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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행정소송과 형사소송의 구별, 그 '당연함'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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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정 화우 변호사

사회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서 인사를 하다 보면, 필자가 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라는 것이 언급될 때가 있다. 그러면 흔히들 로펌 안에서 어떤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지도 묻곤 하는데, 이러한 경우 필자는 '행정소송'을 주로 한다고 말하게 되고, 그러면 상대방은 그러시냐고 하고 해당 화제는 마무리된다.

필자에게 이러한 대화는 마치 회사 다닌다는 사람에게 어떤 분야 회사인지 질문하고, '무역회사'에 다닌다고 답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별할 것 없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대화로 느껴진다. 그런데 최근에 이러한 생각에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일이 생겼다.

박수정 화우 변호사 [사진=화우] 2023.01.06

몇 달 전에 만난 지인 한 분이 필자에게 부친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지인의 부친은 작은 숙박업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남녀 청소년이 몰래 부친의 숙박업소에서 혼숙을 했고, 이러한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 조만간 일정 기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되었다면서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지인 부친의 숙박업소에서 종업원이 근무하던 중 남성 하나가 들어와 숙박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해당 남성은 청소년이었고 성인인 타인의 신분증을 본인의 것인 양 제시하고 숙박한 것이며, 처음에는 혼자 왔다가 시간 차이를 두고 비상구를 통해 몰래 미성년 여성을 데리고 와서 혼숙을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미성년 여성의 부모가 딸의 외박 사실을 알고 딸을 추궁하여 자초지종을 알게 된 후 미성년 남성 부모와 다툼이 생겼고, 급기야 이러한 사실을 경찰서에 신고하면서 사정이 드러났다고 한다.

결국 경찰은 숙박업소에 찾아와 청소년 남녀 혼숙 여부를 조사하고 종업원을 기소한 후, 해당 사실을 관할 시장에게 통보하였으며, 관할 시장은 숙박업소 영업자인 지인의 부친에게 영업정지 처분을 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통지하게 된 것이다(행정절차법 제21조에 따르면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 미리 처분하려는 내용과 이에 대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이를 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종업원은 청소년보호법 위반죄가 문제된다. 청소년보호법은 누구든지 청소년에게 해서는 안 되는 청소년유해행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청소년을 남녀 혼숙하게 하는 등 풍기문란 영업행위 또는 이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이고(청소년보호법 제30조 제8호), 이를 위반하여 해당 행위를 하게 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청소년보호법 제58조 제5호). 종업원은 결과적으로 청소년 남녀 혼숙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하게 된 것이다.

또한 지인의 부친인 숙박업소 영업자는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이 문제된다.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르면 시장, 군수, 구청장은 숙박업소 영업자 등 공중위생영업자가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하여 관계 행정기관의 장으로부터 그 사실을 통보받은 경우 6개월 이내의 기간에서 영업정지 등을 명할 수 있는 바(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8호), 경찰로부터 내용을 통보받은 관할 시장은 지인의 부친에게 조만간 영업정지 처분을 할 예정이니 의견을 제출하라는 사전통지를 한 것이다(행정절차법 제21조).

지인의 부친 입장에서는 청소년의 적극적인 기망과 종업원의 실수로 벌어진 일인데, 이로 인해 종업원이 형사처벌을 받고 해당 숙박업소가 영업정지를 당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한 처벌이고 억울하다고 생각하여, 일단 종업원의 형사소송에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지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필자는 지나가는 말로 '종업원의 형사소송과 공중위생영업자의 영업정지처분이나 그 후 행정소송은 별개다, 다만 종업원이 형사소송에서 무죄를 받게 되면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게 되므로 영업정지 행정처분도 나오지 않게 될 것이니, 형사소송을 수임한 변호사에게 행정처분에 대한 대응도 의뢰를 하고, 가능하면 형사소송 결과가 나온 이후에 행정처분이 나오도록 관할 시장에게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고, 이렇게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에 그 지인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종업원에 대한 형사소송이 진행 중인데 영업정지 행정처분이 이미 나왔다면서, 왜 이렇게 되었는지 묻는 것이었다. 자세히 알아보니 지인은 당시 행정소송과 형사소송은 별개라는 필자의 설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 흘려 들었고 당연히 부친에게도 전달하지 않았다.

지인의 부친은 변호사에게 형사소송 수임의뢰를 하였을 뿐 행정처분 사전통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명을 하지 않았고, 종업원의 형사소송만 수임하였을 뿐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사전통지에 대해서는 몰랐던 변호사는 당연히 사전통지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으며, 관할 시장은 영업자가 아무런 의견을 제출하지 않으니 그대로 영업정지 처분을 명한 것이다(필자가 위와 같은 사정을 알게 되었을 때는 영업정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도 지난 후라서 처분이 확정된 이후였다).

특히 행정소송을 주로 하는 변호사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행정처분이나 행정소송은 형사소송과 구별되는 별개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결과가 안타깝긴 하지만 법적인 관점에서 이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시 필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지인의 뒤늦은 설명을 듣고 나서야 '당연함'에 대하여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청소년 남녀 혼숙 금지규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소송으로 다투고 있는데, 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행정청이 그에 대해 행정처분을 한다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행위자가 고의로 법 위반을 했는지를 판단하고 처벌을 하는 형사소송과, 행위자가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객관적인 법 위반 상태를 초래했는지를 판단하고 제재를 가하는 행정처분 및 행정소송은 그 제도 자체가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일반인이 어찌 명확하게 구분하고 각각 대응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물론 위 사안에서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받고 적시에 의견을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형사소송 확정 전에 행정처분은 그대로 나올 수도 있고, 종업원이 형사소송에서 유죄로 확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업정지의 처분사유가 인정되어 행정처분도 적법하게 되므로, 결국 최종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게 된다.

그러나 다퉈보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과 실수로 다퉈보지도 못한 채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천지차이다. 변호사에게 당연한 일이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일일 수 있고, 행정소송을 주로 한다는 말이 무역회사에 다닌다는 말처럼 자연스러운 것은 아닐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고객을 만나면 내가 하는 말이 고객 입장에서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박수정 화우 변호사

경력

2020-현재 법무법인(유) 화우
2020-현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회 위원
2020-현재 한국법제연구원 자문위원
2020-현재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 비상임위원
2018-20 대법원 재판연구관(헌법행정조)
2014-15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위원회 간사/위원
2013-18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회 위원
2013-18 법무법인(유) 화우
2013-18 법제처 법제교육원 행정쟁송법, 법령해석실무 비상임강사
2012-13 법제처 법령해석정보국 행정법령해석과
2010-12 법제처 차장실 비서관
2008-10 법제처 행정법제국
2007-08 법제처 행정심판국 행정교육심판과
2007 법제처 행정심판국 사회복지심판과

학력

2022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박사 수료)
2020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석사)
2007 사법연수원 제36기
2005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원 (영문학박사 수료)
2004 제46회 사법시험 합격
1998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원 (영문학석사)
1996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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