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의 추석 전 출범이 불발로 끝났다. 정치권은 계속해서 의료계를 향해 협의체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 측은 대표로 나설 협의단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첫째로, 지난 6일 최초로 협의체 구성 제안이 나왔을 때 정치권이 의료계 내부의 역학관계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의료대란의 주체는 집단으로 사직한 전공의들이다. 협회니 교수단체니 간판을 내건 기관들은 이들에 대한 영이 서지가 않으니 통솔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조준경 기자 |
협의체 구성 요청에 대한 의료계 단체들의 반응은 "전공의 허락 없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전공의와 의대생 의견이 중요하다"며 참여 입장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장은 "2025학년 의대 증원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결정됐냐?"고 되물었다. 의대증원 전면 백지화 외에는 다른 대화조건이 없다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주장을 따라 외친 수준이다.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시점도 잘못됐다. 지난 7월 마감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1.36%에 불과했다. 전공의들은 기왕 쉬게 된 김에 올 한 해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9월 들어 이미 증원된 안에 맞게 각 대학별로 의대 수시 접수가 이뤄졌다. 내년도 증원안을 물릴 수 없는 상황이니 전공의들이 돌아갈 유인도 없다.
두 번째 의문은 전공의들이 스스로에 대한 조직력을 유지하고 있는가이다.
각 개인들의 자발적 사직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지만 전공의 대표가 정치인들을 만나는 등 자신의 행보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현 대전협 비대위가 전체 전공의들에 대한 통솔력을 유지하고 있다면 여러 책무가 뒤따를 것이다.
의사 커뮤니티에서 복귀한 전공의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조롱하고 왕따를 시키는 파시즘적 행태부터, 일부 어떠한 선민의식에 취해 국민 전체를 단일 유기체처럼 인식해 "개돼지, 조센징"이라 지칭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과 통제에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의사직역 내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광기에 대해 선배 의사들도 전공의 눈치를 보며 비판을 어려워한다. 오죽하면 정당한 경찰조사까지도 중단하라며 치외법권을 주장했을까?
만약 통솔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정치권이 전공의들을 계속해서 대화 파트너로 여겨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올해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협의체 구성에 정부가 목맬 필요가 있을까? 전공의 집단사직은 기존 전공의 중심 수련병원들뿐만 아니라 의료 체계 전반에 타격을 입혔다.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는 의사 커뮤니티의 글을 보면, 이들이 사뭇 파멸적인 방법으로 투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석에서 만난 모 의료계 인사는 대부분 전공의가 내년 초 복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연 그렇게 된다면 '파멸적 투쟁'의 작전 기한은 최대 1년이라는 역사가 쓰여질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건설적인 대화를 위해 협의체에 들어올 가능성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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