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제43조 제1항 헌법소원…헌재 "평등권 침해"
"다른 의료기관은 협진 가능…허용 안할 사유 없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일반병원과 달리 정신병원 내에 한의사를 두고 한의과 진료과목을 설치·운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료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의료법인 운영자 A씨가 의료법 제43조 제1항 등에 대해 낸 위헌확인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다만 "단순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즉시 상실하게 하는 경우 종합병원, 병원, 치과병원에도 한의과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할 수 없게 되는 법적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며 "해당 조항은 오는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심판사건 선고기일에 자리하고 있다. 2025.01.23 mironj19@newspim.com |
대구에서 한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A씨는 2021년 6월경 보건복지부에 정신병원 내 한의과 진료과목을 설치할 수 있는지 문의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의료법 제43조 제1항은 한의과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병원, 치과병원, 종합병원만 규정하고 있어 정신병원은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A씨는 정신병원에 한의사를 두고 한의과 진료과목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 않은 의료법 제43조 제1항, 제3조 제2항 제3호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같은 해 7월경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기존에는 정신병원이 요양병원에 포함돼 의과, 한의과, 치과 진료과목을 모두 설치·운영할 수 있었지만 2020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정신병원은 요양병원과 구분되는 별도의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지정됐다.
개정 의료법 제43조 제3항은 정신병원에도 치과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으나 한의과에 대한 별도 규정은 두지 않았다.
헌재는 정신병원에서 한의과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할 필요성이 종합병원, 병원, 치과병원에 비해 낮다거나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을 비롯한 의료법의 입법목적은 같은 병원급 의료기관 내에서 협진을 가능하게 해 의료 소비자의 권익을 향상하려는 것"이라며 "동일한 의료기관 내에서 양·한방 의료행위가 이뤄지면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서 순차 또는 교차로 이뤄질 때에 비해 지식이나 정보를 얻기에 용이하고 의료행위의 중복으로 인한 위험에 대처하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또 "정신병원 등 정신의료기관의 경우 장기 치료가 필요한 입원환자들을 중심으로 의료가 행해지고 있고 이 중 상당수는 비자의적 입원으로 외부 출입이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들이 정신병원 내에서 한의과 등 다른 진료과목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다른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등 의과와 한의과의 협진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신병원에 대해서만 허용하지 않을 만한 사유도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정신병원에 한의과 진료과목을 설치·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가 갖춰진 상태에서 한의사에 의한 진료가 이뤄지게 되므로 국민의 보건위생상 어떠한 위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정신병원 운영자를 종합병원, 병원, 치과병원 운영자와 달리 취급하는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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