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후보를 사퇴하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신 트럼프 행정부 2기 때 한 자리 얻는 거래를 논의했단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현재는 이 논의 자체가 무산됐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지난 22일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케네디 후보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유세 집회 총격 사건이 있고 몇 시간 후에 전화 통화를 했다고 전했다.
올해 2월 미국 애리조나주 턱슨 유세 집회에 참석한 대선 무소속 후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사진=로이터 뉴스핌] |
폭스뉴스 앵커 출신 방송인 터커 칼슨의 중재로 이뤄진 전화 통화에서 두 사람은 케네디 후보가 중도 사퇴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방안과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내각이나 상원 인준이 필요 없는 자리를 맡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는 전언이다.
WP 소식통들은 이날 전화 통화는 확실한 결론 없이 끝났지만, 트럼프 선거캠프가 케네디 후보가 중도 하차하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면 2기 행정부 때 한 자리를 주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알린 바 있다.
두 후보는 지난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 밀워키에서 직접 만나 비공개 회동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폴리티코가 취재한 소식통들은 "이 아이디어는 이제 무산됐다"고 알렸다.
한 소식통은 "케네디 캠프 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거래를 성사시킬 것이란 기대가 널리 퍼져있었고, 그래서 케네디 후보도 며칠 동안 밀워키에 머물러 있었다"며 "(전당대회 기간) 마지막 날 밤에 케네디 후보가 깜짝 등장할 것이란 소문도 돌기도 했다. 아마도 트럼프 캠프는 케네디 후보가 계속 선거에 남아 민주당 표 일부를 뺏어가게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F. 케네디 미국 무소속 대선 후보의 선거 배너.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제로 케네디 후보는 지난해 4월 민주당 경선 후보로 출마를 선언했다가 당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경선을 조작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며 그해 10월 무소속 후보로 전환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그의 지지율은 약 10% 수준으로 절대 작지 않은데, 일부 진보와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서 꽤 지지를 받고 있단 평가다.
케네디 후보가 사퇴 후 트럼프 지지로 전환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상당한 중도, 무당층 표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지점이다.
반대로 케네디 후보가 다시 민주당 지지로 돌아선다면 현재 여론 조사상 박빙인 트럼프 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간 대결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승기를 잡았단 예측이 가능하다.
케네디 후보가 민주당과 접촉 시도를 안 한 것은 아니다. 미 온라인 매체 세마포는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발표한 지난 21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고 싶단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그는 매사추세츠주 케네디가(家) 단지 밖에서 기자들에게 "내가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면서 "(민주)당의 원로들"이 그에게 출마를 촉구한다면 자신은 그럴 의향이 있으며 "내가 그들(원로)이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서 하차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호전되지 못할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이를 국민에게 숨기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케네디 후보는 트럼프 측과 자리를 놓고 거래를 논의했지만, 현재는 무산됐고, 바이든 대통령 후보 사퇴 후에는 민주당에 자신을 대안 후보로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작 민주당 측에서는 케네디 후보에 관한 어떠한 얘기도 없다.
미국 공화당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 해리스 후보. [사진=뉴스핌 DB] |
이와 관련해 폴리티코는 케네디 후보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기 피격 사건 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더 강해진 이미지로 지지층을 더욱 결집시켰고, 바이든 대통령 후보 사퇴 후 공백 없이 하루 만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역대 최다 하루 후원금이 쏟아지는 등 양대 정당 지지층은 결집하고 있는데 케네디 후보만 별다른 활약이 없단 지적이다.
두 거대 양당이 혼란을 겪을 때야말로 '캐스팅 보트'를 쥔 제3 후보가 빛을 발할 기회인데도 불구하고 케네디 후보는 오히려 지난 2주 동안 주요 유세 일정을 취소했다. 케네디 후보는 트럼프 측과 거래 보도가 나오자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선거 레이스 완주 입장만 밝혔을 뿐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케네디 후보가 쥔 '캐스팅 보트'가 양대 정당 어느 한쪽에 가지 않고 부동표로 남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케네디 후보 후원 단체와 연계된 정치 컨설턴트, 래리 샤프는 "케네디 후보가 대선 레이스에서 하차할 일은 절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차라리 민주당이 그를 대선 후보로 지명할 가능성이 더 높은데, 민주당은 그를 지명하지 않았고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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