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개선 및 검증 확대, 인사 개편도 마무리
국내외 당국에 자금세탁방지(AML) 부실 지적
글로벌·가상자산 공략 걸림돌, 고도화 속도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국내외 금융당국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AML) 부실을 수차례 지적받았던 신한은행이 시스템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취약점으로 평가받던 AML을 개선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가상자산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AML 고도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은행권의 기술 경쟁이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전사적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검증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외부 전문업체를 선정해 내부 시스템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자금세탁 위험평가(RBA) 전반에 대한 업데이트 개선 및 개발요건을 도출하고 국외지점 자금세탁(ML)/테러자금조달(TF) 노출위험 평가지표 재정의 등을 수립한다.
![]() |
신한은행 전경. [사진=신한은행] |
또한 국외점포모니터링(TM) 시스템 알람 발생, 대외전송 병렬 검증 및 테스트 프로세스 관리 등 AML 시스템에 대한 개발 검증도 진행한다. 2002년 이후 은행업권 AML 컨설팅 사업 실적을 보유한 사업자를 대상으로 제한 경쟁입찰이 마무리되면 본 프로젝트에 착수할 예정이다.
AML 시스템은 신한은행의 내부통제 '취약점'으로 꼽힌다. 2022년과 2023년, 그리고 작년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금융당국으로부터 시스템 개선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차례 받아왔다.
지난해 11월에 해외 자회사 자금세탁방지 관리감독이 소홀하다며 금융감독원으로 '제재'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신한아메리카은행(SHBA)이 2015년 이후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검사에서 AML 관련 법규 위반을 여러차례 지적받아 후속 제재를 막기 위한 관리감독이 필요했음에도 관련 업무지침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등 부실한 대처를 했다는 게 구체적인 제재 사유다.
2023년 9월에는 SHBA의 AML 프로그램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2500만달러의 벌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2020년 이후 한국계 은행이 미국에서 벌금을 받은 첫 번째 사례였다.
2022년 말에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위험도를 평가할 전담 인력과 전산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의심거래보고(STR) 및 고객확인업무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처분도 받았다.
AML은 자금세탁 관련 범죄 예방과 테러조직 자금 차단 등을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강하게 요구되는 사안이다. 특히 최근에는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이와 관련된 불법거래 및 범죄 등을 막기 위해 더욱 중요도가 부각, 당국의 제재도 강력해지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특금법'에 명시한 AML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신규 고객 가상자산 이전 금지 3개월 및 대표 이사 문책경고, 준법 감시인·보고 책임자 면직 등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프로젝트 외에도 AML 시스템 강화를 위한 꾸준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약 60여명 규모의 전담조직(자금세탁방지부)을 운영중인 신한은행은 올해 시스템 개선 및 책무구도조 시행에 따라 변화된 업무환경에 맞는 위험평가 업무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인사에서는 자금세탁업무를 총괄하는 준법감시인에 2006년부터 20년동안 준법감시업무만 전문적으로 수행한 전종수 상무를 신규 선임하는 등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신한은행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해외법인과 법인 계좌 허용 등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가상자산시장에서 AML 고도화가 더욱 요구되는 만큼 향후 금융권 전반의 치열한 기술경쟁도 예상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해 자금세탁 위험평가 시스템을 개선해 책무구조도 시행에 따라 변화된 조직과 업무 환경에 대응하는 등 AML 및 위험평가 업무의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