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급감,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불안 요인
노령화 사회, 새로운 사회적 균형의 필요성
천만국가의 인구 모델...스위스와 스웨덴의 사례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한동안 농촌에 가면 고령화 때문에 환갑이 넘어야 청년회장이 된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제 우리나라 전체가 그렇게 된다." '천만국가'(레디앙)의 저자 우석훈은 출산율 감소로 인한 결과를 이렇게 예측한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청년보다 노인이 넘쳐나는 나라를 상상해 보라. 하여 천만 명의 인구를 가진 나라가 된다면?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우석훈 저 '천만국가'. [사진 = 레디앙 제공] 2024.12.16 oks34@newspim.com |
"와,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저명한 교수인 조앤 윌리엄스가 놀라서 한 말이다. "한국의 인구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1/3로 줄어들 것이다. ... 장기적으로는 세계 인구 붕괴가 가장 심각한 위협이다."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의 경고다.
'천만국가'의 저자 우석훈은 급격한 출생아 수 감소 흐름을 방어하지 못하면, 한마디로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물론 당장 그런 일이 닥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올 미래라는 것이다. OECD 모든 국가는 물론 중국도 출산율이 대체출산율 2.1 이하로 떨어진 지 오래됐지만, 한국처럼 빠르게 1.0 미만으로 급감한 사례는 없다.
경제 불평등과 가난의 세습화, 저임 불안정 고용의 확산, 출산과 육아 지원 제도의 미비, 영유아 육아비용과 청소년의 사교육비 부담 증가, 소득 대비 턱없이 높은 주거비용 등이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저자는 출생률에 관한 한국의 유례없는 현상의 배경에는 이런 모든 변수를 포함한 그 이상의 것이 있으며, 인구 문제는 사회 경제적 요인을 넘어서 '문명' 차원에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971년 102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출생아 수는 2023년 23만 명으로 급락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희소성의 원칙에 따르면 숫자가 줄면 아이는 더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저자는 영유아가 줄어드는 시기와 '노키즈 존'이 전국적으로 나타난 시기가 겹쳐진 사실에 주목한다. 된장녀, 맘충으로 이어지는 혐오 언어의 탄생과 '노키즈 존', '노실버 존'이라는 배제 공간의 등장이 맞물려 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차별을 더 선호하거나 아니면 더 쉽게 용인하는 쪽으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삼백충, 빌라거지, 휴먼거지' 같은 가난 혐오 표현은 이 같은 사회의 언어적 반영이다. 이처럼 '사람 귀한 줄 모르는 사회'에서 불평등과 가난에 고통받고 배제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아이를 낳을 가능성은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인구 문제는 모두의 문제이면서, 아무의 문제도 아닌, 즉 해결 주체가 없는 의제라서 풀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해법 모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해야 '천만국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 시점이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올 수밖에 없다. 그는 '천만국가'는 대한민국 인구의 새로운 균형점이 될 수 있다며, 스위스, 스웨덴 등 선진 복지 국가들이 1천만 명 안팎의 인구를 가진 나라인 점에 주목한다. 천만국가에서 새로운 균형과 안정을 찾을 수 있으려면, 지금부터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한 줄 아는 사회', '뒤에서 5등을 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문명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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