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검, 울산지법 공동공갈 피고인 구속취소에 즉시항고
구속만기 6일 남아…즉시항고했지만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
중앙지법은 尹대통령 수사 절차 위법성 지적하며 구속취소
법조계 "다툼의 여지 있으면 법원 판단 받아보는 게 당연"
심우정 "위헌 소지에 대한 우려"...법 위에 우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 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과거 검찰이 즉시항고를 제기한 사례에서 피고인이 석방된 이유가 다름 아닌 '구속기간 만료'인 것으로 뉴스핌 취재 결과 확인됐다.
울산법원은 2년 전 검찰이 구속만기를 앞두고 곧 석방될 피고인의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제기한 사건과 이번 수사의 절차적 문제로 구속이 취소된 윤 대통령 사건을 같은 선상에 놓고 단순하게 비교할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이 2023년 9월 공동공갈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 등 2명에 대해 구속 사유가 소멸됐다며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하자 울산지검이 즉시항고했다.
A씨 등은 검찰의 즉시항고로 구속 취소 결정의 효력이 정지됐는데도 불구하고 석방됐다.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이나, 검찰의 즉시항고와 무관하게 1심의 구속기간(6개월)이 만료돼 석방된 것이다.
울산지법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즉시항고 결과가 나오기 전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것"이라며 "절차적 문제로 석방된 윤 대통령 사건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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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이 2023년 9월 공동공갈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 등 2명에 대해 구속 사유가 소멸됐다며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하자 울산지검이 즉시항고했으나 이들은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 DB] |
A씨 등은 1심 구속기간이 6일 정도 남아있었고 구속이 취소되지 않더라도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될 상황이었다. 형사소송법 제92조에 따르면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1심에서 2개월이며 2개월씩 두 차례 연장이 가능해 최장 6개월이다.
울산지법 형사항소부는 즉시항고 사건을 심리한 뒤 한 재판부는 인용, 다른 재판부는 기각 결정했다. 이후 검찰이 재항고하지 않으면서 각 결정은 대법원 심리 없이 그대로 확정됐다.
반면 윤 대통령의 경우 법원은 단순한 구속 피고인에 대한 구속 사유 판단보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와 구속, 검찰의 기소 자체가 위법이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과 적법한 구속기소라는 검찰 측 주장을 모두 살펴본 뒤,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구속을 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하면서 검찰이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한 것이라고 이 같이 판단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 불구속 수사의 원칙 등에 비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구속에 관한 위법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절차의 적법성을 강조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지난 10일 출근길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 하지 않고 석방지휘를 한 것에 대해 "법원의 결정과 적법절차 원칙에 따라 소신껏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野) 5당과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등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심 총장에 대한 고발장을 공수처에 제출했다.
당시 심 총장은 취재진에 "즉시항고를 해서 또 다른 위헌 소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뒤집어 보면, 그의 '위헌 소지에 대한 우려'가 법과 원칙 위에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어 보인다.
법조계는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을 하고 있다. 다툼의 여지가 있으면 일반항고를 해서라도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야 될 게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위헌판결이 나왔으니 이것을 헤아리는 것은 좋지만, 형사소송법 위헌 소지가 있어도 기본적으로 현행 법률로 있으면 합헌이라고 전제해야 한다"며 "다툼의 여지가 있으면 법원 판단을 한 번 더 받아보는게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