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국내 정치·주요국 정책 변화·외환 불확실성…금리 유지 "적절'"
트럼프 정부 출범-미 FOMC-추경 편성-국내 정치 변화 등 점검 필요
[서울=뉴스핌] 온종훈 선임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 3.00%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 후반으로 여전히 높은 상태에서, 3연속 인하(작년 10월, 11월)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환율이 더 뛸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통위로서는 추가 인하에 앞서 이달 20일(현지 시각)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이후 드러날 정책 윤곽, 28∼29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 완화 속도 관련 언급, 국내 재정 집행 상황이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여부 등을 더 확인할 필요도 있다. 여기에 국내 정치상황도 주요 고려 변수가 되고 있다.
금통위는 결국 이번 회의에서 달러/원 환율 불안을 부추기지 않는 선상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동결'로 건너 뛰고 2월 25일로 예정된 다음 통방회의에서 '경기 하방위험 대응'(추가 금리 인하)하기로 결론이 모여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01.16 photo@newspim.com |
실제 이날 통방회의 결정문에는 금통위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신성환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낸 가운데 나온 이날 결정문에는 "향후 국내 정치 상황과 주요국 경제정책의 변화에 따라 경제전망 및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러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해서도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도록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유연하게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앞서 작년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추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11월에도 시장의 예상을 깨고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금통위가 잇따라 금리를 낮춘 것은 금융위기 당시 6연속 인하(2008년 10월∼2009년 2월) 이후 처음으로, 그만큼 경기와 성장 부진의 징후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이후 계엄·탄핵 사태까지 겹쳐 소비·투자 등 내수 위축 우려가 더 커지면서,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10∼17일 한은 조사 결과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3월 이후 최대인 12.3p 나 급락했다. JP모건의 경우 최근 한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3%로 0.4%p나 끌어내리면서 가뜩이나 '장기 저성상 고착'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빠져있던 한국경제의 경기 부진이나 침체 우려까지 키웠다.
결국 금통위의 이날 '금리 동결' 결정은 성장의 문제보다 당장 시급한 환율 불안에 우선한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달러/원 환율은 작년 11월 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 물가·시장금리 상승 기대 등을 업고 뛰기 시작해 같은 달 중순 1410원 선을 넘더니, 12월 3일 계엄 선포 이후 오름폭이 커져 연말에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 1480원을 돌파했다. 새해 초에도 국내 탄핵 정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강(强) 달러 전망 등과 맞물려 1450∼147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까지 추가로 낮아지면, 달러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1500원을 웃돌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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