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12일(현지시간) 미 국채 가격은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달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완화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과 벌이고 있는 관세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 가능성을 우려했다.
뉴욕 채권 시장 오후 거래에서 기준 금리가 되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318%로 전일 대비 3.0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연준의 통화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수익률도 3.997%로 5.6bp 올랐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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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2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근원 CPI 모두 1월보다 둔화하며 시장 예상도 하회했다. 하지만 2월 CPI 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무역 관세 전쟁을 본격화하기 이전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TD 증권의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 게나디 골드버그는 "이번 CPI는 관세 정책에 따른 영향을 받기 전에 나온 마지막 데이터이기 때문에 시장은 이번 지표에 신중히 반응했다"고 진단했다.
향후 트럼프 정책으로 미국이 다른 국가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그만큼 미국 내 제품 가격이 오르는 효과가 나타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예고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가 이날 발효됐으며, 이에 캐나다 재무부는 오는 13일부터 21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재화에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캐나다의 전기료 인상 조치에 발끈해 내놓은 25% 추가 관세 부과 조치가 반나절 만에 철회되는 등 미 행정부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의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회담 진행 상황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30일 휴전안'을 넘겨받은 러시아 측은 미국 측의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하고 있어 러시아가 시간 벌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실시된 미국 국채 10년물 입찰은 무난한 수요 속에 시장 예상보다 소폭 높게 수익률이 결정됐다. 미 재무부는 12일 실시한 390억 달러 규모 10년물 국채의 발행 수익률이 4.310%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입찰 때의 4.632%에 비해 32.2bp 낮아진 것으로, 작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응찰률은 2.59배로 전달 2.48배에 비해 높아졌다. 이전 6개월 평균치 2.60배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날 뉴욕 외환 시장에서 미 달러화는 일본 엔화와 유로화 등 주요 통화 대비 소폭 상승했다. 지난달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둔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불러올 잠재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클라리티FX 아모 사호타 전무이사는 "2월 CPI 수치가 시장에 다소 안도감을 주었지만, 시장 심리가 매우 불안정하며 관세 정책에 따라 시장의 상황도 빠르게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는 이날 장 후반 0.13% 상승한 103.57을 기록하며 지난 1주일간 이어진 하락세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미 달러는 일본 엔화 대비로는 0.37% 상승하며 148.31엔을 기록했으나 장 후반 보합 수준으로 돌아섰고 유로/달러는 1.0889달러로 전장 보다 소폭 상승했다.
유로화는 3월에 들어서만 미국 달러 대비 약 5% 상승했다. 독일의 재정 지출 확대 기대감에 유로존 경기 전망이 개선되며 유로를 밀어올렸다.
뱅크오브뉴욕멜론(BNY)의 미국 거시경제 전략가인 존 벨리스는 "2월 미국의 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시장에 일시적인 안도감을 주었지만 향후 미 달러화의 향방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세 정책에 더 크게 영향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koinwon@newspim.com