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SUV 브랜드인 지프(Jeep)의 중국 공장이 경매에 나왔지만, 세 차례 연거푸 유찰됐다. 최근 몇 년 새 '외국계 브랜드의 무덤'이 되어버린 중국 자동차 시장의 한 단면으로 평가된다.
지프는 2010년 중국 광저우치처(廣州汽車)와 5:5 합작으로 중국에 광치페이커(廣汽菲克)라는 합자법인을 설립했다. 당시 지프는 크라이슬러 산하 브랜드였으며, 지금은 인수 합병 과정을 거쳐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가 되어 있다.
광치페이커는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와 광저우시에 각각 완성차 공장을 건설했다. 창사 공장에서는 지프 브랜드 산하 SUV를 생산해 판매했다. 공장은 2015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지프 브랜드의 SUV 제품들은 아웃도어에 눈을 뜨기 시작한 중국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2017년에는 22만2300대가 팔렸지만 2018년부터 판매가 감소했고, 2021년에는 2만100대까지 하락했다. 창사공장은 2022년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광치페이커의 광저우공장은 2021년 광저우치처가 인수해 전기차 공장으로 변모시켰다. 다만 광치페이커의 창사 공장은 내연기관 차량에 특화된 공장이었으며 전기차 생산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았다.
장기간 동안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창사 공장은 경매에 부쳐졌다. 첫 경매는 지난 7월에 이뤄졌다. 경매 시작가는 19억1500만위안이었다. 매수 신청자가 없어서 유찰됐다.
두 번째 경매는 8월에 이뤄졌다. 시작가는 15억3200만위안으로 낮아졌지만, 또 다시 유찰됐다.
지난 20일 세 번째 경매가 이뤄졌다. 시작가는 12억2500만위안으로 최초 경매가 대비 36.0% 할인된 가격이었다. 하지만 매수 신청자는 없었고 다시 유찰됐다.
창사 공장은 신에너지자동차 공장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데다 2022년부터 가동이 중단된 만큼, 설비가 노후화되었거나 손상됐다. 때문에 창사 공장 구매를 희망하는 자동차 업체라도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상바오(北京商報)는 "중국 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 심화로 자동차 업체들이 맹목적인 생산 확대를 모색하지 않고 있으며, 창사 공장을 인수할 업체가 나설 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광치페이커 창사공장 전경 [사진=바이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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