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영상 금융

속보

더보기

[영상] ③희귀병 치료제 37억원인데 주가는 곤두박질…바이오 ETF가 정답?

기사입력 : 2024년01월22일 17:01

최종수정 : 2024년01월22일 17:01

미국에서 가장 비싼 약 상위 7개의 가격은?
37억원 약 개발한 블루버드바이오 주가 쪽박…왜?
바이오 주식, 개별투자보다 ETF가 유리한 이유
폭망한 캐시우드 ARKG ETF 역발상 투자 통할까?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만약 37억원이라는 초고가 치료제를 개발한 제약회사가 있다면 과연 떼 돈을 벌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제약회사가 신약 개발을 통해 개발비를 회수하는 데는 실력 외에도 많은 운이 필요하다. 제약∙바이오 주식 투자가 까다롭고 어려운 가장 큰 이유다.

◆ 미국 FDA 3상 통과한 신약은 대박?

신약 개발에는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과 최소 1천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의약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연구, 개발 후보물질 선정, 전 임상시험, 1-3상 임상시험, 신약 허가 및 시판단계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임상시험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임상시험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주관한다. 당연히 통과하기도 제일 까다롭다. 실제 시판이 허용되는 신약은 만 개 이상의 후보물질 중 하나 꼴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도 몇 년 전부터 한국의 유명 바이오 회사들 중 상당수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을 두드리는 게 대유행이었다. 이들 중 최종적으로 임상3상을 통과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희박하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족집게처럼 임상 3상 통과기업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평범한 일반 투자자가 아니라 바이오 전문가라 해도 FDA 임상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임상 통과 실패 시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던 해당 기업의 주가가 대폭락한다는 점이다. 미국 바이오협회에서 분석한 임상시험 현황 데이터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20년까지 10년간 FDA 임상 최종 승인 성공률은 고작 7.9%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이 어려운 확률을 뚫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허가를 받아 신약이 출시되면 그 때부터는 대박이 터지는 걸까? 꼭 그렇지도 않다. 미국 FDA의 최종승인이 신약의 매출까지 보장하는 건 아니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고도 실망스럽게 미미한 매출을 보이는 신약들이 넘쳐난다.

[사진 = 셔터스톡]

◆ 돈 없는 국민은 죽을 병에 걸려도 방치해야 할까?

병을 치료할 돈이 없는 국민은 그냥 죽어야 할까? 아픈 사람이 치료받는 건 기본적인 인권에 속한다. 따라서 세계 각국의 정부들은 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국민들의 막대한 치료비를 보조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는 세계적으로도 우수하다.

그런데 만약 약 가격이 20억원이라면? 그래도 이를 지원해 줘야 할까?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재원이다. 건강보험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새로 개발된 신약을 최대한 저렴하게 사용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제약사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신약을 개발해도 돈을 벌 수 없다면 굳이 제약사가 고생해가며 신약을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 이렇게 정부와 제약사 간에는 핵심 이해관계가 상충된다.

신약의 종류는 다양하다. 제약사 입장에서 가장 만들고 싶은 신약은 뭘까? 기본적으로 수요자가 많아 매출이 크게 터질 수 있는 신약이다. 예를 들면 비만치료제는 글로벌 전체적으로 수요가 높다. 게다가 반복적으로 약을 투여해야 한다. 따라서 여러모로 매출액을 증가시키기가 쉽다.

반면 가장 만들기 부담스러운 신약은 희귀병 치료제다. 희귀병은 기본적으로 수요자가 작다. 하지만 개발비용은 일반 신약과 별 차이 없이 많이 든다. 이런 이유로 희귀병 치료제의 가격은 천문학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제약사가 손해보고 약을 팔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어떤 제약사가 불치병을 치료할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했다고 가정해 보자. 제약사는 과연 그 약 가격으로 얼마를 책정해야 적정할까? 만약 약 가격을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에만 맡긴다면 약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일 것이다. 특히 이슈가 되는 건 초고가 의약품이다.

최근 한국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희귀병 약은 척수성근위축증 유전자치료제인 '졸겐스마'다. 척수성근위축증은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희귀유전병이다. 세계적으로 신생아 1만명당 1∼2명이 발생하며 국내에서도 매년 20명 내외의 환자가 발생한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만 2세 이전에 대부분 사망하거나 영구적으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한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가격이다. 노바티스가 개발한 '졸겐스마'의 가격은 25억원이다. 한국의 경우 약가 협상을 통해 비급여시 가격은 약 20억원으로 책정됐다. 평범한 가정에서는 도저히 구할 수 없는 거액이다.

이 약은 2021년에 한 엄마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졸겐스마'를 건강보험에 급여 등재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슈가 됐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은 너무 초고가라서 고심을 거듭했다. 결국 환자별 치료성과를 추적해 치료 실패 시 일정 금액을 제약사가 환급하는 '위험분담 계약'으로 2022년에 급여 등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건보 급여가 적용된 '졸겐스마' 투약 환자의 부담금은 20억원에서 약 6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거라는 점이다. 정부는 '고가 의약품 관리방안'을 별도로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파국'과 '국민의 소중한 생명'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건 난이도가 무척이나 높다.

[사진 = 셔터스톡]

◆ 약 가격에 관대했던 미국 마저 2개의 칼 빼 들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건강 보험 급여 선정' 심사를 할 때는 기존 약물 대비 개선 효과, 시장 출시 가치,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약 업체들과 약가 협상을 진행한다. 한국은 미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일본, 이탈리아, 영국 등 주요 7개국 약값의 가중평균을 따져서 낮은 가격으로 결정하는 구조다.

이와 달리 미국의 약가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규제하지 않는다. 약물 승인의 관문 역할을 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신약의 효능 및 안전성만을 확인할 뿐이다. 따라서 일단 FDA의 임상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해당 신약을 보유한 제약사는 자체적으로 마음껏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이런 미국 방식은 제약·바이오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혁신 신약 개발을 활성화시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약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유럽이나 일부 국가에서는 미국의 약 가격은 약가 협상 때 아예 참고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마저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소비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다. 이런 이유로 결국 미국 마저도 비싼 약 가격 부담을 낮출 2개의 칼을 뽑아 들었다.

첫번째 칼은 2022년 8월에 발표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이 법에는 의료비 절감을 위한 의약품 가격 개혁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미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가 일부 의약품에 대한 약값 협상권을 갖게 됐다. 그리고 1년뒤인 2023년 8월에 드디어 공공보험 메디케어에 적용할 1차 약가 인하 의약품 10개를 공개했다.

이 10개 의약품은 미국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와 2년간의 협상을 통해 2026년부터는 '메디케어'에 저렴한 가격으로 의약품을 제공해야 한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 고령자 및 장애인 6,600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보험'을 말한다.

따라서 이 10개 의약품에 시범케이스로 선정된 약들을 보유한 화이자(엔브렐), 존슨앤드존스(스텔라라), 일라이릴리(자디앙스) 등의 제약사들은 해당 약품의 마진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두번째 칼은 고가 의약품 대상 특허 압류 추진이다. 미국 정부는 의약품 개발에 정부 자금이 투입된 고가의약품의 특허 압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특허 압류라니 일반인이 언뜻 보기에는 상당히 과격한 느낌이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먼저 1990년대에 만들어진 미국의 '베이돌액트법(Bayh-Dole Act)'을 이해해야 한다. 이 법 이전까지는 정부기관의 자금을 지원받은 연구에 대한 특허는 정부가 소유권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 법이 만들어진 목적은 민간의 연구를 활성화하고 연구 결과의 빠른 상업화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베이돌액트법' 제정 이후부터는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은 연구 결과물을 정부가 아닌 기업이나 대학 등이 특허출원을 통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대신 동시에 정부도 특허를 압류할 수 있는 특허 개입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준이 애매해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특허개입권이 실제로 시행된 적은 없었다.

그런데 2023년 12월에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정부가 개입할 권한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가격이 극단적이고 부당하거나 건강을 착취할 것으로 보이는 경우" 개입권한을 발동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쉽게 정리하면 미국 연방정부 자금이 투입돼 개발된 의약품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가 신약 특허를 압류할 수 있는 조건들이 구체화된 셈이다. 이 초안은 2024년 2월까지 60일 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친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방식은 장기적으로 신약개발 투자 감소로 이어져 결국 환자들이 손해볼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노령화의 가속화로 갈수록 의료비 지출이 확대되고 있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당장 발등의 불이다.

장기적으로 미국 정부는 특허를 보유한 오리지널 약보다 저렴한 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를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오리지널 약보다 30% 이상 가격이 다운될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삼성 바이오로직스' 같은 바이오시밀러 회사가 주목받는 이유다.

[사진 = 셔터스톡]

◆ 미국에서 가장 비싼 약 상위 7개의 가격은?

그렇다면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은 어떤 걸까? 1위는 'CSL베링'이 개발한 B형 혈우병 치료제인 '햄제닉스'다. 가격이 무려 42억원(350만달러)이다. 혈우병은 피가 멎지 않는 질환이다. 따라서 혈우병 환자는 혈액응고 유지를 위해 평생 동안 정맥주사로 치료제를 투약한다. 당연히 평생 써야 하는 약값도 천문학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다. 혈우병 환자들은 오랜 기간 높은 약값과 불편한 주사로 고통받아 왔다.

그런데 2022년 11월에 미국 FDA는 놀라운 성능의 혈우병 치료제를 승인했다. 바로 유전자 치료제 ​'헴제닉스'다. 이 약은 단 1회 투약으로 혈우병을 치료한다. 1회 투약비용이 무려 42억원(350만달러)이니 엄청나게 비싸다. 하지만 기존 방식의 평생 치료 비용은 200억원 이상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신약 가격의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비싼 약 2위는 겸상적혈구빈혈 치료제인 '리프제니아'다. 가격은 무려 37억원(310만달러)이다. '겸상적혈구빈혈'은 유전자 염기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헤모글로빈이 비정상적인 낫모양(겸상)으로 생기는 희귀 질환이다. 지금까지는 수혈로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 외에 별 다른 치료법이 없어서 애를 먹어왔다.

인종 중 주로 흑인에게 발병하는 유전병이다. 환자의 기대수명은 35세 내외로 알려져 있다. 리프제니아는 환자의 세포를 꺼내 유전자 조작을 거쳐 다시 몸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겸상적혈구빈혈'을 치료한다. 단 한 번의 주사만으로 완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싼 약 3위는 미국 '블루버드 바이오'가 개발한 '스카이소나'다. 가격은 36억원(300만달러)이다. '대뇌 부신백질이영양증(CALD)'은 주로 어린 소년(평균 7세)에게 발생한다. 환자는 뇌와 척수에 독성분자가 쌓여 결국 뇌의 염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유전자치료제 '스카이소나'는 이 병을 단 1회 투약으로 개선시킨다.

4위는 '블루버드 바이오'가 만든 '진테글로'다. 가격은 34억원(280만달러)이다. '베타 지중해 빈혈' 환자는 2~5주마다 수혈을 해야 한다. 또 철분 과부하 증상 예방 약물도 평생 복용해야 한다. 유전자치료제인 '진테글로'는 1회 투약으로 이 병을 치료한다.

5위인 '카스게비'는 여러가지 이유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위인 리프제니아와 동일한 '겸상 적혈구 빈혈' 치료제인데 세계 최초로 유전자 가위 기술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가격은 26억원(220만달러)으로 리프제니아보다 무려 11억원이 저렴하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세포에서 유전질환의 원인이 되는 특정 유전자(DNA)를 잘라내 교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기존 치료제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웠던 난치성 유전질환 치료의 돌파구로 인정받으며 최근 들어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분야다.

흥미롭게도 미국 FDA는 '카스게비'와 '리프제니아'를 같은 날 승인했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2개 약의 치료 효과는 서로 비슷하다. 특이사항은 리프제니아는 임상 시험 중에 두 명의 환자에게서 백혈병 발병했다. 따라서 혈액암 발병에 대한 관찰을 요하는 '블랙박스 경고'를 받았다.

6위는 앞에서도 설명했던 '노바티스'가 개발한 ''졸겐스마'다. 가격은 25억원(210만달러)이다. 유아에게 '척수성 근위축증'이 발병하면 신체근육이 약해져 사망에 이르게 되는 희귀유전질환이다. 전 세계 신생아 1만명 당 1명꼴로 발병한다. 유전자치료제인 졸겐스마 1회 투약만으로도 이 병의 개선이 가능하다.

7위는 '암리트 파마'를 인수한 이탈리아 '키에지'의 바이오의약품 '마이알렙트'다. 가격은 연간 약 16억원(130만달러)이다. '지방이영양증'은 신체의 지방 저장에 영향을 미치는 희귀질환이다. 이 병에 결리면 렙틴 결핍으로 조기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알렙트' 투약을 통해 이 병을 개선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 약은 유전자치료제가 아니다 따라서 매일 투약해야 한다는 점이 단점이다.

[사진 = 셔터스톡]

◆ 37억원 약 개발한 블루버드바이오 주식은 쪽박? 왜?

잘 살펴보면 초고가약품 대부분이 유전자치료제임을 알 수 있다. 이유가 뭘까? 유전자 치료제는 기본적으로 돌연변이 유전자 자체를 치료하는 방식이라 1회 투약만으로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또 유전자 변이 자체가 드물다. 따라서 희귀병으로 분류되며 환자수가 많지 않은 게 특징이다.

한국의 경우 환자수가 2만명 이하인 경우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 입장은 난처하다. 희귀병 치료제 개발에는 상당한 개발비가 들어간다. 게다가 환자마저 현저히 적다. 저렴하게 약을 팔아서는 도저히 타산을 맞출 수가 없다.

이게 바로 유전자 치료제 가격이 터무니없이 치솟는 이유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격이 가장 비싼 유전자 치료제를 무려 3개(리프제니아, 스카이소나, 진테글로)나 보유 중인 '블루버드 바이오' 주가는 엄청나게 올랐을까?

 

블루버드 바이오의 과거 주가를 살펴보자.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엄청났던 2018년 6월에는 198달러까지 주가가 화려하게 폭등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6개월이 지난 2023년 12월 7일의 주가는 고작 4.8달러에 그쳤다. 고점대비 하락률은 무려 -98%에 달한다.

투자자들을 경악하게 만든 건 그 다음날의 주가였다. 2023년 12월 8일에 드디어 블루버드 바이오가 야심차게 개발해 왔던 37억원(310만달러)짜리 신약 '리프제니아'가 미국 FDA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그 동안 신약개발 기대감 하나로 버텨왔던 투자자들의 인내가 마침내 결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블루버드 바이오' 주가는 전날의 4.8달러에서 무려 -40% 폭락한 2.9달러에 마감됐다. 2023년12월말의 주가는 고작 1.4달러에 불과하다. 신약 승인 후 1개월 새 주가가 거꾸로 -70% 대폭락한 셈이다. 이유가 뭘까?

같은 날 동시에 승인을 받은 '카스게비'가 비슷한 효능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11억원 이상 저렴했던 게 악재로 작용했다. 또 '리프제니아'가 혈액암 발병 위험 부작용과 관련한 '블랙박스 경고'를 받은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오랜 시간 신약개발비를 쏟아 부은 탓에 극도로 취약해진 재무구조도 한 몫 했다.

'블루버드 바이오'의 실망스러운 주가 움직임은 경험 많은 바이오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익숙한 광경이다. 특정 바이오 회사의 신약후보물질이 최종적으로 FDA의 승인을 받을 확률 자체가 희박하다. 또 설사 승인을 받더라도 만족스러운 매출이 나올지는 전혀 예측 불가다.

따라서 이를 모두 예측하고 개별 바이오 주식에 투자하는 건 도박에 가깝다. 한국 바이오 기업 중에도 몇 년 전부터 미국 FDA의 문을 두드렸다가 쓴 맛을 보고 주가가 대폭락한 사례가 즐비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렵고 까다로운 바이오 주식 투자는 포기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일까?

◆ 헬스케어 공부하기 어렵다면 ETF 통한 분산투자가 해법

전 세계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규모는 얼마나 될까? 의료서비스 시장조사회사인 'VMR(Verified Market Research)'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총 1경3,400조원(10조3,000억달러)으로 추정된다. 이후 연평균 8% 이상 성장해 2030년에는 무려 2경8,100조원(21조6,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아무리 헬스케어 시장이 유망해 보인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그에 걸 맞는 지식을 쌓기는 상당히 어렵다. 헬스케어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분자 생물학, 유전 공학, 생리학, 약리학, 생화학, 임상 통계학 등을 모두 공부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 방법일까?

헬스케어 주식이 유망하다고는 생각되지만 비전공자 입장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굳이 이 어려운 학문을 모두 공부하지 않고도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ETF를 통한 간접투자다.

ETF는 수수료도 저렴하고 알아서 분산투자를 해 주기 때문에 개별종목의 높은 변동성을 완화시켜 준다. 따라서 초보자가 접근하기에 유리하다. 미국에 상장된 헬스케어 ETF 중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바로 'XLV (Health Care Select Sector SPDR Fund)' ETF다.

XLV는 'S&P 500 헬스케어 섹터 인덱스'를 추종하는 ETF다. 1998년에 상장돼 헬스케어 섹터 ETF 중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운용자산은 2024년 1월 기준으로 49조원(378억달러)에 달한다. 운용수수료도 연간 0.1%로 저렴한 편이다.

XLV ETF는 대형 헬스케어 주식 위주로 구성돼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보유종목 1위인 유나이티드 헬스그룹, 2위인 일라이 릴리, 3위인 존슨앤드존슨, 4위인 머크, 5위인 애브비 주식은 제약회사에 큰 관심이 없는 투자자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초대형 종목들이다.

헬스케어 섹터는 기술주처럼 화려한 상승보다는 경기에 민감하지 않고 변동성이 적은 게 장점이 있다. 특히 XLV ETF는 배당수익률도 연간 1.6% 수준으로 양호하다. XLV ETF의 주가 수익률은 '코로나19' 전염병이 대 유행했던 2021년까지는 꾸준히 좋았었다. 하지만 엔데믹이 시작된 2022년부터 지지부진하다. 2023년말 주가는 136달러로 2년간 횡보 중이다.

전문가들은 2024년부터 대형 헬스케어 주식의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XLV ETF의 보유 포트폴리오 주식들은 하나같이 초 우량 제약회사라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안정적인 대형 헬스케어 주식의 성장과실과 양호한 배당수익을 동시에 누리기를 원한다면? XLV ETF에 관심을 가져보자.

[사진 = 셔터스톡]

◆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폭망한 ARKG ETF 역발상 투자?

모든 투자자들의 성향이 다 안정형인 것은 아니다. 헬스케어 섹터에는 투자하고 싶지만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XLV ETF'의 안정적인 주가 움직임이 오히려 답답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한국에서 '돈나무 언니'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캐시 우드' CEO가 이끄는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의 ARKG (ARK Genomic Revolution) ETF 투자를 검토해 볼 수 있다.

ARKG ETF는 건강관리, 유전공학, 헬스케어, 바이오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로 포트폴리오 내 헬스케어 섹터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생명공학, 줄기세포, 분자 진단, 유전자 가위, AI신약 등을 개발하는 회사에 집중 투자하는 ETF다.

ARKG ETF는 2014년부터 운용을 시작했다. 혁신 기업 위주의 공격적 투자 스타일로 유명하다. 운용자산은 2024년 1월 기준 2조5천억원(19억달러)으로 작은 편이다. 또 인덱스펀드가 아니라 액티브 펀드라 운용수수료도 연간 0.75%로 높다. 그런데 인덱스 스타일보다 수수료가 훨씬 높으니 운용성과도 월등히 높을까?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에는 제약주 랠리의 영향과 '아크 인베스트'의 명성덕에 ARKG ETF의 주가도 급상승했다. 2019년말에 33달러에 불과했던 주가는 불과 1년2개월 뒤인 2021년 2월에는 114달러까지 치솟으며 245%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1년 2월의 114달러는 역사적 최고점이었다.

그로부터 2년11개월이 지난 2023년말의 주가는 고작 33달러에 불과하다. 고점대비 하락률이 무려 -70%가 넘는다. 최고점에서 매수해 장기 보유중인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로 고통받고 있다.

ARKG ETF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1위 종목은 바로 '이그젝트 사이언시스'다. 보유비중은 9.15%다. 이그젝트 사이언시스는 '암 정밀 진단 및 선별 검사사업'을 하는 의료 기기 생산 기업이다. 현재 암 진단의 표준 방식은 '조직 생체검사'다.

'이그젝트 사이언시스'는 간단하게 혈액만으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액체 생체검사(액체 생검)'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ARKG ETF의 수익률 개선에 도움이 됐지만 하반기부터 주가가 다시 조정 받고 있다.

ARKG ETF의 보유 포트폴리오 2위는 '퍼시픽 바이오 사이언스'로 5.73%를 보유 중이다. '유전자 연구 및 염기서열 분석 기술력'을 갖춰 미래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3위인 '크리스퍼 테라퓨틱스'는 '겸상적혈구빈혈' 치료제인 '카스게비'를 개발한 회사다. 세계최초로 유전자 가위기술을 활용해 2023년 12월에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M&A 단골 후보로도 늘 이름을 올리고 있다.

4위는 리커전 파마슈트컬스, 5위는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 6위는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 7위는 슈뢰딩거다. 모두 향후 성장성이 기대되는 초기 기업들이다. 단점은 변동성이 크고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ARKG ETF의 또 다른 특징은 보유주식의 교체매매가 활발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야수의 심장을 가진 한국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한 때 투자천재로 명성을 떨쳤던 '캐시 우드'의 실력이 예전 같지는 않다. 지난 2년간의 실망스러운 실적으로 많은 투자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주식시장은 언제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 왔다. 그리고 가장 많이 하락했을 때가 좋은 기회였던 적도 많다. 이런 역발상 관점에서 접근해 보면 최고점 대비 70% 하락한 'ARKG ETF'의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전략도 유효해 보인다.

하지만 역시 마음 편한 헬스케어 투자를 원하다면 대형 헬스케어 주식 위주로 구성된 'XLV ETF'가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인 투자방식이다.

유명한 경제학자 케인즈의 말처럼 "인간은 장기적으로 볼 때 모두 죽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인간의 수명이 다 하기 전에 먼저 의료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본인의 노후 의료비가 걱정되는 투자자라면 노령화가 진행될수록 시장규모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헬스케어 관련 주식에 관심을 가져보자. 

 

자세한 내용은 해당 영상을 통해 확인해 보자.

뉴스핌 (촬영 : 김현석 / 편집 : 이성우)

 

longinus@newspim.com

 

[관련기사]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트럼프 100일 승부] 뉴욕증시 '경고음'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금리와 주가가 함께 요동치는 상황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집권 2년 차였던 2018년을 상기시킨다. 당시 뉴욕증시의 가격 부담은 높아져 있었다. 미국의 강한 경제가 되레 금리 우려를 부추겨 증시를 압박하던 차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가세했다. 결국 그해 가을 S&P500 지수는 20%나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 [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사진
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