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영 환노위원장 "불법 포괄임금제 가능성"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법 테두리 내 운영"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크래프톤의 고정 연장 근로수당(OT) 제도가 불법 논란에 휘말렸다. 고용노동부는 IT·게임 업계 전반의 포괄임금제 실태 조사를 검토하기로 했다.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이날 크래프톤이 시행 중인 고정 OT 제도가 불법적 포괄임금제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래프톤은 근로계약서상 기본급 외 고정 연장 근무 수당으로 1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은 "크래프톤이 사원증 태그로 근무 시간을 측정하고 있어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함에도 고정 OT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대법원 판례상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 경우 포괄임금제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5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및 소속기관 종합국정감사. [사진=국회방송 캡처] |
이에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하다면 포괄임금제 전제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며 안 위원장의 지적에 동의했다. 대법원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거나, 당사자 간 합의가 있고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허용하고 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이와 관련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위원장이 제기한 문제점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안 위원장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근태 관리 시스템은 사원증 태그 기록과 함께 근로자가 수기로 근무 시간을 입력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안 위원장은 "근로자들이 눈치를 보고 실제 근무 시간보다 적게 기재한다는 제보가 많이 들어왔다"며 "회사가 10시간만 연장 근로를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IT·게임 업계 전반의 포괄임금제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화섬노조가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IT·게임 산업 근로자의 99.7%가 포괄임금제 적용을 받고 있으며, 초과근무 시 법정 수당을 제대로 받는 비율은 27.5%에 그쳤다. 작년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포괄임금제와 고정 OT 관련 신고도 852건에 달했다.
안 위원장은 "전 세계 6위 규모인 한국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공짜 노동을 초래하는 포괄임금제를 근절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에 실태 조사와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김 차관은 "현황을 파악한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게임 업계의 주 52시간제 적용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졌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게임 업계에서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52시간 근로시간 제약이 경영에 어려움을 주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어 "화이트칼라나 창의성이 필요한 업종은 근로시간을 좀 더 자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업종별 차등 적용을 제안했다.
이에 김창한 대표는 "게임 업계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중국의 제작 역량이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크리에이티브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율적 근무환경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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