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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중미, 우리는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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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동국대학교 강사)

불확실성의 도래

2024년은 정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국내외 모든 방면에서 기존에 익숙했던 환경요인이나 개념들이 흔들리거나 완전히 교체되면서 그 파급력은 확대된 한해였다.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코비드19로 악화된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가했다. 전 세계의 물가는 폭등했고, 다른 여러 요인들이 결합되면서 2025년의 세계 경제 역시 암울한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동시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역시 여전히 진행중이며 한때 유가상승을 견인했으며 그로 인해 촉발된 아라비아 반도 유역의 공급망 리스크 역시 물가상승 견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미국 대선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방위비, 관세 부분에서 전 세계적 혼란상황이 도래할 것임을 이미 천명한 바 있다. 무엇보다 우리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가 군인들에게 점거될 뻔한 사태를 겪게 되면서 2025년 한국의 전망은 더욱 불분명한 초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특히 대외정책 부분에서 너무나 미국 일변도의 정책적 기조로 인해 한국이 그동안 취해왔던 중립적 포지션이 가져오는 이점을 너무나 많이 상실했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현 대통령은 기존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정책 중심에서 안미경미(안보, 경제 모두 미국)로 정책적 전환된 체계를 구축했는데, 미국의 대통령과 한국의 대통령 모두가 불확실성을 발생시키는 주체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안미경미 정책의 지속이 가능할 것인가? 당연히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최대한 빠르게 이 상황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언제나 글로벌 경제공간 속에서 한국의 지정학적 포지션에 주목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

최자영(동국대학교 강사)

커져만 가는 불확실성의 리스크

불확실성이라는 단어가 유의미해진 것은 경제학자였던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가 1977년에 발간한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책에서부터 연유한다. 그의 저서는 제1차 제2차 석유 파동과 맞물리면서 상당한 인지도를 얻었다. 브레튼우즈 체제하 금본위제도의 붕괴와 1,2차 석유 파동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부흥하던 유럽 경제와 케인즈주의자들을 침체시켰고,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중국의 개혁개방과 소련의 글라스노스트, 페레스트로이카가 진행되면서 신자유주의는 전 세계를 휩쓸어버렸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신냉전체제를 넘어서서 자국 중심주의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관세를 통해 자국 중심의 산업 체제로 재정비하는 방침을 천명했다. 높아진 수입물가로 인해 자국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그로인한 고물가가 미국 경제 전반에 적용된다 하더라도 다른 국가의 기업들로부터 생산 및 공급망의 주도권을 다시 뺏어와 미국의 기업들이 재활황기에 접어들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미국의 이익이라고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셈법은 미국의 입장에서 너무나 구미에 당기는 이야기이다. 1,2차 세계대전을 통해 전 세계의 패권을 획득했으나, 세계의 경찰, 세계 경제의 곳간 노릇만 하다 지속적인 적자의 늪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떤가? 우리와는 1991년 한중간 무역대표부를 설치, 1992년에 한중 수교를 공식화했다. 특히 우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헤쳐 나오는데, 중국의 역할은 상당했다고 평가된다. 전 세계가 폐쇄적 경제구조 체제로 전환된 가운데, 우리는 대중국 수출을 통해 빠르게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드배치 사태 이후 한중 간 불편한 기류가 만들어졌고,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정책 시행 이후 우리는 더욱더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 한편 중국의 동북공정 역시 암묵적으로 진행 중이고, 도를 넘는 한국의 콘텐츠 베끼기, 출처를 알 수도 없는 한복, 김치 등의 자국 기원설 등은 특히나 젊은 층에서의 대중국 이미지 추락을 가속화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높은 대중 수출 의존도 하락을 위한 수출다변화를 추진했으나, 이는 간신히 낮춰놨던 대미 수출 의존도의 재상승으로 다시 재구조화되면서 진정한 수출다변화에 실패해버렸다.

중국이 최근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침체되었고, 정치적 리스크가 강화되면서 외국기업들이 빠르게 탈중국함에 따라 중국의 지방경제 역시 몰락하는 도미노 현상으로 인해 중국 경제구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글로벌 경제공간 변화에 따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산업 전반에서 허리를 담당하며 중간재를 공급하던 한국 기업들을 생산 네트워크에서 배제시키고 자국의 기업으로 대체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자국 기업 대체는 단기적으로 제품 품질의 저하를 촉발하지만 기업을 생존시켜 미래의 부활기를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 가질 수도 있지만, 동시에 저품질의 제품들을 시장에 과잉공급하는 문제를 초래한다.

이러한 중국의 대응 조치는 마치 우리가 일본에게 화이트리스트 통제로 반도체 산업이 큰 위험을 겪으면서 추진했던 소부장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및 공급망 안정화 과정과 유사하면서 세부적으로 차별적인 요소들이 보인다. 우리의 대응 결과, 우리는 소부장 기업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고, 중간재 부품기업들의 경쟁력이 상당히 상승하면서 중간재에 대한 수출량을 점차 증가시켜 왔다.

중국은 한국의 사례를 답습하면서 나름의 대응 방식을 통해 경제공간 활성화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알리, 테무, 쉬인은 그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수행했던 중국의 저가 제품 생산공장들의 제품을 후려쳐 싼값에 수출하여 중국의 생산력을 유지시킴과 동시에 해외 시장 점유율은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우리 한국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간재를 주로 공급하는 우리의 대중 수출은 더욱 빠르게 감소할 수밖에 없고, 글로벌 완제품 시장에도 우리 상품을 대체할 수 있는 품질은 떨어지나 매우 싼 가격적 우위의 제품들을 공급하는 중국과의 경쟁 구조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따라서 자원채굴 및 가공조달 단계에서는 중국을, 완제품 납품 단계에서는 미국의 눈치를 보다가 점차 수출량이 감소, 종국에는 기업들이 재료 수급을 위해 혹은 완제품 납품을 위해 타국에 반강제적으로 지사를 설치하거나 심지어 이전하는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

각자도생의 시대

2025년부터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더욱 힘든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우리는 미래 주력 먹거리 산업으로 꼽는 대표적 산업인 반도체 산업와 이차전지 산업에 대해 착시현상을 걷어내고 냉철하고 명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미국은 AI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비중을 축소시키기 위해 미-한-일-대만 협력체재(Chip4 동맹)와 같은 반도체 수출 제한 정책을 시행했고, 그에 대응하여 중국은 갈륨, 흑연 등 중국에서 생산 및 가공되어 수출되는 소재들을 전략물자로 지정하고 이 품목들의 수출에 대한 제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이차전지 산업 분야에서 상당수의 희토류나 금속류의 1,2차 가공 단계나 이차전지의 전구체 생산 단계와 같은 글로벌 밸류 체인에서 특정 영역에서 절대적으로 중국 우위의 점유율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는 중국산 재료의 사용 비율을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한국산 이차전지의 생산 및 가격경쟁력 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래 싸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존의 미중간 균형외교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중 각각에 대해 전략적으로 각각 전담하여 대처하는 이원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기류는 기업들이 발빠르게 이를 감지하고 시도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독일의 완성차 기업들은 이미 이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완성차 기업들은 중국 진출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지분을 중국의 로컬 완성차 기업들에게 잠식당했다. 따라서 유럽과 미국의 대중국 전기차 제재에 상당히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전기차 산업 분야에 대한 유럽과 미국의 새로운 제재와 전기차 생태계의 미성숙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대중국 디리스킹 기조로 바뀌는 중이다. 실제로 기업의 생산과 수출을 미국 및 유럽시장과 중국시장으로 이원화하면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는 생존을 위한 투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독일기업들의 대응방식에서 보듯, 한국의 몇몇 대기업들 역시 이미 대중국 분야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거나 미국과 마찰이 발생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한 재투자를 고민하면서 이원화 혹은 다각화 전략으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베이징현대의 경우 중국 내에서의 판매량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시장의 가장 치열한 격전지인 중국 시장에서 다각화를 통한 성장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차전지를 활용한 전기차 시장이 가장 활성화되어 있고 새로운 모델의 실제 운용 테스트베드에 있어서 규제가 현저히 낮다. 이러한 환경적 이점을 활용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현명한 투자다. 동시에 기존 생산물량은 더 이상 중국 시장보다 중국의 교통망을 활용하여 수출을 확대하는 전략도 추진되고 있다. 중국 내부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들을 필리핀, 카자흐스탄 등 신흥시장으로 수출하면서 2023년 수출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인 증가를 기록한 점은 이를 방증한다.

앞으로는 리스크를 감수하며 고수익을 발생시키기보다 기업의 생존을 우선시하는 안정화 및 다각화 전략을 우선시해야 한다. 동시에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여 미래를 준비해야만 한다. 이제는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하지만 이 불확실성의 시기를 잘 버티면 다시 따뜻한 봄날이 올 것이다.

저자소개
최자영 박사는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지리학 박사학위를 취득,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연구원,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한신대 평화교육센터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동국대학교 지리교육과 강사 및 대한지리학회 디지털미디어콘텐츠위원회 위원장으로, 전기차와 이차전지 산업, 중국 경제산업, 로컬크리에이터, 지역산업정책 등과 관련된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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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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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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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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