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중앙군사법원 선고 공판
'이첩 보류' 어긴 항명 혐의 무죄
원천적으로 '이첩 보류' 권한 없어
상관명예훼손 혐의도 무죄 판결
"명예훼손 고의 있다고 하기 부족"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대령) 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이번 군사법원의 무죄 판결 판시의 핵심은 군(軍)에서 발생한 인명사고에 대한 재판권이 원천적으로 군사법원에 없기 때문에,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수사기록 이첩 '보류' 명령은 애당초 성립될 수가 없다. 군은 사건 사고 즉시 민간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
또 해병대사령관이 '즉시 이첩하라'는 명령을 할 수는 있지만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은 정당성이 없는 명령으로 재판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항명과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1심 선고를 앞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사법원 앞에서 열린 군인권센터 주최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2025.01.09 choipix16@newspim.com |
박 대령은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용산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의 1심 판결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선고 공판은 주심인 김종일 재판부장을 비롯해 김정길·박소은 3명의 재판관이 합의 심리로 진행됐다.
군 검찰은 지난해 11월 21일 박 대령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군 검찰은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은 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군형법 제44조에서 전시 등을 제외한 '그밖의 상황'에서 구형할 수 있는 최고의 구형량을 제시했다.
군 검찰은 박 대령이 당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통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어겼다며 지난해 10월 6일 기소했다.
반면 박 대령 측은 초기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고, 이에 따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박 대령 측은 김 사령관이 명시적으로 이첩 보류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이 정당한 명령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 별도 판단은 안 했다"라면서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사령관이 회의 내지 토의를 넘어서 피고인에게 구체적·개별적인 기록 이첩 보류를 명령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해 "해병대 수사단은 경찰에 지체 없이 이첩해야 할 의무가 있고, 사령관은 지휘감독권이 있다"면서 해병대사령관은 보류를 명령할 권한이 없다며 항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군 검찰은 "박 대령이 이 전 장관이 부당하게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것처럼 여론을 조성하고 허위 사실을 적시하는 등 상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라며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도 기소했다.
이에 대해 박 대령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할 고의나 목적이나 의도는 전혀 없다"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언론 인터뷰 과정에서 박 대령이 각종 질문에 가치중립적 표현을 쓰며 답했다"면서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명예훼손에 고의가 있다고 하기 부족하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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