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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위기론 ⑤] 대형기획사 중심, '아이돌 공산품'으로는 한계

기사입력 : 2024년08월02일 13:57

최종수정 : 2024년08월02일 13:57

자본과 산업 강조되는 시스템보다 음악과 사람 중심 필요
'K-팝 = 아이돌 음악' 공식 깨지고 다양성 확보돼야
대형기획사에 인재 싹쓸이,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 지워

지난해 K팝은 해외에서 1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인기를 증명했다. 하지만 기록적인 수치와 함께 'K팝 위기론'도 불거지고 있다. 9년 만에 역성장한 음반 수출액과 K팝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혁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팝이 더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온 K팝 이면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표현이 있다. '기획사가 찍어내는 아이돌 공산품'이라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해외 주요 매체들도 K팝을 비판할 때 단골로 내세우는 소재다. 한국 K팝 산업을 주도해 온 하이브, SM, JYP, YG에서 생산된 보이그룹과 걸그룹의 소속사를 지우고 보면 사실 그 유사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사진= 뉴스핌 DB]

댄스음악을 주로 하는 아이돌 그룹들은 크게 음악과 춤, 메이크업과 의상, 뮤직비디오 등의 요소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형 기획사가 생산해 내는 아이돌그룹 중 군계일학의 그룹이 있을까. 아니면 그 어떤 그룹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개성을 가졌다고 얘기할 만한 그룹이 얼마나 될까 우리가 만든 댄스음악에 언제까지 전 세계의 10대와 20대들이 열광할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대학원 교수는 "K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 중심보다는 시스템이 중심이 되는 산업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대형기획사들이 몸집을 부풀리면서 증권시장에 상장하고, 자본전문가들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역설적이지만 음악과 사람 중심이 시스템에서 자본과 산업 중심의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위기가 찾아왔다는 지적이다.

지금 한국의 기획사들은 음악을 창작하는 일이 철저하게 창의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공산품을 찍어내듯 생산하고 소비하는 데 혈안이 돼있다. 일례로 모든 그룹의 앨범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포토카드 장사'이다. 수많은 팬들은 포토카드를 사 모으기 위해 똑같은 앨범을 여러장 사야하는 출혈을 감수한다, 이런 식의 상술이 계속되는 한 K팝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게 김교수의 주장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독과점에 있다. 현재 가수가 되고 싶은 지망생들은 대부분 4대 기획사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데뷔하는 그룹의 수는 정해져 있다 보니 아무래도 이들 기획사에게 유리한 게임으로 흘러간다.
이들 기획사를 통하지 않고는 아이돌그룹의 일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좋는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한 중소기획사의 대표는 "오디션을 갖다보면 대부분 4대 기획사의 오디션을 통과하지 못했거나 그곳에서 연습생을 하다가 탈락한 친구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역량이 뛰어난 신인들을 발굴하기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형기획사들은 스타를 키우는 체계적인 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지만 개성이 넘치는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데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좀더 창의적인 그룹이 나올 확률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

또 대형기획사들의 CEO들이 창의적인 발상을 가지고 기업을 운영하기 보다는 산업적인 측면만을 강조하기 때문에 대형기획사 위주의 제작환경 때문에 K팝이 오히려 퇴보할 가능성도 있다. '피프티 피프티'가 중도에 좌초했지만 중소기업이 만들어낸 기적이라는 데는 아무런 이견이 없다. 그 성공의 이면에는 기본 대형기획사의 시스템이 아닌 환경 속에서 개성 넘치는 음악으로 승부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다양성이다. 'K팝=아이돌 음악'이라는 공식이 깨지지 않는 한 K팝 확장이 요원하다. 중독성 있는 음악과 회려한 칼군무, 물량공세로 만든 뮤직비디오, 다양한 패션에 이르기까지 K팝이 장점들은 더 이상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울 수 없다.

이종성 여주대 실용음악과 교수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한다. 록과 발라드, 힙합과 재즈 등등 음악의 수많은 장르들이 존재하는 한 K팝이 다양성을 가지고 확장해갈 수 있는 시장은 무한하다.

이 교수는 "국내 가요계는 팬덤이 강한 아이돌그룹과 트로트 가수가 양분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부터 다양한 음악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K팝의 다양성도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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