에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형질세포가 악성 변화하는 혈장세포의 암이다. 환자 평균 연령은 70대로 완치는 쉽지 않은 병이다.

매출 3위인 '인베가 서스티나(Invega Sustenna, 성분명: 팔리페리돈)'의 매출액은 5조6000억원(41억달러)이다. 조현병(정신분열증)치료제로 쓰인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형태다. 따라서 한 달에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매일 먹는 약보다 편의성이 높아 인기다.   

매출 4위인 '임브루비카(Imbruvica, 성분명: 이브루티닙)'의 매출액은 4조4000억원(33억달러)이다. 혈액암 치료제로 쓰인다. 치료효과는 강력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최근 타 제약사들의 혈액암 치료제가 경쟁적으로 등장하며 매출액이 전년보다 -13.7% 감소했다.

매출 5위 '트렘피어(Tremfya, 성분명: 구셀쿠맙)'로 2023년 매출액은 4조2000억원(31억달러)을 기록했다. '트렘피어'는 '스텔라라'와 유사하게 건선과 크론병 등의 치료제로 쓰인다. 최근의 크론병 임상시험에서 스텔라라보다 우수한 효과를 입증해 차세대 치료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 밖에도 전이성 전립선암 치료제 '얼리다(Eleada)'가 3조2000억원으로 6위, 심혈관치료제 '자렐토(Xarelto)'가 3조2000억원으로 7위,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심퍼니(Simponi)'가 3조원으로 8위, 크론병 치료제 '레미케이드 (Remicade)'가 2조5000억원으로 9위를 기록했다. '레미케이드'는 특허만료로 인해 바이오시밀러가 쏟아져 나오면서 매출액이 전년보다 -21.5% 감소했다.

존슨앤드존슨 혁신의약품 부문은 타 제약사에 비해 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이 많은 편이다. 다양한 의약품 포트폴리오는 존슨앤드존슨의 강력한 경쟁력이다.

◆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특허만료까지…악재 산재

미국은 한국과 달리 약가를 정부가 직접적으로 규제하지 않는다. 일단 FDA의 임상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해당 신약을 보유한 제약사는 자체적으로 마음껏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이런 미국 방식은 제약·바이오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혁신 신약 개발을 활성화시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약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생겨난 게 바로 2022년 8월에 발표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이 법에는 의료비 절감을 위한 의약품 가격 개혁이 포함됐다. 1년뒤인 2023년 8월에 드디어 공공보험 메디케어에 적용할 1차 약가 인하 의약품 10개가 공개됐다.

안타깝게도 이 10개의 의약품 중 존슨앤드존슨과 관련된 의약품이 무려 3개나 포함됐다. 매출 1위인 '스텔라라(Stelara)', 매출 5위인 '트렘피어(Tremfya), 매출 7위인 '자렐토(Xarelto)'가 그 주인공이다. 이 약품들은 앞으로 마진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포함된 의약품들은 미국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와 협상을 통해 '메디케어'에 저렴한 가격으로 의약품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 고령자 및 장애인 6600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보험'을 말한다.

설상가상으로 2023년에는 존슨앤드존슨 의약품 매출 1위인 '스텔라라(Stelara)'의 특허가 만료됐고 2024년에는 심포니(Simponi)의 특허도 만료된다. 이에 따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시밀러들이 줄줄이 쏟아질 예정이다.

◆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 신약, 블록버스터 예약?

이런 가운데 존슨앤드존슨은 미래 혁신의약품으로 항암제 쪽에 더 에너지를 쏟는 중이다. 항암제 쪽 성장을 주도할 후보로는 다잘렉스(다발성골수종), 카빅티(다발성골수종), 탈비(다발성골수종), 텍베일리(다발성골수종), 얼리다(전립선암), 리브리반트(비소세포폐암) 등이 있다.

특히 올해는 유한양행이 얀센(존슨앤드존슨)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Leclaza)'와 얀센의 표적항암제 '리브리반트(Rybrevant)'의 병용요법이 FDA의 품목허가를 받을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리브리반트'와 '렉라자'는 이미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단독요법으로 승인 받은 약물이다.

추가로 존슨앤드존슨(얀센)은 얼마 전 종료된 세계 최대의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4)에서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등을 병용투여한 임상을 여럿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IV(정맥주사)제형과 SC(피하주사)제형을 비교하는 3상 임상에서, 피하주사제형이 더 나은 "효능"을 보이면서 이목을 끌었다. 

만약 '리브리반트'가 비소세포폐암 1~2차 치료 시장 적응증까지 추가할 경우 시장 규모는 상당하다. 특허만료로 매출 감소가 확정적인 '스텔라라'의 공백을 메꿀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존슨앤드존슨, 의료기술 분야(MedTech)에 승부수?

존슨앤드존슨의 의료기술분야 매출은 41조원(304억달러)으로 전체의 36%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의료기기는 고마진 사업이다. 존슨앤드존슨은 마진 확대를 위해 의료기기 분야를 장기적으로 키우려 한다. 현재 주요 기술로는 인공관절, 수술기구(심장 펌프 등), 척추관리, 스포츠의료기구, 안과, 초음파검사 등이 있다.

2023년에 의료기기(Medtech) 분야 매출은 전년 대비 10.8% 증가했다. 수술(Surgery) 3.6%, 정형외과(orthopaedics) 4.1%, 안과(Vision) 4.6% 등 전 부문이 고르게 성장했다. 특히 중재 솔루션(Interventional solutions)이 47.7% 급성장해 실적기여도가 컸다.

이는 심혈관 부문에서 전 세계적인 시술 증가 및 신제품 수요증가에 힘입어 전기생리학 매출이 19% 증가한 영향이다. 또 심혈관 의료기기 회사 '에이바이오메드(Abiomed)' 인수 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초소형 심장 펌프인 '임펠라 (Impella)'도 매출이 기대되는 제품이다.

◆ 공격적인 M&A로 위기 돌파?

최근 모든 제약사들의 공통점은 생존을 위한 M&A다. 자사의 주력 의약품 특허만료에 따른 대응책으로 개발속도가 빠른 검증된 타사 의약품들을 공격적으로 M&A하고 있다. 그런데 존슨앤드존슨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다른 대형 제약사들과는 좀 결이 다르다.

존슨앤드존슨은 지난 2022년 11월에 소형 심장 펌프 제조업체 에이바이오메드(Abiomed)를 22조4000억원(166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또 심장 임플란트 기업인 라미나(Laminar)도 5400억원(4억 달러)에 인수했다.

2024년 들어서는 '혈관 내 쇄석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심혈관 질환 의료기기 특화 기업인 '쇼크웨이브 메디칼(Shockwave Medical)' 마저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가는 17조7000억원(131억 달러)이다.

이번 빅딜로 존슨앤드존슨은 심혈관 중재 분야에서의 퍼즐을 모두 맞추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게 됐다. 심혈관 질환은 암에 이어 전 세계 사망원인 2위를 기록 중인 만큼 향후 높은 성장성이 기대된다. 특히 의료기기는 고마진 사업이라 장기적으로 존슨앤드존슨의 수익성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년간 존슨앤드존슨의 주가는 여러 악재로 인해 부진한 모습을 보여 왔다. 주가가 부진한 만큼 배당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3.3% 수준이다. 만약 존슨앤드존슨의 공격적인 M&A와 신약개발이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라면 높은 배당률로 은퇴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존슨앤드존슨'의 주식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longinu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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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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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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