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 되는 대통령의 비극...권한 축소 개헌해야
여야 대결 정치 멈추고 민생 경제 해법 머리 맞대야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뼈아픈 숙제를 남겼다. 국가 이미지 추락과 되풀이되는 대통령의 비극과 개헌 문제, 공수처의 한계, 진영 정치에 따른 국론 분열, 어려워진 민생·경제 등은 당면 과제다.
당장 윤 대통령의 체포 과정이 두 차례나 전 세계에 생중계됨에 따라 국가 이미지 추락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과거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장면이 전 세계에 알려짐으로써 국격 추락에 따른 대외 이미지 훼손과 경제 악영향은 발등의 불이 됐다.
[과천=뉴스핌] 김학선 기자 = 15일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수사처로 들어서고 있다. 2025.01.15 yooksa@newspim.com |
당장 대통령의 행태가 도마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숨지 않겠다. 정치적·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달랐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과 관련해 자신의 명령을 따른 수많은 군 경찰 관계자들이 구속된 상황에서도 경호처를 방패 삼아 숨었다.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계엄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심판과 수사를 통해 정리되겠지만 대통령의 비극이 반복되는 원인과 해법은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다. 민주화 이후에도 웃으면서 대통령직을 내려 놓은 대통령은 없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구속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조사를 받는 상황이다.
이런 대통령의 비극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현직 국회의장은 물론 정대철 헌정회장도 개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개헌에 힘을 싣고 있다. "지금 개헌을 하지 못하면 영영 못할 것"(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지금이 적기라는 제언이 많다.
국민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여러 여론조사에서 나오고 있다. 관건은 권력 분산이다. 여야 의원들은 "4년 중임제로 가되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의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공수처의 한계도 분명해졌다.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를 할 수 있느냐는 본질적인 문제제기가 있었고 영장 발부과정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공수처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공수처 신설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의 위상과 진로 등을 들여다볼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영장 집행 과정에서 국론이 분열됐다. 체포하라는 진보 진영과 체포를 막으려는 보수 진영이 극단적으로 갈라졌다. 정치권은 이를 조정하려는 노력을 하기는커녕 진영 대결을 부추겼다. 국론 분열을 해소하는 것도 시급한 숙제로 남았다.
여러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내란 특검법에 여야가 합의하는 것이다. 특검으로 수사를 일원화하는 게 맞다는 데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기 위해선 여야가 한발씩 물러서야 한다. 국민의힘은 시간을 끌려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협상에 임해야 하고 민주당은 외환죄를 삭제하고 수사 대상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어수선한 정국의 출구를 찾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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